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K리그의 외국인 트렌드는 '구관'이다. 새로운 선수 보다 K리그 적응을 마친 선수들을 선호했다. 성공 확률을 높이기 위해서였다. 이 과정에서 유니폼을 갈아 입고, 눈부신 성과를 거둔 외인들이 생겼다.
부천FC의 승격을 이끈 바사니가 대표적이다. 2023시즌 수원 삼성을 통해 K리그에 입성한 바사니는 기대와 달리 아쉬운 모습을 보였다. 22경기에 출전, 3골-1도움에 그쳤다. 수원은 바사니와 미련없이 결별을 택했다. 이영민 부천 감독이 곧바로 손을 내밀었다. 사실 이 감독은 바사니가 수원에 가기 전부터 주목했다. 몸값이 맞지 않아 입맛만 다신 이 감독은 바사니가 이적시장에 나오자 재빨리 부천 유니폼을 입히는데 성공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2024시즌 35경기에 출전해 11골-7도움을 올리며 부천의 에이스로 떠오른 바사니는 2025시즌에는 더욱 원숙한 경기력을 보였다. 무려 14골-6도움을 기록했다. 바사니는 중요한 순간 더욱 빛났다. 수원FC와의 승강 플레이오프 1, 2차전에서 모두 득점포를 가동했다. 기록한 2골 모두 결승골이었다. 바사니의 활약 속 부천은 창단 첫 1부 승격에 성공했다.
수원에서 애매한 포지션에 서며 자신의 장기를 발휘하지 못했던 바사니는 이 감독의 맞춤 전술 아래 펄펄 날았다. 스리톱의 오른쪽 윙포워드로 기용된 바사니는 역습 시 투톱에 가깝게 위치를 바꾸며, 자유롭게 볼을 받았고, 상대 압박에서 벗어난 바사니는 창의성을 마음껏 펼쳤다. 킬패스는 물론 마무리 솜씨까지 보이며, 부천의 공격을 이끌었다.
부천은 바사니 외에 전남 드래곤즈와 서울 이랜드에서 그저 그런 모습을 보인 몬타뇨와 강원FC와 제주SK에서 빛을 보지 못했던 갈레고가 모두 터지며 '외인 효과'를 톡톡히 누렸다. 몬타뇨는 12골을 넣었고, 갈레고도 5골-4도움을 기록했다.
윌리안 역시 새로운 팀에서 부활했다. 올해 전반기 FC서울에서 7경기에서 1도움에 그쳤던 윌리안은 여름 이적시장을 통해 수원FC로 팀을 옮긴 뒤 펄펄 날았다. 11경기에서 8골-2도움을 올렸다. 비록 아쉽게 부상으로 시즌 막판 팀에 기여하지 못했지만, 수비 부담을 줄여주고 윌리안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동선을 짜준 김은중 감독의 배려 속에서 최고의 모습을 보였다. 공교롭게도 수원FC에서 서울로 떠난 안데르손은 17경기에서 1골-2도움에 그치며 대조를 이뤘다.
레안드로도 전남에서 성남FC로 이적한 후 좋은 모습을 보이며 팀의 플레이오프 진출에 일조했고, 전북 현대에서 대전하나시티즌으로 팀을 옮긴 에르난데스도 부상 없이 자신의 기량을 뽐냈다. '꺼진 외인도 다시 봐야 하는' K리그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