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포판(멕시코)=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이래서 등번호 트릭이 필요한 걸까.
하비에르 아기레 멕시코 축구대표팀 감독은 18일(이하 한국시각) 멕시코 과달라하라 인근 사포판의 에스타디오 과달라하라 기자회견실에서 진행한 한국전 사전 기자회견에서 두 명의 한국 선수 이름을 등번호로 대신했다.
아기레 감독은 19일 같은 경기장에서 열리는 2026년 북중미월드컵 조별리그 A조 2차전 상대팀인 한국 선수에 대한 전반적인 평가를 하던 중 '숫자'를 언급했다.
그는 "손흥민은 속도가 정말 빠르다. '18번'은 (지난해 9월)우리와 평가전에서 득점을 했고, 직전 체코전에서도 골을 넣었다. 매우 직선적이다. 그들에게 공간을 주면 체코를 상대한 것처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월드컵대표팀 등번호 18번은 공격수 오현규(베식타시)다.
아기레 감독은 '18번'과 '19번'을 잇달아 언급하며 국내 취재진에게 잠시 혼란을 안겼다. 등번호 18번을 달다 지난해 19번으로 바꾼 애제자 이강인(파리생제르맹)에 대해 언급하는 것으로 추측된다. 하지만 '직선적'이라는 표현은 자유 분방하게 움직이는 플레이메이커 이강인과는 잘 맞지 않는 단어다.
아기레 감독은 이어 "한국과 체코전은 무승부로 끝날 것 같은데, '6번'이 어시스트를 하면서 (역전)골을 넣었다. '6번'과 윙어의 호흡이 좋아 보였다. 주의깊게 보고 있다"라고 말하면서 양 손가락으로 '6'을 만들어보였다. '6번'은 황인범이다.
그는 대표팀 주장 손흥민과 이강인의 이름은 또박또박 언급하면서 황인범과 오현규의 이름은 등번호로 대신했다. 국제적으로 손흥민 이강인보단 덜 알려졌을지 모르지만, 적어도 경계대상으로 지목했다면 풀네임은 몰라도 '황' '오' 정도는 언급을 했어야 한다.
오현규와 황인범은 멕시코 매체에 의해 '18번'과 '6번'으로 소개됐다. 황인범의 경우, 체코전을 마치고 거의 모든 멕시코 주요 매체가 풀네임을 적으며 활약상을 조명했다. 멕시코전 경계대상 1호로 지목하는 매체도 우후죽순 나왔다.
아기레 감독이 이름은 못 외웠을지 모르지만, 홍명보호에 대한 분석은 어느정도 완료한 것처럼 보였다. 지난해 9월 2대2로 비긴 친선경기와 마찬가지로 여전히 공수 전환이 빠른 팀이라고 치켜세웠다.
마요르카 사령탑 시절 2년간 이강인과 사제의 연을 맺은 아기레 감독은 "이강인은 내가 아들처럼 아끼는 선수"라며 "이강인에 대해선 내가 잘 안다. 우리 선수들도 이강인에 대해 잘 알고 있고, 미리 분석을 했다. 그래서 수비를 잘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특히)이강인이 공을 잡지 못하도록 막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기레 감독은 재회한 이강인에 대해 "이강인은 공격도 수비도 굉장히 잘한다. 난 이강인을 잘 안다. 4-3-3 전술에서 윙어로 뛰는 경우가 (요즘엔) 많은데, 이강인은 전체 필드를 자신의 앞에 그려 놓고 편하게 공을 가지고 놀 수 있다"라고 평했다.
홍명보호는 12일 체코와의 1차전에서 황인범의 동점골과 오현규의 결승골로 2대1 승리했다. 2010년 남아공월드컵 이후 16년만에 1차전에서 승리한 대표팀은 1차전에서 남아프리카공화국(남아공)을 2대0으로 꺾은 멕시코에 이어 조 2위를 달리고 있다.
아기레 감독은 한국어로 '감사합니다'라고 말하는 것으로 기자회견을 마쳤다.
사포판(멕시코)=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