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이민성호가 역사상 처음으로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아시안컵에서 중국보다 낮은 성적을 기록하는 흑역사를 썼다.
대한민국 U-23 축구대표팀은 20일(이하 한국시각) 사우디아라비아의 제다의 킹 압둘라 스포츠 시티 홀 스타디움에서 열린 일본과의 대회 준결승에서 0대1로 패하며 결승 진출에 실패했다. 같은 날 중국에 0대3 완패한 베트남과 24일 3-4위전을 펼친다.
조별리그 최종전 우즈베키스탄전(0대2 패)에 이어 또 한 번 졸전을 펼쳤다. 결과적으로 한층 나은 경기력을 보인 8강 호주전(2대1 승)은 우연에 가까웠다. 일본 앞에서 다시 한번 이민성호 코치진의 무능과 선수들의 실력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선발 라인업부터 틀려먹었다. 호주전과 동일했다. '호주전에서 잘했으니 한번 더 같은 라인업으로 승부 본다'라는 계획으로 보였다. 호주전에서 뒷공간 패스를 받아 원더 선제골을 넣은 백가온(부산)이 또 선발 출전했다. 하지만 이는 상대팀의 전술과 스타일을 고려하지 않은 선택이었다. 일본은 처음부터 뒷공간을 내줄 생각이 없었고, 뒷공간을 내주는 팀도 아니었다. 게다가 일본은 이미 호주전 분석을 통해 이민성호의 제1 공격 옵션을 파악해둔 상태였다. 롱볼 패스 전략이 통할리 만무했다.
사진제공=대한축구협회
이민성호 코치진 역시 일본을 분석했을 텐데, 경기날까지 상대 약점을 찾지 못한 듯했다. 평균연령이 약 두 살 어린 일본을 상대로 전반 슈팅수는 1-10, 그야말로 압도를 당했다. 패스 플레이로 풀어나오는 일본의 공격에 대책없이 끌려다녔다. 압박은 통하지 않았다. 파울로 어렵사리 상대 흐름을 끊어내기 바빴다. 이 감독은 압박 위치가 조금 더 높았어야 한다며 아쉬워했다.
선수들은 흔들렸다. 기술 지역에서 지휘하던 이 감독은 감기 몸살 증세 때문인지, 혹은 무기력한 경기력에 대한 실망감 때문인지, 어느샌가 벤치에 털썩 앉았다. 이경수 염기훈 코치가 대신 선수들에게 지시사항을 전달했지만, 달라지는 건 없었다.
골키퍼 홍성민(포항)의 골킥은 허무하게 사이드라인 밖으로 벗어났다. 센터백 신민하(강원)는 무턱대고 전진수비를 펼쳐 뒷공간 패스를 허용하는 잘못된 습관을 또 드러내며 위기를 자초했다. 미드필더에서 공격으로 나아가는 패스는 뚝뚝 끊겼다. 공격수들은 고립됐다. 일부 대학생 선수가 출전한 일본을 상대로 '프로형'다운 경험적 우위는 전혀 보이지 못했다. K리그 22세이하 의무출전이 얼마나 허울뿐인 규정인지를 선수들이 몸소 보여줬다. 도리어 일본이 23세, 한국이 21세 이하 선수로 구성된 것 같았다.
사진제공=대한축구협회
전반 36분엔 '대학생 수비수' 고이즈미 가이토에게 코너킥 상황에서 선제골까지 내주는 최악의 상황에 직면했다. 일차적으로 골문 앞에 높이 뜬 공을 누구도 클리어링하지 못했고, 홍성민은 골문으로 날아오는 헤더를 상대 선수 앞으로 쳐내는 우를 범했다. '환장의 콜라보'였다. 이로써 한국은 조별리그 첫 경기인 이란전(0대0 무)에서 무실점한 이후 4경기 연속 실점을 내줬다.
후반전엔 그나마 일본의 약점을 파고들어 경기 주도권을 가져왔고, 몇 차례 위협적인 찬스를 만들었다. 전체 슈팅수 차이도 8-12까지 좁혔다. 하지만 골문은 한국을 외면했다. 장석환(수원)의 중거리슛은 골대를 때렸고, 후반 추가시간 조커 김태원(카탈레 도야마)의 슛은 옆그물을 흔들었다. 경기는 그대로 0대1, 한국의 패배로 끝나면서 2020년 태국대회 이후 6년만에 우승 도전이 무산됐다. 한국의 이번 대회 유효슛은 15개로 전체 7위다. 유효슛이 경기당 평균 3개에 그쳤다. 반면 가장 많은 29개를 기록한 일본은 대회 최다골로 결승행 티켓을 따냈다.
지난해 U-23 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이민성 감독은 부임 후 '무득점 패전 리스트'에 사우디아라비아, 중국, 우즈베키스탄에 일본을 추가했다. 이번 대회에선 총 5경기에서 2승2무1패, 6득점 6실점에 그쳤다. 결승행에 실패한들 이상하지 않은 성적이다.
이민성 감독 사진캡처=아시아축구연맹 홈페이지
U-23 대회에서 처음으로 중국보다 낮은 성적을 기록했다게 더 충격적이다. 2013년 초대대회부터 지난 2024년 대회까지 단 한 차례도 조별리그 이상의 성적을 거둔 적 없는 중국은 베트남전 포함 '늪 축구'로 처음 결승에 올랐다. 중국 축구가 아시아 무대에서 결승에 오른 건 2004년 이후 22년만이다.
이번 대회에선 중국과 직접 맞붙진 않았지만, 객관적 지표에서 우위를 점했다고 보긴 어렵다. 중국은 5경기에서 3승2무, 한 번도 패하지 않았다. 총 4골을 넣고 참가팀 중 유일하게 전 경기 무실점을 기록했다. 총 슈팅수도 한국이 48개, 중국이 47개, 고작 1개 차이였다. 토너먼트에서 직접 격돌했다면 무조건 승리했을 거라고 확신할 수 없다.
중국이 일본과 우승컵을 다툴 때, 한국은 베트남과 3위를 가린다. 단순히 이번 대회를 오는 9월 개막하는 2026년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을 준비하는 과정쯤으로 여겨선 안된다. '발전된 모습, 이기는 습관, 우승 타이틀'없이 이민성호가 팬들의 응원을 받긴 어렵다. 2028년 LA올림픽 본선 관문은 더 좁다. 아시아에 할당된 티켓은 2장이다. U-23 아시안컵이 올림픽 예선을 겸했다면, 한국은 이미 탈락이다. 일본처럼 U-21팀으로 출전했다면 올림픽을 내다본 미래의 팀이라는 그럴싸한 핑계거리라도 있다. 하지만 이 감독은 올림픽보단 아시안게임에 초점을 맞춘 팀을 구성했다. 한국 축구는 지금 현재와 미래를 모두 놓치고 있는게 아닐까. 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