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축구 역사에 길이 남을 장면을 연출했다. 일본은 21일(이하 한국시각) 멕시코의 에스타디오 몬테레이에서 열린 튀니지와의 2026년 북중미월드컵 조별리그 F조 2차전에서 4대0으로 대승했다. 아시아 국가로는 처음으로 월드컵에서 한 경기 4골을 넣는 역사를 썼다.
냉정하게 말해 '최정예 멤버'는 아니었다. 이번 대회에 앞서 미나미노 다쿠미(모나코), 미토마 가오루(브라이턴), 엔도 와타루(리버풀)가 부상으로 빠졌다. 여기에 튀니지전을 앞두고 구보 다케후사(레알 소시에다드)마저 쓰러졌다. 그러나 일본은 가마다 다이치(크리스털 팰리스)를 3선에서 섀도 스트라이커로 끌어올리는 등 전술적 변화를 통해 승리를 챙겼다. 여기에 2003년생 스즈키 준노스케(코펜하겐) 등 어린 선수들을 적극적으로 교체 투입해 경험을 쌓는 기회도 부여했다. 일본은 이날 승리, 그 이상의 가치를 얻었다.
이번 대회 현장에서 만난 일본 기자들은 입을 모아 "8강 진출이 목표"라고 말했다. 튀니지전에서 만난 아미 기자는 "핵심 선수 4명이 빠졌지만, 이번 대표팀은 정말 좋다"며 굳건한 믿음을 드러냈다.
긴 호흡으로 만들어낸 결실이다. 모리야스 하지메 감독은 2018년 러시아 대회 때 코치로 참가해 월드컵 경험을 쌓았다. 이 대회 직후 일본의 지휘봉을 잡고 본격적으로 팀을 만들었다. 초기엔 A대표팀과 연령별 대표팀을 겸임하며 선수단을 점검했다. 특히 자국에서 열린 2020년 도쿄올림픽을 앞두고 이른바 '도쿄 세대'를 육성하며 현재의 틀을 완성했다. 구보, 도안 리츠(프랑크푸르트) 등 현재 일본 A대표팀 핵심 선수들이 '도쿄 세대'의 일원이다. 비록 이번 대회에선 부상으로 이탈했지만, 엔도 역시 도쿄올림픽에 와일드카드(24세 이상 선수)로 나섰다.
차근차근 호흡을 맞춘 일본은 2022년 카타르월드컵에서 전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조별리그에서 독일(2대1 승)-스페인(2대1 승) 등 유럽 강호들을 줄줄이 제압하는 힘을 발휘했다. 압박을 통한 빠른 역습, 단단한 수비 등을 앞세워 승리를 챙겼다. 하지만 모리야스 감독은 16강전에서 크로아티아를 상대로 소극적인 경기 운영을 펼쳐 비난을 받기도 했다. 여러 논란이 있었지만, 일본축구협회는 모리야스 감독에게 한번 더 월드컵 지휘봉을 맡겼다.
모리야스 감독은 다시 나선 월드컵에서 또 제대로 바람을 탔다. 튀니지를 상대로 완승을 거뒀다. 더욱이 이 경기는 1930년 첫발을 뗀 월드컵의 1000번째 매치였다. 일본은 기념비적 대결에서 승리하며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했다. 스포츠 전문 매체 'ESPN'은 '일본이 스스로 역사를 새겼다. 상대를 압도하는 완승이었다. 이번 경기에서 모리야스 감독의 소극성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바로 그것이 역사적인 승리로 가는 흐름을 만들어냈다'고 극찬했다. 모리야스 감독은 튀니지전 승리로 일본 축구 역사도 새로 썼다. 월드컵에서 3번째 승리를 거두며 역대 월드컵 최다승 감독으로 자리잡았다.
모리야스 감독은 "내 기록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다"며 "지금까지 많은 고통스러운 패배를 경험했다. 하지만 모두가 이기고 싶다는 마음으로 경기에 임하고 있다. 앞으로도 매 경기 최선을 다해 싸우는 일을 계속하고 싶다. 선수들과 함께 일본 역사를 쌓아가며, 더 도전하고 싶다. 일본의 성장을 많은 사람들이 체감할 수 있도록 결과를 내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일본은 26일 오전 8시 스웨덴과 조별리그 최종전을 치른다.
몬테레이(멕시코)=김가을 기자 epi17@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