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유럽 축구계에서 하루가 멀다하고 동양인을 비하하는 인종차별 행위가 벌어지고 있다.
10일(이하 한국시각) 네덜란드 에이르스터디비시(2부) 소속 덴보스 구단에 따르면, 구단 소속 중국인 미드필더 왕보하오(21)는 지난 8일 네덜란드 탈뷔르흐의 코닝 빌럼II 스타디온에서 열린 빌럼II과의 2025~2026시즌 리그 30라운드에서 인종차별을 당했다.
네덜란드, 중국 매체는 왕보하오가 후반 38분쯤 한 빌럼II 관중으로부터 '슬랜트아이(slant-eye)'를 당했다. 양 검지로 눈을 찢는 '슬랜트아이'는 동양인의 작은 눈을 비하하는 대표적인 인종차별 행위로 여겨진다.
지난해 전북 현대 코치 타노스가 전북-대전전 도중 경기를 관장한 김우성 주심에게 '슬랜트아이'를 해 국내 축구팬에게 널리 알려진 행위다. 일각에선 인종차별 행위를 한 '가해자' 타노스 코치를 인종차별 낙인이 찍힌 '피해자'로 둔갑시켰지만, 한국프로축구연맹은 타노스 코치의 행동이 인종차별에 해당한다고 판단해 5경기 출전정지와 2000만원 제재금 징계를 내렸다. 타노스 코치는 심리적 고통을 호소하다 시즌 후 팀을 떠났다.
덴보스 구단은 공식 성명을 통해 "때로는 축구에 관한 이야기일 수 있지만, 안타깝게도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며 "지난 일요일 우리 선수 왕보하오에게 매우 안타까운 일이 일어났다. 고통스러운 일이다. 그에게도, 그저 축구를 하고 싶거나 보고 싶은 모든 사람에게도 고통스러운 일이 발생했다. 왕보하오만 이런 일을 겪은 것은 아니다. 우리는 그와 함께한다. 그리고 이런 일을 겪은 모든 선수와 함께한다"라고 밝혔다.
이어 "아시아인이라는 이유로 선수를 비하하는 것은 농담이 아니고, 라이벌 의식과도 아무런 관련이 없다. 이는 명백한 인종차별이다. 따라서 빌럼II 구단이 해당 사건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구단 관계자와 소통하며 조치를 취한 행동을 환영한다"라고 했다.
빌럼II 구단도 "지난 일요일 구단 선수에게 인종차별적 행위가 발생했다. 구단은 이 사건을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라고 공식 성명을 통해 밝혔다.
"우리 구단은 덴보스 구과 왕보하오 선수에게 사과했다"며 "인종차별은 그 어디에도 발붙일 곳이 없다. 축구계에서도, 경기장에서도, 우리 사회에서도, 어디서든 마찬가지다. 빌럼II은 유대감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모든 사람이 경기장 안팎에서 환영받고 안전하다고 느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사건 가해자가 누군지 특정됐다. 구단은 카메라 영상과 진술을 바탕으로 이번 사건을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으며, 적절한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며 "빌럼II는 모든 형태의 인종차별과 차별에 강력히 반대한다. 서포터, 파트너, 그리고 모든 관계자와 함께 모두를 위한 안전하고 존중받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
중국 포털 '시나닷컴'은 왕보하오의 인종차별 피해 사건을 조명했다. 이 매체는 "중국 선수들이 해외에서 뛰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다. 왕보하오가 겪은 인종차별 사건은 중국 축구계에 중대한 사건"이라고 보도했다. 왕보하오는 지난 1월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열린 2026년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아시안컵에 중국 대표로 참가해 깜짝 준우승을 이끈 멤버다.
'시나닷컴'은 과거 중국 축구대표팀 공격수 우레이가 스페인 에스파뇰 입단식에서 한 유럽 팬으로부터 '슬랜트아이'를 당했지만, 구단 측에서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아 중국팬이 분노했다고 전했다.
중국에서 떠오르는 유망주인 완샹도 세르비아에서 인종차별을 겪었다고 소개했다. 완샹은 중국 방송 'CCTV'와의 인터뷰에서 팀 동료들이 고의로 자신의 가방을 숨기는 등 장난을 치고, 라커룸에 자리가 없어 구석에 앉아야 하는 등 힘든 시간을 보냈다고 털어놨다.
DAZN SNS
동양인 차별은 유럽에서 뛰는 아시아 선수들이 종종 겪는 일이다. 지난 7일, 스페인 레알 소시에다드 B팀에서 뛰는 센터백 키타 카즈나리는 카스테욘과의 경기 도중 상대 선수로부터 인종차별적 폭언을 들었다. 심판 보고서에 따르면, 카스테욘 소속 스페인 출신 선수인 알베르토 히메네스는 일본인인 키타에게 '빌어먹을 중국인(치노)'이라고 말했다. '치노'는 '동양인은 모두 똑같이 생겼다'라는 몰상식한 편견에서 비롯된 인종차별적 표현이다.
대한민국 천재 미드필더 이강인(파리생제르맹·PSG)은 지난 2024년 11월 PSG 공개 훈련 중 한 팬으로부터 '가자, 치노'라는 인종차별 발언을 들었다. 이에 PSG 구단은 '이강인에게 인종차별을 한 팬은 영구 제명됐다'라고 발표했다. 마요르카에서 뛰던 시절엔 당시 소속팀 감독인 하비에르 아기레(현 멕시코 대표팀)가 이강인을 '치노'라고 불러 한국팬의 뭇매를 맞기도 했다.
'황소' 황희찬(울버햄튼)은 2024년 7월 이탈리아 클럽 코모와의 프리시즌 친선경기 도중 상대 선수로부터 '재키 찬'(성룡)이라는 말을 들었다. 재키 찬은 홍콩 출신 유명 배우로, 이 역시 동양인 비하 의미를 담고 있다. 해당 선수는 10경기 출장정지 징계를 받았다.
SNS
같은 해 손흥민(LA FC)도 인종차별 피해를 봤다. 토트넘 동료였던 호드리고 벤탄쿠르가 한 우루과이 방송에서 "손흥민 사촌 유니폼을 가져다줘도 모를 거다. 손흥민이나 그의 사촌이나 똑같이 생겼다"라고 말했다가 영국축구협회(FA)로부터 7경기 출전정지 징계를 받았다.
이강인은 과거 한 유튜브 방송에서 "(유럽)어디를 가든 중국인이 많아 동양인에게 '치노'라고 한다"라고 토로힌 바 있다. 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