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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전날밤 나를 짤랐어" 토트넘 떠난 레비와의 추억 공개한 포옛 감독 "그래도 그의 업적엔 감사해야해"

기사입력 2025-09-08 05:13


"경기 전날밤 나를 짤랐어" 토트넘 떠난 레비와의 추억 공개한 포옛 감독…
사진=스카이 스포츠

"경기 전날밤 나를 짤랐어" 토트넘 떠난 레비와의 추억 공개한 포옛 감독…
◇사진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

[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거스 포옛 전북 현대 감독이 최근 토트넘을 떠난 다니엘 레비 회장과의 인연을 공개했다.

포옛 감독은 선수 시절 토트넘에서 뛰었다. 2001년부터 2004년까지 토트넘에서 활약하며, 리그컵 우승에 일조했다. 2007년부터 2008년까지는 후안데 라모스 감독 아래서 토트넘 수석코치로 1년을 보냈다. 이 기간 동안 토트넘의 레전드였던 루카 모드리치 영입에 일조했다.

코치로 일한 기간 동안 레비 회장과 함께 했다. 그는 최근 오드스페디아와의 인터뷰에서 "나와 레비 회장의 관계는 프로페셔널했다. 서로 존중했다. 우리는 어떤 이유도 없었다. 첫 날부터 마지막까지 그는 나에게 매우 정직했다"고 했다. 이어 "떠날때는 좀 이상했다. 우리는 경기 전날밤에 경질됐다. 우리는 호텔에 있었다. 우리는 잘 준비를 하고 있었다. 다음 날 경기가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밤 10시쯤 불려 내려갔는데, 우리가 떠나야 한다고 하더라"고 했다.

포옛 감독은 "밤 10시30분에 호텔을 떠나는 것은 꽤 이상한 기분이었다. 나는 짐을 챙겨서 호텔을 나섰는데 비참했다. 만약 경기 후인 월요일 아침에 회장에게서 전화가 왔다면, 아마도 '아 경질됐구나' 생각했을거다. 하지만 경기 전날 밤에 전화가 왔다면 경기가 연기됐거나 다른 일이 있을거라고 생각했을거다. 결코 경질됐다고는 예상하지 못했을거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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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레비 회장은 최근 토트넘과 작별했다. 토트넘은 5일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레비가 25년간의 여정을 마치고 회장직에서 물러난다'며 '승계 계획의 일환으로 최근 몇 달 동안 주요 인사를 임명했다. 전 아스널 최고경영자(CEO)였던 비나이 벵카테샴을 새로운 CEO로 영입했다. 피터 채링턴이 이사회에 합류해 새로 신설된 비집행 회장직을 맡게 됐다'고 했다. 이어 이 같은 조직 개편의 목적에 대해 "클럽이 장기적으로 스포츠적 성공을 거두도록 보장하려는 우리의 야심의 일환'이라고 밝혔다.

레비 회장은 "경영진과 모든 직원들과 함께한 성과를 매우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우리는 이 클럽을 세계적인 무대에서 경쟁하는 강호로 만들었다. 그 이상으로, 우리는 공동체를 만들어냈다"고 고별 인사를 전했다. 이어 "릴리화이트 하우스와 홋스퍼 웨이에서 함께한 팀, 수많은 선수와 감독들과 일할 수 있었던 것은 내게 큰 행운이었다"며 "그동안 나를 지지해준 모든 팬들에게 감사한다. 여정이 늘 쉽지만은 않았지만 상당한 진전을 이뤘다. 앞으로도 나는 이 클럽을 열정적으로 응원할 것"이라고 했다.

레비 회장은 지난 25년 동안 토트넘의 얼굴이었다. ENC 그룹이 토트넘 대주주가 된 후 조 루이스 구단주는 레비 회장에게 전권을 일임했다. 2001년 토트넘의 수장이 된 레비 회장은 계획적인 움직임으로 토트넘을 빅클럽으로 성장시켰다. 레비 시절, 토트넘은 무려 18번이나 유럽 대항전에 출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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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토트넘에 세계적 수준의 인프라를 구축했다. 10억파운드(약 1조9000억원) 규모의 토트넘홋스퍼 스타디움을 건설한 것은 최대 업적이었다. 경기장은 세계 최고 수준으로 손꼽히며, 콘서트·NFL 경기 등 다양한 이벤트를 유치해 막대한 비축구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점에서 다른 구단들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실제 토트넘은 전 세계에서 수익으로 10위 안에 드는 거대 클럽으로 발돋움했다. 엔필드의 홋스퍼 웨이에 위치한 훈련장 역시 엄청난 수준이다.


거부들이 경쟁하듯 EPL 클럽들을 인수하며, 물쓰듯 돈을 쓰는 가운데, 토트넘은 다른 행보를 보였다. 레비 회장의 철저한 계산 하에 토트넘은 매우 건전한 재정 상태를 유지했다. 그러면서 꾸준히 성적까지 냈다.

하지만 암도 있었다. 재정적 안정성을 지나치게 강조하며, 우승에 대한 야심을 보여주지 못했다. 25년간 16명의 감독 교체, 단 2번의 우승은 레비 시대를 보여주는 숫자다. 레비 회장은 승부처에서 지나치게 소극적인 모습을 보여줬고, 이는 팬들로 부터 야망이 부족하다는 비판을 받았다. 당장 올 여름만 하더라도 모건 깁스-화이트 영입에 실패한데 이어 거의 다 잡은 듯 했던 에베레치 에제도 '철천지 원수' 아스널에 뺏겼다. 이전에는 윌리안, 잭 그릴리쉬 등이 레비 회장의 소극적인 태도로 토트넘 유니폼을 입지 못했다.

선수 영입에는 소극적이었지만, 감독 교체에는 적극적이었다. 글렌 호들을 시작으로 무려 16명의 감독이 함께 했다.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 정도를 제외하면 이렇다할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지난 시즌 유로파리그 우승을 통해 17년간 이어진 무관의 한을 끊어낸 것이 유이한 소득이었다. 토트넘은 앞서 2008년 리그컵 우승을 차지한게 마지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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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전날밤 나를 짤랐어" 토트넘 떠난 레비와의 추억 공개한 포옛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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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들의 불만은 경기장 밖 시위로 이어졌다. "우리의 경기는 영광을 위한 것, 레비의 경기는 탐욕을 위한 것", "24년, 16명의 감독, 트로피 1개 - 변화를 원한다"는 플래카드는 레비 회장을 향한 토트넘 팬들의 적대심을 보여주는 문구였다.

결국 루이스 가문이 칼을 빼들었다. 5일 디어슬레틱은 '구단은 사임이라고 발표했지만, 실제로는 루이스 가문이 내린 결정'이라고 했다. 이어 '레비 회장은 목요일 구단을 떠나야 한다는 통보를 받았으며, 채링턴에게 키를 맡겼다'고 했다. 루이스 가문의 관계자는 "우리는 팬들과 마찬가지로 더 많은 승리를 원한다. 최근 새로운 리더십이 도입됐다. 우리는 올바르게 팀을 지원하고 있다고 믿는다. 이것이 새로운 시대"라고 했다.

포옛 감독은 레비 회장의 업적에 엄지를 치켜올렸다. 그는 "2주마다 멋진 새 경기장을 찾는 진짜 토트넘 팬이라면 레비 회장이 토트넘을 위해 했던 것을 안다. 물론 불평도 하고 회장을 바꾸려는 시도도 있었지만, 속으로는 그가 엄청난 일을 했다고 생각했을거다. 선수들이 세계 최고의 훈련장에서 훈련한다는 사실을 자랑스러워해야 한다. 그가 해낸 일은 정말 많고, 그건 인정해야 한다"며 "새로운 운영진에게 팬들이 생각하기에 레비가 하지 못한 것을 정말로 해낼 수 있을지 2~3년은 줘야 한다. 그래서 나는 팬들에게 '그가 해낸 것에 감사하고 넘어가자'고 말하고 싶다. 그 뿐이다"고 했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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