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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미국이 홍명보호에 희망을 심어줬다면, 멕시코는 냉정한 현실을 보여줬다.
한국은 전반 초반 '옌스 카스트로프(보루시아 묀헨글라트바흐)가 커트하고 이강인(파리생제르맹)이 날카로운 패스를 찌르고, 오현규가 마무리하는' 시나리오가 잘 먹혀들며 두 번의 결정적인 찬스를 잡았다. 하지만 배준호(스토크시티)의 슛이 골문을 벗어나고, 오현규가 골키퍼와 일대일 찬스를 날리는 결정적 부족에 선제골을 낚지 못했다.
오현규의 왼발슛이 허무하게 빗나간 직후인 전반 22분, 멕시코가 선제골을 터뜨렸다. 우리 진영에서 이한범(미트윌란)의 패스를 차단한 멕시코는 우측에서 로드리고 우에스카스(코펜하겐)가 박스 가운데 지점으로 높게 띄운 크로스를 라울 히메네스(풀럼)가 헤딩슛으로 연결했다. 골문에서 먼 지점에서 쏜 히메네스의 헤더는 골키퍼 김승규(FC도쿄)의 키를 넘겨 골망에 닿았다. 골키퍼가 막기 어려운 곳으로 공을 보낸 감각적인 슈팅이었다.
6월 미국과의 골드컵 결승에서 동점골을 뽑아 2대1 승리를 통한 우승을 이끈 히메네스는 7일 일본전(0대0 무)에선 침묵했지만, 이날 자신에게 찾아온 한 번의 기회를 살렸다. 높이 솟구친 크로스를 막기 위해 김민재(바이에른 뮌헨)가 점프했지만 공이 이마에 닿지 않았고, 뒤늦게 따라붙은 카스트로프가 히메네스를 높이 싸움에서 이기기엔 역부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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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후반 추가시간 4분, 히메네스가 앞선 상황과 비슷한 지점에서 골문 좌측을 노린 왼발 감아차기는 김승규가 몸을 날려도 막기 힘든 구석에 정확히 꽂혔다. 산티아고는 올 초 페예노르트를 떠나 이탈리아 명문 AC밀란에 입단했다. 지난시즌 후반기 밀란 유니폼을 입고 6골(리그 5골)을 넣었다. 밀란이 왜 3200만유로(약 520억원)의 이적료를 들였는지는 '왼발 감차'가 말해준다.
조현우(울산)를 대신해 선발로 나선 김승규는 총 4개의 선방으로 안정감있는 모습을 보였지만, 두 명의 히메네스의 '월드클래스' 골에는 속수무책이었다.
라울과 산티아고의 득점은 미국과 멕시코의 결정적인 차이였다. 미국은 기회만 많았을 뿐, 골문을 위협할만한 장면을 연출하지 못했다. 하지만 멕시코는 주도권을 내준 상황, 패색이 짙은 상황에서도 단 하나의 슈팅으로 차이를 만들었다. 멕시코는 냉정히 월드컵 우승후보와는 거리가 먼 팀이다. 하지만 16강 단골손님이다. 2022년 카타르월드컵에서 조별리그 탈락하기 전 7개 대회 연속 16강에 진출하는 기염을 토했다. 그 말은 한국이 월드컵 16강, 8강 진출 고비에서 만날 수 있는 팀이라는 뜻이다.
또한, 월드컵 8강~16강에 오를 정도의 팀에는 라울, 산티아고 레벨의 골잡이를 대부분 보유했다. '막을 수 없는 골이었다'라고 웃어 넘길 게 아니라 '월클 득점'도 막을 수 있는 수비력을 키워야 한다. 손흥민이 아무리 상대 골문을 자주 열어도 한국 골문이 그만큼 자주 열리면 이길 수 없는 법이다. 김민재에게 수비를 다 맡길 순 없다. 스리백도 더 다듬어야 한다.
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