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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은 토트넘에 남아도 조연이었다…애초 다른 그림 그렸던 프랭크, 주장 선임→2선 새 조합 '일사천리'

기사입력 2025-08-19 15:30


손흥민은 토트넘에 남아도 조연이었다…애초 다른 그림 그렸던 프랭크, 주장…
토트넘과 2029년까지 장기 재계약을 체결한 크리스티안 로메로. 캡틴 손흥민 시절 부주장을 지냈다. 사진=토트넘

손흥민은 토트넘에 남아도 조연이었다…애초 다른 그림 그렸던 프랭크, 주장…
AFP연합뉴스

[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손흥민, 넌 나의 계획에 없어.'

돌아보면 토마스 프랭크 토트넘 감독의 부임 첫 기자회견은 사실 확실한 메시지를 내포하고 있었다. 브렌트포드에서 토트넘으로 넘어 온 프랭크 감독은 7월19일 영국 런던의 토트넘 홋스퍼 트레이닝 센터에서 진행한 기자회견에서 "젊은 선수에게 기회를 주고 싶다"고 했고,
"다음 시즌 주장을 정하지 않았다"라고 했다. 2023년 여름부터 토트넘의 주장 완장을 찬 손흥민의 계약기간이 2026년 여름까지 1년 남겨둔 시점에 손흥민의 역할이 축소될 수 있다는 걸 암시했다. 여러 인터뷰에서 토트넘 10년차 손흥민의 헌신을 존중한다고 말했지만, 새 시즌 주력으로 활용하겠다는 의사를 내비친 적은 없었다. 부임 직후부터 브라질 전설 호나우두와 비교하며 애정을 듬뿍 드러낸 조세 모리뉴 전 토트넘 감독과는 딴판이었다. 프랭크 감독의 스탠스는 '이번여름 손흥민이 어떤 선택을 하든 선수의 의사를 존중하겠다'라는 토트넘 구단과 궤를 같이했다.

프랭크 감독은 이달 초 손흥민의 LA FC 이적이 확정되기 전 이적설로 들끓던 시기에 웨스트햄 윙어 모하메드 쿠두스를 영입하며 새로운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쿠두스가 오른쪽 윙어란 점에서 손흥민의 직접적인 경쟁자로 여겨지진 않았지만, 5500만파운드(약 1025억원)의 거액 이적료를 투자했다는 건, 쿠두스를 중심으로 공격 2선을 꾸리겠다는 선언과 다름없었다. 공격형 미드필더 모건 깁스-화이트(노팅엄 포레스트) 영입을 강력히 추진하고, 깁스-화이트 영입에 실패하자 에베레치 에제(크리스탈 팰리스)로 선회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쿠두스와 깁스-화이트는 25세, 에제는 27세로, 손흥민과는 6~8살 차이가 난다. 세대 교체까지 염두에 둔 행보다.


손흥민은 토트넘에 남아도 조연이었다…애초 다른 그림 그렸던 프랭크, 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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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은 토트넘에 남아도 조연이었다…애초 다른 그림 그렸던 프랭크, 주장…
로이터연합뉴스
"다음 시즌 주장을 정하지 않았다"라고 발언한 순간부터 차기 주장도 일찌감치 점찍어둔 것으로 보인다. 토트넘은 13일 파리생제르맹과의 유럽슈퍼컵 결승전을 앞두고 수비수 크리스티안 로메로가 주장으로 임명됐다는 소식을 발표했다. 19일 2029년 6월까지 인상된 연봉으로 로메로와 장기 계약까지 체결하며 기나긴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이적설을 잠재웠다. 로메로가 캡틴 손흥민의 부주장으로 2년간 보좌했다곤 하지만, 주장 선임과 재계약 발표가 마치 짜여진 시나리오처럼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이적전문가 파브리시오 로마노는 "프랭크 감독은 로메로를 프로젝트의 핵심으로 여긴다"라고 밝혔다.

프랭크 감독은 슈퍼컵 결승에 이어 번리와의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개막전에서 히샬리송을 원톱 카드로 기용했다. 히샬리송은 한결 가벼운 몸놀림으로 날카로운 움직임을 선보였고, 번리전에선 발리로만 멀티골을 뽑아내며 손흥민의 빈자리를 지웠다. 히샬리송의 두 골을 도운 건 쿠두스의 크로스였다. 단순히 우연한 콤비플레이라고 보기 어려운 대목이다. 프랭크 감독은 토트넘에 부임하는 순간부터 '캡틴 로메로, 쿠두스-히샬리송 공격 조합' 등을 계획했던 것으로 보인다.

프랭크 감독은 팀을 떠나는 손흥민을 향해 팀에 남길 바랐다는 뉘앙스를 풍겼다. 손흥민의 위상을 고려할 때, 진심일지도 모른다. 다만 현재 분위기론 팀에 남았어도 조연 역할에 그쳤을 가능성이 크다. 절친인 벤 데이비스처럼 말이다. 그건 1년 뒤에 열리는 2026년 북중미월드컵 본선 진출을 원하는 손흥민에겐 바람직한 일은 아닐테고, 손흥민은 서른셋 선수가 내릴 수 있는 최선의 결정을 내렸다.

토트넘은 슈퍼컵 준우승의 아쉬움을 뒤로 하고 번리전 3대0 승리로 첫 테이프를 잘 끊었다. 17위로 끝마친 지난시즌의 아쉬움을 해소할 수 있다는 기대감을 키웠다. 손흥민은 미국프로축구(MLS) 두 번째 출전 경기인 뉴잉글랜드전(2대0 승)에서 첫 공격포인트를 기록하며 미국 무대를 들썩거리게 했다. 익숙한 토트넘과 결별한 뒤, 잠재력이 무궁무진한 리그에서 '월클'의 영향력을 끼치는 동시에, 새로운 에너지를 받고 있다. 지금까진 이별의 아픔없이 토트넘과 손흥민 모두 잘 지내고 있다. 헤어짐이 반드시 나쁜 것만은 아닌 듯하다.
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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