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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 비하인드]"우리가 생각 못했던 것인데…" 포항 춤추게 하는 '입단 2개월차' 기성용 효과

기사입력 2025-08-25 05:13


[포항 비하인드]"우리가 생각 못했던 것인데…" 포항 춤추게 하는 '입단…
◇사진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

[포항 비하인드]"우리가 생각 못했던 것인데…" 포항 춤추게 하는 '입단…
◇사진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

[포항=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프로 20년차, A매치 110회 출전. 그러나 포항 스틸러스에선 입단 2개월차 '신입'이다. 베테랑 기성용(36)의 현주소다.

기성용이 지난 6월 25일 FC서울을 떠나 포항으로 이적할 때 기대와 우려가 교차했다. K리그 뿐만 아니라 유럽 무대, 올림픽-월드컵 등 그야말로 산전수전 겪으며 쌓은 경험으로 포항을 업그레이드 시킬 것이라는 시선과, 좀처럼 반등하지 못하는 기량이 되살아날지에 대한 의구심이 교차했다. 포항 유니폼을 입은 뒤 홈구장 스틸야드에 흥행 효과는 확실히 불러 일으켰지만, 실질적인 경기력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에 관심이 쏠렸다. 지난 10일 광주FC전에서 갈비뼈 미세골절상을 하면서 2주 진단을 받는 등 변수도 겹쳤다.

24일 전북 현대와의 홈경기에서 복귀한 기성용. 1만1582명의 관중들은 후반 21분 기성용이 모습을 드러내자 큰 환호를 보냈다. 팀이 3-1로 앞선 가운데 그라운드를 밟은 기성용은 전북의 공세를 차단하는 것 뿐만 아니라 역습에서 공격 시발점 역할을 수행하는 등 분주히 움직였다. 부상 및 휴식 탓에 100% 컨디션과는 거리가 있었지만, 포항이 2골차 승리를 거두는 데 힘을 보태며 미소 속에 그라운드를 떠날 수 있었다.

포항은 기성용이 합류한 직후 3연패에 빠지며 우려를 자아냈다. 그러나 지난달 말 대구FC전 1대0 승리로 반등했고, 광주FC와 FC안양을 각각 1대0으로 꺾은 데 이어, 시즌 26경기 연속 무패(20승6무)를 달리던 전북마저 무너뜨렸다. 후반 내내 전북의 공세에 시달리면서도 틈을 내주지 않았고, 오히려 역습으로 추가골을 노렸다. 후반 중반으로 넘어가는 시점에서 전북의 공세에 흔들리다 기성용 투입을 기점으로 안정감을 찾은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포항 비하인드]"우리가 생각 못했던 것인데…" 포항 춤추게 하는 '입단…
◇사진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
전북전에서 멀티골을 터뜨린 외국인 공격수 조르지는 기성용에 대해 "많은 경험을 갖춘 선수"라고 운을 뗐다. 이어 "우리가 생각하지 못했던 것들을 많이 갖고 있다. 그런 부분을 배우려 하는데, 기성용도 아낌없이 전수해주려 한다. 그런 부분이 팀에 많은 변화를 가져오는 것 같다"고 기성용 효과를 설명했다. 최근 포항 공격의 핵심 역할을 하고 있는 홍윤상도 "(기)성용이형이 '내가 오니까 잘해졌다'고 하더라, 성용이형 합류 후 내 축구력이 올라간 느낌이 든다. 기록이 그렇게 나온다. 나에게도 (성용이형은) 레전드다. 정말 많이 배우고 있다. 포항에서 후배들에게 좋은 영향력을 끼치고 계신 것 같아서 감사하다"고 말한 바 있다.

기성용은 포항 입단 후 "동계 훈련부터 올해가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준비했다. 서울에서 멋지게 팬들과 함께 우승컵 하나를 들고 마지막을 장식했으면 했다. 서울에서는 기회가 주어지지 않을 거라는 걸 알게 돼 고민이 컸다. 다른 팀으로 가는 그림을 그리기는 쉽지 않았기에 처음에는 은퇴를 고민했다"며 "딸이 '아빠는 왜 안 뛰냐'고 하더라. 딸아이가 내가 뛰는 걸 보고 싶어 했다. 국가대표팀 마지막 경기에서 부상을 했다. 거기에 대한 아쉬움이 있었다. 나를 응원해 준 모든 분께 좋은 모습으로 은퇴하는 걸 보여드리고 싶었다"고 포항행 배경을 밝혔다. 이어 "지금은 그라운드에 설 수 있는 것 자체가 감사한 일이다. 감독님이 제게 기회를 주셨으니 보답하고 싶고, 이 팀에서 나를 믿어주는 구성원들을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쏟아내고 싶다. 포항이 좋은 성적을 내고 마무리하는 게 제게는 가장 큰 목표"라며 "포항만의 분위기와 철학이 확실히 있다고 느끼는데, 그런 것을 공유하고 그라운드에서 펼쳐 보이고자 노력할 것이다. 어린 선수들에게 제가 가진 경험과 지식도 최대한 주고 싶다. 어린 선수들이 먼저 다가오기 쉽지 않을 텐데, 저도 먼저 다가가며 적응할 수 있게 하겠다"고 각오를 드러냈다. 자신의 말이 허언이 아니었음을 그라운드 안팎에서 증명하고 있는 기성용이다.


[포항 비하인드]"우리가 생각 못했던 것인데…" 포항 춤추게 하는 '입단…
◇사진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

포항=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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