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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거스 포옛 전북 현대 감독이 최근 토트넘을 떠난 다니엘 레비 회장과의 인연을 공개했다.
포옛 감독은 "밤 10시30분에 호텔을 떠나는 것은 꽤 이상한 기분이었다. 나는 짐을 챙겨서 호텔을 나섰는데 비참했다. 만약 경기 후인 월요일 아침에 회장에게서 전화가 왔다면, 아마도 '아 경질됐구나' 생각했을거다. 하지만 경기 전날 밤에 전화가 왔다면 경기가 연기됐거나 다른 일이 있을거라고 생각했을거다. 결코 경질됐다고는 예상하지 못했을거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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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비 회장은 지난 25년 동안 토트넘의 얼굴이었다. ENC 그룹이 토트넘 대주주가 된 후 조 루이스 구단주는 레비 회장에게 전권을 일임했다. 2001년 토트넘의 수장이 된 레비 회장은 계획적인 움직임으로 토트넘을 빅클럽으로 성장시켰다. 레비 시절, 토트넘은 무려 18번이나 유럽 대항전에 출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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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부들이 경쟁하듯 EPL 클럽들을 인수하며, 물쓰듯 돈을 쓰는 가운데, 토트넘은 다른 행보를 보였다. 레비 회장의 철저한 계산 하에 토트넘은 매우 건전한 재정 상태를 유지했다. 그러면서 꾸준히 성적까지 냈다.
하지만 암도 있었다. 재정적 안정성을 지나치게 강조하며, 우승에 대한 야심을 보여주지 못했다. 25년간 16명의 감독 교체, 단 2번의 우승은 레비 시대를 보여주는 숫자다. 레비 회장은 승부처에서 지나치게 소극적인 모습을 보여줬고, 이는 팬들로 부터 야망이 부족하다는 비판을 받았다. 당장 올 여름만 하더라도 모건 깁스-화이트 영입에 실패한데 이어 거의 다 잡은 듯 했던 에베레치 에제도 '철천지 원수' 아스널에 뺏겼다. 이전에는 윌리안, 잭 그릴리쉬 등이 레비 회장의 소극적인 태도로 토트넘 유니폼을 입지 못했다.
선수 영입에는 소극적이었지만, 감독 교체에는 적극적이었다. 글렌 호들을 시작으로 무려 16명의 감독이 함께 했다.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 정도를 제외하면 이렇다할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지난 시즌 유로파리그 우승을 통해 17년간 이어진 무관의 한을 끊어낸 것이 유이한 소득이었다. 토트넘은 앞서 2008년 리그컵 우승을 차지한게 마지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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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루이스 가문이 칼을 빼들었다. 5일 디어슬레틱은 '구단은 사임이라고 발표했지만, 실제로는 루이스 가문이 내린 결정'이라고 했다. 이어 '레비 회장은 목요일 구단을 떠나야 한다는 통보를 받았으며, 채링턴에게 키를 맡겼다'고 했다. 루이스 가문의 관계자는 "우리는 팬들과 마찬가지로 더 많은 승리를 원한다. 최근 새로운 리더십이 도입됐다. 우리는 올바르게 팀을 지원하고 있다고 믿는다. 이것이 새로운 시대"라고 했다.
포옛 감독은 레비 회장의 업적에 엄지를 치켜올렸다. 그는 "2주마다 멋진 새 경기장을 찾는 진짜 토트넘 팬이라면 레비 회장이 토트넘을 위해 했던 것을 안다. 물론 불평도 하고 회장을 바꾸려는 시도도 있었지만, 속으로는 그가 엄청난 일을 했다고 생각했을거다. 선수들이 세계 최고의 훈련장에서 훈련한다는 사실을 자랑스러워해야 한다. 그가 해낸 일은 정말 많고, 그건 인정해야 한다"며 "새로운 운영진에게 팬들이 생각하기에 레비가 하지 못한 것을 정말로 해낼 수 있을지 2~3년은 줘야 한다. 그래서 나는 팬들에게 '그가 해낸 것에 감사하고 넘어가자'고 말하고 싶다. 그 뿐이다"고 했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