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론 운도 실력' 4634일 복귀전→77일 만의 미소, 감독 교체→한숨 돌린 울산…'첫 승' 신태용 "한 골 먹으면 두 골 넣으면 돼" 자신만만

기사입력 2025-08-11 05:50


'때론 운도 실력' 4634일 복귀전→77일 만의 미소, 감독 교체→한숨…
울산문수축구경기장/ K리그1/ 울산HDFC vs 제주SKFC/ 울산 신태용 감독/ 사진 김정수

'때론 운도 실력' 4634일 복귀전→77일 만의 미소, 감독 교체→한숨…
울산문수축구경기장/ K리그1/ 울산HDFC vs 제주SKFC/ 울산 루빅손, 조현택, 조현우, 말컹, 에릭, 이청용/ 승리 세레머니/ 사진 김정수

'때론 운도 실력' 4634일 복귀전→77일 만의 미소, 감독 교체→한숨…
울산문수축구경기장/ K리그1/ 울산HDFC vs 제주SKFC/ 울산 에릭/ 사진 김정수

[스포츠조선 김성원 기자]'운도 실력이다'라는 말이 있다. 신태용 감독(울산 HD)이 K리그로 돌아왔다. 성남 일화 사령탑 시절인 2012년 12월 1일 상주 상무전 이후 4634일 만이다. 울산 HD의 지휘봉을 잡은 그는 복귀전에서 '행운'의 승리를 거뒀다.

사령탑 교체 효과를 누렸다. 울산은 9일 울산 문수축구경기장에서 열린 제주 SK와의 '하나은행 K리그1 2025' 25라운드에서 1대0 신승하며 한숨을 돌렸다. 공식전 12경기, 77일 만에 승점 3점을 챙겼다. 울산은 5월 24일 김천 상무전(3대2 승) 이후 승리가 없었다. 국제축구연맹(FIFA) 클럽 월드컵에서 3전 전패, 코리아컵에서도 4강 진출이 좌절됐다. K리그1에서는 7경기 연속 무승(3무4패)이었다.

결승골의 주인공은 후반 교체 투입된 루빅손이었다. 페널티박스 안 정면에서 슈팅한 볼이 제주 수문장 김동준의 팔에 맞고 솟구쳤다. 역회전이 걸린 볼은 골문을 향했다. 그 순간 오프사이드에 위치에 있던 에릭이 달려들어 슬라이딩했다. 볼은 골문을 통과했지만 부심은 오포사이드를 선언했다. VAR(비디오판독) 끝에 골이 선언됐다. VAR 심판은 볼이 골라인을 통과한 후 에릭이 볼을 터치했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제주 벤치는 거세게 항의했다. 김학범 감독은 이 과정에서 경고를 받았다. 제주는 에릭이 김동준을 방해한 것이 오프사이드라는 입장이었다. 신 감독은 "경험상 저 정도 오래 VAR을 보면 골이라고 생각했다"고 했다. 반면 김 감독은 "그 얘기 하면 벌금"이라며 말을 아꼈다.


'때론 운도 실력' 4634일 복귀전→77일 만의 미소, 감독 교체→한숨…
울산문수축구경기장/ K리그1/ 울산HDFC vs 제주SKFC/ 제주 유리/ 경기 종료/ 패배/ 아쉬움/ 사진 김정수

'때론 운도 실력' 4634일 복귀전→77일 만의 미소, 감독 교체→한숨…
울산문수축구경기장/ K리그1/ 울산HDFC vs 제주SKFC/ 단체/ 사진 김정수
"재미있는, 닥치고 공격하는 축구를 하겠다. 신태용은 역시 신태용이구나, 그런 느낌을 받게끔 준비했다." 신 감독의 출사표였다. 그러나 전체적인 경기 내용은 첫 술에 배부를 순 없었다. 그는 대표팀 사령탑 시절 '애정'했던 3-4-3 시스템을 다시 꺼내들었다. 김판곤 전 감독 때와 다른 시도는 전반 '역발' 윙백 운용이었다. 왼발잡이 조현택을 오른쪽, 오른발잡이 최석현을 오른쪽에 배치했다. '다이내믹한 공격 전술'을 위해서다. 그러나 시간이 필요해 보였다. 신 감독도 "윙백들의 움직임이 단조로웠던 게 아쉽다"고 평가했다.

다만 현실 진단은 정확했다. 지난해 K리그1 3연패를 달성한 울산이 부진한 가장 큰 이유는 '살인적인 일정' 때문이다. 클럽 월드컵 출전을 위해 한 달 가까이 미국 원정을 다녀온 것이 치명타였다. 신 감독은 제주전에 앞서 열린 취임기자회견에서 "울산이 클럽 월드컵을 갔다 와서 한 번도 못 쉬었다. 선수들이 뼛속에 있는 엑기스까지 뽑아서 경기한 것 같다. 찬 바람이 불기 전에 컨디션이 돌아오기를 바란다"고 했다. 그는 또 "포메이션이 없다시피 한 축구를 하겠다. 한 골 먹으면 두 골 넣는 축구를 하겠다. 트렌드에 맞는 축구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때론 운도 실력' 4634일 복귀전→77일 만의 미소, 감독 교체→한숨…
울산문수축구경기장/ K리그1/ 울산HDFC vs 제주SKFC/ 울산 신태용 감독/ 취임 기자회견/ 사진 김정수

'때론 운도 실력' 4634일 복귀전→77일 만의 미소, 감독 교체→한숨…
울산문수축구경기장/ K리그1/ 울산HDFC vs 제주SKFC/ 울산 에릭 득점/ 골 세레머니/ 사진 김정수
울산은 승점 34점(9승7무9패)을 기록했다. FC안양을 2대1로 꺾고 21경기 연속 무패(16승5무)를 질주한 '절대 1강' 전북 현대(승점 57·17승6무2패)를 바라볼 순 없다. 다만 2위부터는 혼전 양상이라 충분히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진출 티켓은 노릴 수 있다. 신 감독은 "부담감, 책임감이 없다면 거짓말이다. 하지만 부담감을 내려놓고 즐기려고 한다. 선수들에게도 즐기라고 했다. 꼭 이겨야 한다고 생각하면 힘이 들어가고 밸런스가 깨지고 무리한 모션이 더해지면 부상이 올 수도 있다. 축구는 실수하는 걸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 내 능력이 안 된다면 그만둬야 한다. 그러나 잘 먹혀서 재미있는 축구를 하게 된다면 팬들이 좋아할 것이다"이라고 강조했다. 그리고 "올해 원래 쉬려고 했다. 내가 과연 잘할 수 있을까 고민했다. 이왕 왔으니까 잘 준비해야 한다. 울산이 '이빨 빠진 호랑이'가 아닌, '명문 호랑이'가 돼서 반전할 수 있게끔 잘 준비하겠다"며 "냉정히 말하면 우승은 힘들다. 다만 2, 3위는 충분히 갈 수 있다. ACL 출전권을 따내는 게 목표"라고 덧붙였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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