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성원 기자]운명이 얄궂다. 홀로 분전했다. 토마스 뮐러(36·밴쿠버)가 초라할 정도였다. LA FC는 전반에만 2골을 헌납했다.
손흥민(33)이 원맨쇼로 LA FC를 수렁에서 건져냈다. 그는 후반 15분 집념의 만회골을 터트렸다. 마크 델가도의 패스가 앤드류 모란의 헤더를 거쳐 손흥민에게 연결됐다. 그는 문전 혼전 상황에서 3차례의 슈팅 끝에 골망을 흔들었다. 첫 번째 슈팅은 골키퍼, 두 번째 슈팅은 골라인을 통과하기 직전 마티아스 라보르다의 머리를 맞고 흘러나왔다. 이를 왼발 슈팅으로 재차 응수해 골망을 흔들었다.
후반 추가시간인 50분 극적인 '손흥민 쇼'가 또 펼쳐졌다. 미국 메이저리그사커(MLS) '올해의 골'이 재연됐다. 지난 14일 볼리비아와의 A매치 친선경기 프리킥골이 복사됐다. 손흥민의 오른발 프리킥은 그림같은 궤적을 그리며 밴쿠버 골문 구석을 찔렀다. LA FC의 벤치는 광란의 장이었다.
밴쿠버는 동력이 없었다. 프리킥을 내주는 과정에서 트리스탄 블랙먼이 경고 2회로 퇴장당했다. 악재도 쏟아졌다. 뮐러가 근육 경련으로 연장 전반 2분 교체됐다. 연장 후반 5분에는 교체투입된 벨랄 할부니가 부상으로 아웃됐다. 밴쿠버는 교체 카드를 모두 소진해 9명으로 싸웠다. 하지만 '승리의 여신'은 끝내 LA FC를 향해 미소짓지 않았다. 역전골을 터트리는 데 실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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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매치 기간 고국인 대한민국에서 두 경기를 치른 손흥민의 몸은 천근만근이었다. 결국 희비는 '신의 룰렛게임'인 승부차기에서 엇갈렸다. 연장을 버틴 밴쿠버가 심리적으로 유리했다. LA FC의 첫 번째 키커는 손흥민이었다. 골키퍼를 완전히 속였다. 그러나 그의 발을 떠난 공은 골대를 강타했다. 실축 후에는 경련으로 제대로 걷지도 못했다. LA FC는 세 번째 키커 델가도도 골망을 흔들지 못했다. 밴쿠버는 4명이 골을 성공시켰다.
LA FC는 23일(한국시각) 캐나다 밴쿠버의 BC플레이스에서 열린 밴쿠버 화이트캡스와의 2025년 MLS컵 플레이오프(PO) 서부 컨퍼런스 4강전서 120분 연장 혈투 끝에 2대2로 비긴 후 승부차기에서 3-4로 패했다. LA FC와 손흥민의 2025시즌이 막을 내렸다. 밴쿠버는 구단 역사상 처음으로 서부 컨퍼런스 결승에 진출했다. 손흥민은 뮐러를 넘지 못했다. 다만 존재감은 비교불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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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은 지난 8월, 토트넘과의 10년 동행을 끝내고 MLS에서 새 도전을 선택했다. LA FC는 손흥민의 전과 후가 완전히 달랐다. 동부에는 리오넬 메시(인터마이애미), 서부에는 손흥민이라는 새로운 등식을 성립시켰다.
이날도 새 역사가 쓰여졌다. 티켓은 이미 매진됐다. 밴쿠버 구단 플레이오프 홈 최다 관중을 예약했다. 밴쿠버는 역대 최다 관중도 달성했다. 지난 4월 열린 메시가 포진한 인터마이애미와의 북중미챔피언스컵 4강 1차전의 5만3837명보다 많은 5만3957명이 운집했다.
손흥민은 패전이 확정된 후 엎드려 한동안 일어나지 못했다. 좀처럼 고개를 들지 못한 그는 라커룸으로 직행했다.
비록 정상 등극에는 실패했지만 손흥민은 13경기에서 12골 4도움을 올리며 MLS를 완벽하게 접수했다. 'ESPN'은 '손흥민의 마법에도 불구하고 밴쿠버가 LA FC를 넘었다'고 전했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