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9일(이하 한국시각) 영국 더 선은 '브라이튼이 SNS 게시물로 인해 '대규모 홍보 위기'가 발생하자 중국에 사과할 수밖에 없었다. 한 아카데미 선수와 미토마 카오루의 사진이 급속히 퍼지자, 브라이튼은 X(옛 트위터)에 공식 성명을 올려야 했다'고 보도했다.
브라이튼 공식 SNS 채널에 올라온 사진은 충격적이었다. 당시 브라이튼은 12세 이하 유소년 팀이 프리미어리그(EPL) 교육 프로젝트에서 우승해 벨기에에서 열린 크리스마스 트루스컵에 간다는 축하 게시글을 올렸다.
사진 속에 등장한 건 어린 유망주 1명과 일본 슈퍼스타인 미토마였다. 유소년 팀의 성과를 기념하는 목적이었기에 내용 자체는 문제가 아니었다. 두 사람이 들고 있는 인물 카드가 문제였다. 더 선은 '사진 속 두 사람은 일본 제국군 장교를 묘사한 카드들을 들고 있는 모습이었다. 해당 인물은 1942년부터 1974년까지 일본군에서 복무했던 히로오 오노다 중위로 보인다. 오노다는 2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 은거 생활을 하던 중이었지만, 일본 정부는 1959년에 그를 사망한 것으로 공식 발표한 바 있다'며 왜 문제가 됐는지를 설명했다.
게티이미지
오노다 중위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군인이다. 세계대전이 끝난 뒤에도 종전됐다는 사실을 믿지 않고 필리핀에서 민간인을 무장 게릴라로 오해해 학살한 인물이기도 하다. 이런 행보로 인해서 일본에서는 전쟁 영웅으로 취급받는 인물이다.
오노다 중위의 사진을 홍보용으로 사용하자 중국 팬들이 난리가 났고, 브라이튼은 논란이 되자 해당 게시글을 삭제한 뒤 사과문을 올렸다. '아카데미 선수들의 크리스마스 트루스 컵 참가와 관련해 최근 게시된 글로 인해 중국에서 불편함이 발생한 점에 대해 구단은 진심으로 사과드린다. 우리는 중국의 팬들을 매우 소중하게 생각하며, 어떤 식으로든 불쾌감을 드릴 의도는 전혀 없었다'며 고개를 숙였다. 브라이튼은 논란이 커지면서 같이 비판을 받게 된 미토마에게도 사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두고 3일 영국 디 애슬래틱은 '브라이튼은 EPL에서 벌어지는 모든 움직임과 행동에 집중되는 강도 높은 글로벌 관심이, 세밀한 부분까지 꼼꼼한 주의를 요구한다는 사실을 뼈아프게 깨닫게 됐다. 홍보용 SNS 게시물에서 논란이 있는 2차 세계대전 참전 인물의 이미지를 무심코 사용한 뒤 중국과 클럽의 일본인 스타 가오루 미토마에게 사과하는 상황으로 이어졌다'고 보도했다.
디 애슬래틱의 보도에 따르면 브라이튼은 SNS 담당자들은 오노다가 일본에서 영웅 취급을 받았다는 사실에만 관심이 있었다. 매체는 '클럽도, 해당 프로젝트의 심사를 맡은 EPL 패널도 일본 제국군 소위였던 오노다의 전체 이력과, 아시아 일부 지역에서 촉발될 격렬한 비판을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고 폭로했다.
브라이튼 대변인은 "우리는 책임을 인정한다. 미토마에게도 사과했다. 본의 아니게 그를 곤란한 상황에 놓이게 했기 때문이다. 이는 순수한 실수였다. 우리는 절차를 재검토했고, 앞으로 유사한 콘텐츠는 추가 확인 절차를 거치도록 프로토콜을 마련니다"라고 밝혔다. 또한 클럽은 동남아시아 팬단체들에게도 서면으로 사과문을 전달했다고 한다.
사진=브라이튼 캡처
하지만 한국 팬들에 대한 사과는 없었다. 중국에서 논란이 됐지만 2차 세계 대전 당시에 일본군이 중국에서만 악행을 저지른 게 아니다. 한국을 식민지 삼아서 수십년 동안 한국인들을 괴롭혔다.
브라이튼의 이번 논란을 해프닝이라고 보기 힘든 또 하나의 이유는 지난 7월 영입한 한국 최고 유망주 윤도영과 관련이 있다. 브라이튼은 윤도영의 영입을 발표하면서 한국어로 소개하는 게 아니라 일본어로 소개했다. 한국 팬들이 거세게 항의하자 별다른 사과도 없이 일본어 오피셜을 지웠다가 영어로 오피셜을 다시 올렸다. 한국과 일본의 역사적인 민감도를 제대로 고려했다면 절대로 일어나서는 안될 실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