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집에서나 좀 해!'
일본 남성 서포터스를 향한 일본 내 비판이었다. 일본 축구팬들은 경기장 청소 문화는 세계적으로 칭송의 대상이다. 일본의 첫번째 월드컵이었던 1998년 프랑스 대회에서 팬들이 경기장을 정리한 뒤 퇴장하는 모습이 포착된 후 전통처럼 이어지고 있다.
이번 월드컵에서도 어김없이 극찬을 받았다. 일본 서포터스 울트라 니폰은 15일(이하 한국시각) 미국 텍사스주 댈러스 스타디움에서 열린 네덜란드와의 2026년 북중미월드컵 조별리그 F조 1차전 후에도 관중석에 남아 쓰레기를 정리했다. 일본의 상징색인 파란색 봉투를 나눠 들고 쓰레기를 주어 담았다.
국제축구연맹(FIFA)은 SNS를 통해 일본 팬들을 향해 '흠잡을 데 없는 예절'이라며 엄지를 치켜올렸다. ESPN은 '완벽한 손님'이라고 했고, 미국 폭스스포츠는 '스포츠에서 최고의 전통'이라고 했다.
하지만 일본 내 분위기는 다른 듯 하다. 비사커는 한 X 계정 글을 소개했는데, 내용은 이랬다. '일본 남성이 그렇게까지 칭찬받을 존재가 아니'라는 것이다. 한 인플루언서는 '재팬 프라이드'라는 쓰레기 붕투 사진을 올리며 '애국심을 가지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원래는 개인이 내면에 품는 것'이라고 했다. '굳이 그걸 글자로 만들어서 수천명이 쓰레지를 줍는 모습으로 해외 언론에 칭찬받고 기분 좋아지는게 재팬 프라이드냐'고 했다.
이어 '집안일과 육아는 등한시 하는 일본 남성들이 월드컵에서 숭고한 표정으로 쓰레기를 줍고 있다'며 '집에서나 좀 해라'고 했다. 그러면서 경기장에서는 자랑스럽게 청소를 하는 팬이 집에 돌아와서는 소파에 편히 누워 쉬고 있고, 쌓여 있는 빨랫감과 설거지를 하고 있는 아내를 전혀 신경 쓰지 않는 모습을 담은 삽화까지 첨부했다.
이 글에 대한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조회수는 190만회가 넘었다. 네티즌들은 대부분 경기장 청소 문화가 일본 특유의 이타심을 보여준다고 했지만, 다른 사람들은 이를 다소 보여주기식 행동이라 폄하했다. 특히 일본 여성들의 반응이 뜨거웠는데, '집에서 일본 국가대표 유니폼을 입혀야 될 것 같다'는 글을 올렸다.
실제 일본 남성들은 가정 내 노동 시간은 매우 낮다. 2021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자료에 따르면, 일본 남성들의 가사, 육아, 돌봄 등 이른바 '무급 노동'은 하루 평균 41분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OECD 30개국 중 최하위다. 미국, 유럽 남성의 4분의 1 수준이다. 반면 여성은 6배에 가까운 하루 224분을 무급 노동에 쓰고 있다. 일본 여성들의 반응이 이해되는 이유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