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격의 1부 승격' 부천, 돈 안쓰고 이룬 '기적'? 좋은 감독의 장기 플랜이 만든 '작품'!

기사입력 2025-12-09 14:22


'감격의 1부 승격' 부천, 돈 안쓰고 이룬 '기적'? 좋은 감독의 장기…

'감격의 1부 승격' 부천, 돈 안쓰고 이룬 '기적'? 좋은 감독의 장기…

[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아무도 예상 못한 드라마였다.

개막 전 부천FC는 다크호스 정도로 분류됐다. 지난 시즌 8위에 머물렀던 부천은 잘해야 플레이오프(PO)권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인천 유나이티드-수원 삼성이라는 '절대 2강'에 경험치를 쌓은 서울 이랜드, 예산을 확대한 전남 드래곤즈, '회장사' 부산 아이파크 등의 틈바구니를 뚫기는 쉽지 않아 보였다.

하지만 이영민 부천 감독의 생각은 달랐다. 그는 올 시즌을 '승격 도전의 해'로 삼았다. 예년보다 예산이 늘어난 것은 아니지만, 이제 한번쯤 승격을 노려볼만 하다는 계산을 내렸다. 마지막 퍼즐로 검증된 외인 영입에 주력했다. 기존의 '에이스' 바사니에 몬타뇨, 갈레고라는 K리그 적응을 마친 외국인 공격수들을 더했다. 무엇보다 선수들의 마음가짐을 다르게 했다. 'PO'가 아닌 '승격'이라는 정확한 목표를 부여했다. 이를 위해 기존의 수동적인 축구가 아닌, 능동적인 축구로 전환하며 준비를 마쳤다.

이 감독의 선택은 주효했다. 공격적인 축구로 무장한 부천은 초반부터 치고 나갔다. 물론 한때 7위까지 내려가는 등 위기도 있었지만, 꾸준히 4~5위권을 유지했다. '겨울 축구' 진출에만 만족하지 않았다. 승격이 목표인만큼, 막판 스퍼트를 통해 최종 순위를 3위까지 끌어올렸다. 준PO를 거치는 것과 PO에 바로 나서는 것은 차이가 컸다. 부천은 결국 창단 후 최고 성적으로 K리그2 PO 직행에 성공했다.


'감격의 1부 승격' 부천, 돈 안쓰고 이룬 '기적'? 좋은 감독의 장기…

'감격의 1부 승격' 부천, 돈 안쓰고 이룬 '기적'? 좋은 감독의 장기…
이제 다음 목표는 단 한번도 이루지 못한 승강 PO 진출이었다. 부천은 지금껏 총 4번의 PO 무대를 경험했지만, 단 한차례도 다음 라운드에 오르지 못했다. 고비였다. 상대는 원정에서 '4위' 이랜드를 1대0으로 제압하고 뒤집기에 성공한 '5위' 성남FC였다. 부천은 성남의 투혼에 막혀 고전했다. 하지만 끝까지 집중력이 무너지지 않았고, 0대0 무승부를 거두며 처음으로 승강 PO 무대를 밟았다.

기세를 탄 부천에게 거칠 것은 없었다. K리그1 10위 수원FC를 만난 부천은 최고의 경기력을 펼쳤다. 폭설로 경기가 연기되는 변수도 있었지만, 부천은 흔들리지 않는 모습으로 수원FC를 압도했다. 1차전에서 1대0으로 승리한 부천은 2차전에서도 3대2로 웃으며, 합계 4대2로 창단 첫 승격에 성공했다. K리그2 원년 멤버 중 마지막으로 승격의 감격을 누렸다. 부천은 2022년 대전하나시티즌에 이어 3년 만에 승강 PO에서 승리한 K리그2 팀이 됐다.

누군가에게 부천의 승격은 만년 하위팀의 '동화'일 수 있다. 부천은 K리그2에서도 적은 예산을 쓴다. 2024년 한국프로축구연맹이 발표한 연봉 공개에서도 34억4900만원으로 13개 팀 중 10위에 머물렀다. 투자가 성적과 비례하는 것은 아니지만, 부천에 앞서 승강 PO에서 마지막으로 승리한 K리그2 팀들이 모두 기업구단이었다는 것을 감안하면, 결국 승격의 중요한 조건은 돈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렇다할 스타 플레이어도 없이, 얇은 스쿼드로 K리그1, 2의 강호들을 모두 제쳐낸 부천의 행보는 '기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감격의 1부 승격' 부천, 돈 안쓰고 이룬 '기적'? 좋은 감독의 장기…

'감격의 1부 승격' 부천, 돈 안쓰고 이룬 '기적'? 좋은 감독의 장기…
하지만 부천의 승격을 단순히 기적으로 치부하기에는, 놓쳐서는 안될 중요한 포인트가 있다. 부천은 2021년 고양 국민은행, FC안양, 안산 그리너스, 중국 여자 U-19 대표팀 등에서 코치와 감독대행으로 있던 이영민 감독을 선임했다. 당시 부천SK의 레전드였던 이을용 전 경남 감독과 함께 최종 후보에 올랐는데, 부천은 이영민 감독의 육성 능력에 높은 점수를 주며 주변의 반대를 뿌리치고 기회를 줬다. 이 감독은 부임 첫 해 최하위에 머물렀지만, 울산 스카우트 시절부터 눈여겨 본 젊은 재능들을 대거 데려오며 세대교체의 초석을 다졌다.

이 감독은 안재준 이동희(이상 포항) 서명관 조현택(이상 울산) 오재혁(제주) 김강산(대구) 등과 같은 재능들을 키워내며, 2022년 4위, 2023년 5위로 PO 진출에 성공했다. 거액의 이적료까지 챙겼다. 물론 이 과정에서 핵심 자원들이 대거 이탈하며, 매 시즌 리빌딩을 해야 하는 부담이 있었다. 터닝 포인트는 2024시즌이었다. 비록 PO 진출에는 실패했지만, 스쿼드 변화의 폭이 줄어들었고, 그간 쌓아온 토대가 어느정도 완성되기 시작했다. 부천의 힘을 확인한 이 감독은 2025년 외인과 공격축구라는 승부수를 통해 승격을 이끌었다. 부천의 승격은 1, 2년만에 이루어진 일이 아니다. 장기적인 모델을 세운, 팀의 신뢰를 받은, 좋은 감독의 플랜이 만든 '작품'인 셈이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Copyright (c) 스포츠조선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Copyright (c) 스포츠조선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