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선수 이적과 관련해 인종차별, 성차별 논란에 휩싸인 남아공 대표팀의 휴고 브로스 감독이 결국 고개를 숙였다고 SABC 등 남아공 매체들이 16일(한국시각) 전했다. 브로스 감독은 기자회견에서 "이번 일로 내 가족 뿐만 아니라 자녀, 손주까지 고통 받았다"며 "나는 알제리, 카메룬에 이어 지난 4년 간 남아공에서 유색인종 선수들과 함께 일해왔다. 그들에게 물어보면 어떤 이는 '형편없는 감독'이라고 할 수도, 어떤 이는 '좋은 감독'이라고 할 수도 있다. '고집이 세다'는 말을 할 수도 있지만, 아무도 나를 '인종차별주의자'라고 부르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브로스 감독은 2025 아프리카 네이션스컵을 앞두고 미국 메이저리그사커(MLS) 시카고 파이어 이적 문제로 소집에 늦은 차세대 수비수 음베케젤리 음보카지(20)와 그의 여성 에이전트를 거칠게 비난했다. 그는 음보카지의 이적에 대해 "내가 알기론 시카고는 강팀도 아니다. 대체 왜 거길 갔는지 모르겠다. 그 여자(에이전트)는 자기가 축구를 잘 안다고 생각하지만, 좀 더 똑똑했다면 (음보카지가) 네이션스컵, 월드컵 뒤에 더 좋은 팀으로 갈 수 있다는 걸 알았을 것"이라고 공개 저격했다. 이어 음보카지에 대해 "그는 나와 이야기를 나눌 때는 흑인이지만, 내 방에서 나간 뒤엔 백인처럼 행동한다"고 말했다.
AFP연합뉴스
◇사진출처=시카고 파이어 SNS
이를 두고 남아공 내부에서 논란이 일자 남아공축구협회(SAFA)는 직접 성명을 내고 '브로스 감독은 지난 4년 간 선수나 스태프 누구도 인종차별, 성차별적 문제를 야기하지 않았다. 브로스 감독이 선수들과 대표팀에 영향을 미치는 문제에 대해 솔직하게 접근하는 건 강점과 단결력 구축에 중요한 요소'라며 'SAFA와 선수, 스태프 모두 브로스 감독을 전적으로 지지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남아공 연립정부 내 소수당인 통합민주운동(UDM)은 인종차별 및 성차별을 문제 삼아 브로스 감독을 인권위원회에 고발했다. 결국 브로스 감독은 네이션스컵 개막을 1주일도 채 남겨두지 않은 시점에서 인권위 조사를 받게 됐다.
브로스 감독은 "음보카지는 지난 6월 대표팀에 합류하면서 소속팀 주전으로 자리 잡았다. 이후 그의 인생은 바뀌기 시작했다. 주변에 많은 친구들이 생겼다. 좋은 의도를 가진 친구도 있었겠지만, 그를 이용하려는 친구들도 있었다"며 "20세라는 어린 나이에 선수로 큰 관심을 받게 된다면, 그가 잘못된 결정을 내리지 않도록 조언해 줄 이가 필요하다. 지난 10월 짐바브웨전에서 퇴장 당한 건 잘못 중 하나였고, 내 지도가 충분치 않다고 느낀 계기였다"고 발언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음보카지가 대표팀 훈련에 늦게 도착한 것에 화가 났지만, 주변 몇몇 이들이 그 일을 정당화하려 한 게 더 화가 났다"며 "(음보카지에 대한 발언은) 내가 가진 아버지로서의 본능이 발동했다. 그가 잘못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재능과 겸손을 갖췄지만 어리고 경험이 부족한 음보카지가 적절한 지도를 받지 못해 성장하지 못한다면 너무 안타까운 일"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내 단어 선택이 적절하지 않았다는 점을 인정하고, 사과한다. 하지만 결코 인종차별이나 성차별을 하려는 의도는 없었다. 나는 인종차별주의자도, 성차별주의자도 아니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