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찐형제 모먼트'다. 화성FC 간판 윙백 김대환(22)은 지난 8일 화성종합경기장에서 열린 김해FC와의 '하나은행 K리그2 2026' 2라운드에서 후반 막바지 팀 동료 겸 친동생 김범환(20)에게 공간 패스를 찔렀다. 공을 잡은 김범환은 수비수가 따라붙자 조급한 마음에 수비수를 맞출 생각으로 킥을 시도했지만 자기 발에 맞고 라인 밖으로 나갔다. '형이 찔러주고 동생이 골을 넣는' 축구 형제의 합작품은 그렇게 완성되지 못했다.
해당 장면에 대한 형의 '잔소리'는 한 스푼 정도였다. 이날 프로 데뷔전을 성공리에 치러낸 동생에 대한 속마음은 따로 있었다. "프로 첫 경기인데 생각보다 잘해서 놀랐다"라고 했다. 김범환은 "차두리 감독님이 주문한대로 수비 뒷공간을 공략하고, 수비에 기여하기 위해 애를 썼다. (추가시간 포함)16분이란 시간이 데뷔전 치고 짧다고 볼 수 있지만, 데뷔했다는 것 자체에 의미를 부여하고 싶다. 형과 같이 뛰어서 더 좋았다"라며 웃었다.
이날 우측 윙백으로 선발 출전한 김대환은 팀이 페트로프의 멀티골로 2-0 앞선 후반 33분 페트로프와 교체투입한 김범환과 12분 남짓 함께 뛰었다. 동북중에서 짧게 호흡을 맞춘 형제는 약 6년만에 다시 같은 유니폼을 입고 같은 공간을 누볐다. 김대환은 "서로 같은 프로팀에서 뛸 거라는 생각을 못했다"라고 했다. 울산 HD 소속 공격수인 김범환이 올 시즌을 앞두고 형이 몸담은 화성에 임대오면서 동반 출전의 '꿈'의 이뤄졌다. 김범환은 "형이 차두리 감독님과 화성에 대해 이야기를 해준 게 이적하는데 영향을 미쳤다. 차 감독님이 어린 선수 기용을 선호하고 훈련에서 배우는 게 많을 거라고 조언해 줬다. 실제로 와보니 잘 온 것 같다. 특히 차 감독님의 변함없는 에너지가 인상적"이라고 했다.
사진=김대환 제공
출처=화성FC
형제는 축구를 좋아하는 부친의 손을 잡고 유년 시절부터 같이 공을 찼다. 형이 먼저 엘리트 축구선수의 길을 걸었다. 화가가 꿈이었던 동생은 '축구를 잘하는 형'이 뛰는 경기장 옆에서 리프팅을 하다가 '스카웃'이 됐다. 그 이후로 형제는 나란히 프로 선수가 되기 위해 밤낮없이 노력했고, 마침내 꿈을 이뤘다. 김범환은 "어릴 적 부모님이 맞벌이해 조부모님이 우리를 키우다시피 했다. 내가 데뷔전을 한 경기에 할머니, 할아버지가 오셨는데, 할아버지가 눈물을 흘리셨다고 전해들었다. 할머니는 '그동안 너희가 고생이 많았어. 축하해'라고 해주셨다. 나도 울컥했다"라고 했다. 그래도 같은 집에서 사는 형의 축하만큼 따뜻한 건 없었다. 형은 동생이 걷는 길을 똑같이 걸었다. 둘은 앉아서 한참을 경기에 관한 이야기만 나눴다고 한다.
제주에서 프로데뷔한 김대환은 2025시즌 화성에서 본격적으로 주전으로 뛰기 시작했다. 지금은 K리그2에서 손꼽히는 윙백 자원으로 평가받는다. 김범환은 "어릴 땐 내가 각급 연령별 대표도 다녀오고 스포트라이트를 좀 더 받은 것 같다. 하지만 작년부터 형이 뛰는 모습을 보면서 많은 걸 보고 느꼈다. 그간 부족했던 체력, 근성을 키우기 위해 부단히 애쓰고 있다"라고 했다. 김대환은 "나도 어릴 때 축구를 잘한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동생쪽으로 신체(DNA)가 몰리긴 했다. 그래서 다른 쪽을 팠다"라며 웃었다. 김범환은 신장 1m88 장신 스트라이커이고, 김대환은 1m75다.
김성남-김강남-김형남부터 이어진 K리그 형제 선수의 계보는 이범영-이범수, 홍정남-홍정호, 이재권-이재성, 박선주-박선용, 이상호-이상돈, 이창근-이창훈, 이태석-이승준 등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형제 선수가 같은 팀에서 뛰는 건 역사적으로 드물다. 더욱이 형제가 골을 합작하는 건 희귀하다. 김대환-범환 형제는 포지션상 골을 합작할 가능성이 있다. 김대환은 "내가 크로스를 올리고 동생이 발리로 마무리하는 그림을 그리고 있다"라고 했다. 김범환은 "골을 합작하기 위해선 우선 내가 경기에 나서야 한다"라고 마음을 다잡았다. 더 큰 꿈은 '동반 국대 발탁'이다. 김대환은 "같은 프로팀에서 뛸 줄 상상도 못했듯이, 서로 위치에서 열심히 노력하면 언젠가 국가대표팀에서도 같이 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