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이란에서 '탈출'해 태국 무대에 새 둥지를 튼 전 국가대표팀 풀백 이기제(35·방콕 유나이티드)가 데뷔전에서 씁쓸한 패배를 맛봤다. 데뷔전이 고별전이 될 가능성도 있다.
이기제는 15일(한국시각) 태국 방콕 라자망갈라스타디움에서 열린 감바 오사카(일본)와의 2025~2026시즌 아시아챔피언스리그2(ACL2) 준결승 2차전 홈 경기를 통해 새 소속팀 방콕 유나이티드 데뷔전을 치렀다. 지난 13일 입단 공식 발표가 이뤄진지 이틀만이다. 지난달 '이란 전쟁' 속 이란 클럽 메스 라프산잔을 떠나 안전하게 귀국한 이기제는 레프트백 강화를 노린 방콕 유나이티드의 영입 제안을 받고 태국으로 향했다. 오는 6월까지 3개월 단기계약으로 알려졌다.
방콕 구단은 '감바와의 ACL2 동부 지구 결승전을 앞두고 전력 강화를 위해 대한민국 국가대표 출신 레프트백 이기재 영입에 합의했다. 이기제는 방콕의 왼쪽 윙 포지션을 강화할 것으로 기대된다'라며 '이기제는 방콕에 합류하기 전인 지난 1월 이란 리그의 메스 라프산잔으로 이적해 5경기 풀타임 출전했다. 그러나 이란의 소요 사태로 리그가 무기한 중단되면서 안전상의 이유로 귀국을 결정했고, 최종적으로 방콕에 합류하게 됐다'라고 밝혔다. 등번호는 23번을 달았다.
이기제는 공식 발표가 이뤄지기 1~2주 전에 방콕 선수단에 합류해 훈련에 임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데 라프산잔과의 계약해지 과정에서 시간이 지연되면서 지난 8일에 열린 감바와의 ACL2 준결승 1차전 원정경기를 놓쳤다. 방콕은 당시 무센 알 가사니의 페널티킥 결승골을 지켜내며 1대0 승리, 결승 진출에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 2차전을 앞두고 왼쪽 수비 공백을 메워줄 '베테랑' 이기제까지 영입하며 기대감을 더욱 높였다. 일종의 '승부수'였다. 이기제는 K리그 수원 삼성에서 뛰기 전 일본 무대도 경험했다.
하지만 방콕의 ACL2 우승 꿈은 와르르 무너졌다. 전반 19분 야마시타 료야, 39분 이삼 제발리에게 연속 실점하며 전반을 0-2로 마쳤다. 방콕은 후반 37분 메시노 료타로에게 쐐기골을 헌납하며 0대3으로 패했다. 1, 2차전 합산 1대3 스코어로 결승 티켓을 놓쳤다. 홈 경기라 패배가 주는 충격파가 더 컸다.
이날 이기제는 교체명단에 이름을 올려 투입을 기다렸다. 완차이 자루농크란이 레프트백으로 선발 출전했다. 팀이 0-2로 끌려가던 후반 19분에야 자루농크란을 대신해 이기제가 투입됐다. 이기제는 26분 동안 16개의 패스(성공률 87.5%), 지상경합 성공 2회, 크로스 성공 1개, 찬스 생성 1개, 태클 2개, 클리어링 1개 등 자기 역할을 톡톡히 했지만, 이미 승부가 기운 상황이었다. 후반 37분에는 방콕 수비진이 침투 패스 한 번에 무너지며 쐐기골을 허용했다.
이기제는 방콕이 ACL2 결승에 오를 경우 준결승 2경기와 결승전까지 최대 3경기를 뛸 예정이었다. 하지만 서류 문제로 ACL2 준결승 1차전 경기를 놓쳤고, 팀도 결승 진출에 실패하고 말았다. 태국 리그는 지난달 이미 선수 등록이 마감돼 태국 리그에도 나설 수 없다. 결국, 감바전 한 경기를 '알바'로 뛴 셈이 됐다. 현 계약서에 방콕과 계약 연장 옵션이 포함됐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현재로선 이번 여름 K리그 등 새로운 둥지를 물색할 가능성이 커보인다.
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