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최만식 기자] '보여주기? 밖에서 말고, 안에서나 잘 하자.'
월드컵 등 국제대회가 열릴 때마다 화제가 되고 있는 일본의 '청소매너'가 때아닌 내부 논쟁으로 비화되고 있다.
지난 21일 2026년 북중미월드컵 F조 조별리그 2차전 일본-튀니지전(일본 4대0 승)이 끝난 뒤에도 일본의 '청소매너'는 또 화제에 올랐다.
경기가 열린 멕시코 누에보 레온 지역의 주지사를 맡고 있는 사무엘 가르시아씨가 자신의 SNS(인스타그램)을 통해 일본 축구대표팀이 사용했던 경기장 내부 라커룸이 깔끔하게 정돈된 모습을 찍은 사진을 공유하며 "분명히 세계의 모범이다. 감사하다. 언제라도 환영한다"라며 칭찬한 것.
일본 대표팀은 물론 일본 팬들은 네덜란드와의 1차전에서도 경기가 끝난 뒤 관중석 주변을 청소하는 매너로 외신 보도와 각종 SNS 등을 통해 화제에 오른 적이 있다.
하지만 겉보기와 달리 일본 내부 네티즌 사이에서는 "집에서나 청소 좀 잘 하라"는 취지로 외부에 비쳐진 '청소매너' 이면에 안에서는 가시적으로 보인다는 반론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튀니지전 이후 청소 미담이 또 소개되자 미국 언론 '디애슬레틱(The Athletic)'이 '일본 서포터스는 스타디움뿐만 아니라 집에서도 청소하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다른 시각이 주목받고 있다"라고 전했다. 가사 노동시간에 대해 남녀 불평등을 호소하는 SNS 운동이 전국적으로 확산하고 있다는 것.
'디애슬레틱'은 "관련 SNS 의견을 보면 '축구장에서 쓰레기를 줍는 일본인 남성이 주목받고 있는 것 같지만, 일본인 남성이 가사에 소비하는 시간은 국제적으로 봐도 지극히 낮은 수준. 우선 가정에서 노동을 분담해 주었으면 한다'라고 했거나 '쓰레기 줍기는 훌륭한 것이지만 알아둘 사실이 있다. 일본 남성의 가사·육아 시간은 세계 최저 레벨이고, 젠더 평등 랭킹도 100위 이하다. 보통 청소를 안 하는데 인정받을 때만 한다' 등의 의견이 있다"라고 소개했다.
여기에 패러디 포스터까지 SNS를 통해 확산하고 있다고 '디애슬레틱'은 소개했다. 패러디 대상은 일본 지하철의 유명한 '매너 포스터'다. 이 시리즈는 통근자들이 쓰레기 치우기, 짐 조심, 좌석에 발 올리지 않기 등의 예절을 지키도록 권장한다.
하지만 패러디 버전에서는 일본 팬이 경기장을 정리하는 모습을 담고 있고, 삽입된 패널에 같은 팬이 집에서 쇼파에 앉아 휴대폰을 쓰고 있는 반면 아내가 집안 일을 하는 모습이 그려져 있다.
영국 언론 'BBC'도 "2021년 정부 조사에 따르면 6세 미만 어린이가 있는 공동육아 세대에서 여성이 하루에 7시간 이상을 가사에 소비하는 반면 남성은 2시간 미만에 그쳤다"는 데이터를 제시하면서 "가사 노동시간에서 일본 남성은 선진국 중 가장 낮은 순위에 위치하고 있다"라고 꼬집었다.
가사노동 분담을 둘러싼 논의가 뜨거워진 가운데 일본 언론들도 '야후 재팬'의 코멘트 타임라인 등 온라인 공간에서 관련 논쟁이 가열되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들 댓글을 보면 '경기장 스탠드 밖에서의 모습도 취재해 보면 어떨까', '경기장에서 쓰레기를 청소하는 행동은 훌륭하다. 아무도 보지 않은 가정에서도 그런 행동을 연결하면 종겠다' 등의 냉소적인 반응이 주를 이뤘다.
심지어 외신 보도에 대형 쓰레기 봉투가 등장한 것에 대해서도 '평소 이렇게 큰 쓰레기 봉투를 챙겨 축구를 관전하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미담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보여주기용으로 동원한 게 아니냐'는 의견이 나오기도 했다.
'야후 재팬'은 AI를 통한 댓글 요지 분석 결과 '일본의 문화나 풍조로서 외면을 신경쓰는 경향이 있다. 경기장에서의 청소도 그 일환으로서 행해지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견도 있다'라고 진단하기도 했다.
여기에 도쿄 시부야에서 벌어진 무질서 소동이 소환되기도 했다. 21일 일본이 튀니지에 대승한 직후 도쿄의 명소인 시부야 스크럼블 교차로에서 승리의 기쁨을 만끽하는 군중이 쇄도해 대혼란이 발생했다는 것.
1시간30분에 걸쳐 교차로 중앙에서 군중이 모여 노래하고, 춤추며 물을 뿌리는 등 무법지대가 연출되면서 확성기로 질서를 유도하는 'DJ폴리스'까지 출동했다고 한다. 신호등이 빨간불로 바뀌어도 일부 군중은 철수하지 않았고, 물건을 투척하고 물을 뿌리는 행위에 대한 경고가 잇달았다.
이를 두고 일본 네티즌 사이에서는 "내부에서는 이렇게 무질서한 행동을 하면서 경기장에서 청소하는 모양새는 앞뒤가 맞지 않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됐다.
일본 매체 '다이제스트'는 '세계에 자랑하는 일본 서포터의 행동은 이번 대회도 주목받고 있지만, 그 칭찬 반응의 흐름은 뜻밖의 형태로 국내 사회문제도 조명하게 됐다'라고 전했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