|
|
|
[스포츠조선 전영지 기자]23일 제주월드컵경기장에서 펼쳐진 K리그1 제주SK와 FC서울전, 2-2로 팽팽하던 후반 추가시간 종료 40초 전, '2005년생 윙어' 최병욱이 사력을 다해 올린 크로스, 반대편에 서 있던 '1992년생 풀백' 임창우가 혼신의 헤더를 날렸다. 상대수비 가랑이 새를 뚫고 그라운드를 맞고 튀어오른 볼이 거짓말처럼 골망 안으로 빨려들어갔다. 짜릿한 극장골, 제주의 3대2 승리. 임창우의 화끈한 상의탈의 세리머니에 한여름밤 제주월드컵경기장이 용광로처럼 후끈 달아올랐다. 10위 제주가 단번에 8위로 뛰어올랐다.
|
|
|
이날 임창우는 선발이 아니었다. 전반 3분 '오른쪽 풀백' 안태현이 골반 부상으로 실려나간 후 황급히 그라운드에 들어섰다. "몸도 풀지 못했지만 몸이 유난히 가벼웠다"고 했다. "2~3년에 한 번씩 오는 그날이었다"이었다.
그는 "(안)태현이가 선발 출전했었는데 불의의 부상으로 교체되면서 출전하게 됐다. 내가 골을 넣었지만 뛴 선수든 안뛴 선수든 함께 만든 승리다. 더운 날씨에 반응도 다 살아 있었고 하고자 하는 의욕에서 서울보다 앞섰기 때문에 승리를 가져올 수 있었다"며 동료들의 투혼에 공을 돌렸다. 이어 "마지막 골을 넣은 게 작년 서울전이다. 그때 스코어도 3대2였다"면서 "오늘 골 영상을 돌려봤는데, 헤딩 지점과 골대 거리가 꽤 멀었더라. 신기하게 가깝게 느껴졌었다. 골이 들어갈 수 없는 각도였고, 내가 왜 그 자리에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수비 가랑이 사이로 들어갔더라. 러키한 골"이라며 활짝 웃었다. '상의탈의' 세리머니를 참을 수 없었다. "상의탈의는 축구하면서 처음 했다"더니 "은퇴 전에 언젠가 상의탈의를 할 수 있을까 했는데 오늘 하게 됐다. 얼마 전 (남)태희가 해서 따라하고 싶었다. 너무 기쁜 나머지 하게 됐다"고 털어놨다. 각본 없는 90분 드라마, 안태현의 부상 악재가 임창우의 극장골 승리로 마무리됐다. 서울은 후반 린가드, 안데르손, 문선민을 총투입해 역전골을 넣고도 임창우에게 극장골을 내주며 '제주 징크스'에 또 한번 고개 숙였다. 김학범 감독의 제주는 올시즌 서울을 상대로 3전승한 유일한 팀이다. 임창우는 "서울에 2연승했기 때문에 심리적인 부분도 작용했다. 골을 내줘도 질 것같지 않은 느낌이 있었다. 수비를 탄탄히 하면서 공격수들을 믿었다. 충분히 뒤집을 수 있다는 예감, 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질 것같지 않은 느낌이 있었다"고 '위닝멘탈리티'를 전했다.
|
베테랑 풀백의 '기적' 극장골에 제주 라커룸은 난리가 났다. 임창우는 뜻밖에 "집에 빨리 가고 싶다"고 했다. "관심 받는 걸 좋아하는 성격이 아니다. 너무 많은 축하를 받았다. 집에 가서 혼자 있고 싶다"는 말에 소가 터졌다. 베테랑다운 담담한 각오를 이어갔다. "각 팀의 승점 차가 크지 않다. 방심할 때도 아니다. 주말 김천 원정까지 잘하고 휴식기에 잘 준비해서 남은 경기 으?X으?X하는 분위기를 이어가겠다."
제주=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