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국제축구연맹(FIFA)이 인종차별을 당한 한국인 인플루언서를 멕시코전에 공식 초청했다.
FIFA는 17일(이하 한국시각) 성명을 통해 "윤수진씨(활동명 이노냥)가 19일 과달라하라에서 열리는 한국-멕시코의 경기 초청을 수락해 매우 기쁘다"며 "경기 당일은 국제 혐오 표현 반대의 날(현지시간 18일)로 윤씨와 함께 존중과 포용의 메시지를 전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논란은 지난 12일 멕시코 과달라하라 인근 사포판의 에스타디오 과달라하라에서 열린 체코와의 경기에서 발생했다. 한국이 기분 좋게 2대1로 승리한 그 장소에서 인종차별이 발생했다.
당시 경기장을 찾은 윤씨가 자신의 SNS(소셜미디어)에 해당 영상을 공개했다. 영상에는 한 멕시코 남성이 카메라를 향해 웃으며 손을 흔들다가 갑자기 양쪽 눈을 찢는 동작을 하는 모습이 담겼다. 이는 '슬랜트아이(slant-eye)'로 불리며, 동양인을 비하하는 대표적인 비하 제스처로 알려져 있다.
파문은 커졌다. 현지에서도 난리가 났다. 신상까지 공개됐다. 네티즌 수사대가 나선 결과, 해당 남성은 할리스코주 측량·지리공학자 협회 회장인 울리세스 페르난도 베르날 미라몬테스로 밝혀졌다. 가해자로 지목된 남성이 단체를 이끄는 인물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은 더욱 커졌다.
멕시코 매체 '메디오티엠포'도 '할리스코주 측량·지리공학자 협회장인 미라몬테스가 인종차별적 제스처로 한국 축구팬을 조롱했다'며 '일부 팬들은 SNS를 통해 미라몬테스의 행동을 비난했다'고 전했다.
멕시코인들은 곧바로 사과의 뜻을 전했다. 한 멕시코 팬은 '북중미월드컵에서 멕시코 사람들의 이미지를 나쁘게 만들고 있다'고 했고, 또 다른 이는 '그가 멕시코인이라는 게 역겹다', '그를 직위에서 해임하라'고 비판했다.
논란이 커지자, 네티즌들은 영상 속 남성의 것으로 추정되는 SNS 계정들을 찾아냈다. 거센 비난을 퍼부었다. 결국 해당 계정들은 비공개로 전환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에서도 난리가 났다.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는 공개 사과를 촉구했다. 서 교수는 14일 자신의 SNS를 통해 '많은 누리꾼의 제보로 알게 됐다'며 분노했다. 서 교수는 '지구촌이 하나 되는 월드컵 현장에서 이런 일이 발생하는 건 있을 수 없다'며 '미라몬테스는 공개적으로 사과해야 하며, 국제축구연맹(FIFA)도 반복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치권에서도 외교 당국이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결국 해당 남성은 여론의 거센 뭇매를 맞고 고개를 숙였다. 미라몬테스 회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사과 영상을 올리며 "외국인이 멕시코를 찾았을 때 집처럼 편안함을 느끼기를 바랐는데, 나는 정반대 행동을 했다"고 했다. 이어 "해당 인플루언서를 비롯해 한국인 공동체, 그리고 나의 행동에 실망한 멕시코 동포들에게 진심으로 사과한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자신이 맡고 있던 할리스코주 측량·지리공학자 협회장직에서도 사퇴한다고 발표했다. 그는 "소속기관에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 오늘 사직서를 제출했다"며 "이번 일은 전적으로 개인적인 행동이며, 그에 따르는 결과와 책임을 온전히 감당하겠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그는 한국인 인플루언서에게 직접 연락을 취해 사과의 뜻을 전할 방법을 찾고 있다고 전했다.
관련 논란이 확산하자 FIFA는 즉각 대응에 나섰다. "인종차별 행위자의 신원을 확인하고 입장권 계정을 차단했다"며 "모든 형태의 인종차별을 강력하게 규탄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공교롭게도 한국의 다음 상대는 멕시코. FIFA는 발빠른 조치로 해당 사태를 발빠르게 정리하는 모습이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