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성원 기자]손흥민(33·LA FC)의 아이를 임신했다며 돈을 뜯어내려 한 일당에게 실형을 선고한 1심 법원의 결정이 영국에서도 화제다.
영국의 '더선'은 8일(이하 한국시각) 헤드라인으로 '손흥민의 아이를 임신했다는 환상을 꾸며 전 토트넘 레전드로부터 돈을 뜯어낸 여성이 징역형을 선고받았다'고 보도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0단독 임정빈 판사는 이날 열린 선고 공판에서 공갈 및 공갈미수 혐의로 기소된 20대 여성 양모씨에게 징역 4년을 선고했다.
공갈미수 혐의로 함께 기소된 40대 남성 용모씨에게는 징역 2년이 선고됐다. 검찰은 지난달 27일 결심공판에서 양모씨에게 징역 5년, 용모씨에게는 징역 2년을 각각 구형했다.
재판부는 "양씨는 임신 사실을 알게 된 뒤 누구의 아이인지 확인한 바가 없다. 양씨는 태아가 손흥민의 아이라고 생각한다고 했지만, 진술이 일관되지 않아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외부에 임신 사실을 알리는 극단적인 행동을 하려 하는 등 손흥민을 위협하려 했다"고 판단했다.
용씨에 대해서도 "단순 협박이나 금전 요구에 그친 게 아니라 손흥민이 유명인인 점을 이용해 언론과 광고사 등에 (임신과 임신중절 사실을) 알리는 등 실행 행위에 나아갔다. 이 사건이 알려져서 피해자가 상당한 정신적 고통을 받았을 것으로 보인다"고 질책했다.
재판부는 또 "피해자는 유명인으로 범행에 취약하고, 피고인들은 이를 빌미로 큰돈을 받아 죄질이 나쁘다. 3억을 받고도 추가로 돈을 받으려 하고, 결과적으로 피해자가 상당한 정신적 고통을 받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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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씨는 지난해 6월 손흥민에게 태아 초음파 사진을 보내며 아이를 임신한 사실을 폭로하겠다고 협박해 3억원을 갈취했다. 또 연인 관계가 된 용씨와 함께 올해 3∼5월 임신과 낙태 사실을 언론과 손흥민 가족 등에 폭로하겠다고 협박해 7000만원을 추가로 갈취하려다 미수에 그쳤다. 양씨와 용씨는 지난 6월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졌다.
양씨는 당초 손흥민이 아닌 다른 남성에게 임신 사실을 알리며 금품을 요구하려 했다. 하지만 별다른 반응이 없자 2차로 손흥민에게 금품을 요구한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달 A매치 기간 귀국한 손흥민은 증인으로 출석하기도 했다. 재판부는 심리를 비공개로 진행하며 손흥민에게 양씨의 공갈 범행과 관련한 상황을 물은 것으로 전해졌다. 증인 신문 과정에는 둘은 분리돼 대면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 언론이 비상한 관심을 갖고 있는 데는 손흥민이 곧 토트넘 팬들을 만난는 이유도 있다. 8일 영국 런던으로 출국한 그는 10일 오전 5시(현지시각 9일)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열리는 슬라비아 프라하와의 유럽챔피언스리그(UCL) 리그 페이즈 6차전에 앞서 작별 인사를 한다.
토트넘 S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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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은 이미 구단 SNS를 통해 "이적을 발표할 때 한국에 있어 런던에 계신 팬분들께 직접 작별을 고하지 못한 게 늘 마음에 걸렸습니다. 그래서 9일에 다시 런던을 찾게 돼 정말 행복합니다. 그동안 10년 넘게 저와 제 가족을 응원해 주신 토트넘 팬분들께 직접 감사 인사를 드릴 수 있으니까요"라며 "아마 감정이 북받치는 순간이 되겠지만, 저와 클럽 모두에게 꼭 필요한 시간이라고 생각합니다"고 밝혔다.
토트넘은 4일 손흥민의 영상 편지도 공개했다. 손흥민은 "토트넘을 떠날 때 나는 한국에서 있었다. 그래서 제대로 작별 인사를 할 기회가 없었다"며 "12월 9일 런던에서 여러분을 다시 만날 예정이라 행복하다. 그날은 매우 감정적인 하루가 될 것이다. 곧 만나자"라고 말했다.
손흥민이 직접 선택한 벽화도 공개된다. 토트넘은 팬 자문위원회와 협력해 토트넘 하이로드에 손흥민의 유산을 기리는 벽화 작업에 들어갔다. 벽화는 레전드 중의 레전드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다.
2015년 여름 토트넘에 둥지를 튼 그는 토트넘 역사를 바꿔놓았다. 최고의 선물은 우승 환희였다. 2024~2025시즌 토트넘의 흑역사가 마침내 막을 내렸다.
손흥민이 주장으로 유로파리그(UEL)에서 우승컵을 선사했다. 2007~2008시즌 리그컵 정상 이후 17년 만의 환희였다. 유럽대항전은 1983~1984시즌 이후 41년 만의 우승이었다.
손흥민은 지난 8월 토트넘을 떠난 후 LA FC에서 활약을 이어가고 있다. 비록 정상 등극에는 실패했지만 13경기에서 12골 4도움을 올리며 미국 메이저리그사커(MLS)를 완벽하게 접수했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