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이현석 기자]월드컵 이변, 퀴라소가 바통을 이어받았다. 대한민국을 지휘했던 딕 아드보카트 감독의 퀴라소가 21일(이하 한국시각) 미국 캔자스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에콰도르와의 2026년 북중미월드컵 조별리그 E조 2차전에서 0대0으로 비겼다.
32개국에서 48개국 체제로 확대된 첫 대회, 우려의 시선 중 하나는 퀄리티 하락이었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격차가 큰 팀들의 대진이 불가피했다. 흥미진진한 경기를 유발할 요소가 줄어들 것이란 전망이 컸다. 알렉산데르 체페린 유럽축구연맹(UEFA) 회장은 공개적으로 "작은 나라들도 월드컵 열기를 느낄 수 있다는 건 의미가 크다. 그렇지만 흥미롭지 않은 경기들이 많다"고 했다.
걱정과 달리 이번 월드컵도 이변이 춤을 추고 있다. 예상대로 흘러간 경기들이 있는 반면, 반전도 충분했다. 사상 첫 월드컵 진출에 성공한 FIFA 랭킹 67위 카보베르데는 보지냐의 연이은 선방에 힘입어 스페인과 득점없이 비겼다. 1라운드의 주인공이었다. 2라운드는 퀴라소가 그 무대에 섰다. 퀴라소는 1차전에서 독일에 1대7로 대패했다. 희망이 희미했다. 2차전에선 코트디부아르에 0대1로 패한 에콰도르의 낙승이 예상됐다. 모이세스 카이세도(첼시), 페르비스 에스투피냔(AC밀란), 피에로 잉카피에(아스널) 등 빅클럽 소속 선수들의 힘을 무시할 수 없었다.
흐름은 에콰도르가 주도했다. 전반에만 6개의 유효 슈팅이 나왔다. 퀴라소의 골문은 연이은 공세에도 굳건했다. 수비의 육탄 방어, 그 뒤를 37세에 첫 월드컵 무대를 밟은 엘로이 룸의 선방이 지켰다. 후반에도 에콰도르는 엄청난 수의 슈팅을 쏟아냈다. 19개의 슈팅, 하지만 단 한 번도 퀴라소 골망을 흔들지 못했다. 조급함 속에서 공세를 이어간 에콰도르는 번번이 문전에서 고개를 숙였다. 종료 휘슬이 울렸고, 15번의 선방을 기록한 룸과 퀴라소 선수들은 그라운드에서 환호했다. 인구 15만, 역대 월드컵 본선 진출국 중 최소 인구 규모를 자랑하는 퀴라소의 미소였다. 사상 첫 출전에서 남미 '다크호스' 에콰도르를 막아내며, 고대하던 승점 1점을 챙겼다.
1점은 퀴라소에는 큰 점수다. 조별리그 최하위 자리는 유지됐지만, 32강 진출이라는 희망의 불씨를 살렸다. 퀴라소는 최종전 코트디부아르전에서 무승부 이상의 결과를 거둔 후, 에콰도르가 독일과의 경기에서 패한다면 3위 팀 경쟁 순위에 따라 32강 진출도 가능하다. 퀴라소의 마지막 도전, 코트디부아르와의 대결은 26일 오전 5시 미국 필라델피아 스타디움 열린다.
이현석 기자 digh1229@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