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전영지 기자]'디펜딩 챔피언' 아르헨티나가 '축신' 리오넬 메시의 월드컵 통산 17-18호골 역대 최다골 대기록에 힘입어 파죽의 2연승, 조 1위 32강행을 확정했다.
아르헨티나는 23일 오전 2시(한국시각) 미국 댈러스 스타디움에서 펼쳐진 북중미월드컵 조별리그 J조 2차전 오스트리아와의 맞대결, 사실상의 조 1위 결정전에서 메시의 2경기 연속 멀티골에 힘입어 2대0으로 승리했다.
1차전에서 아르헨티나는 메시의 해트트릭에 힘입어 알제리를 3대0으로 꺾었고, 랄프 랑닉 감독의 오스트리아는 요르단을 3대1로 꺾었다. 이날 경기 전 팬과 미디어의 모든 관심은 메시의 월드컵 역대 최다골 기록 달성 여부에 쏠렸다. 메시는 6번째 월드컵의 첫 경기인 알제리전에서 3골을 추가하며 월드컵 통산 16골로 '독일 레전드 스트라이커' 미로슬라프 클로제의 월드컵 역대 최다득점 타이 기록을 세웠다 이날 1골만 더하면 역대 득점 단독선두, 전인미답의 17호골 고지에 오를 기회. 메시를 주축으로 한 아르헨티나의 날선 창에 랑닉 감독의 오스트리아는 특유의 강한 압박 '게겐프레싱'으로 맞섰다. 수비의 핵이자 이재성의 마인츠 동료인 슈테판 포슈가 요르단전에서 턱뼈 골절 부상에도 불구하고 선발로 나서는 투혼을 발휘했다. 메시를 막기 위한 모든 수단과 전술울 총동원했으나 불혹에도 최고의 폼을 이어가는 불굴의 메시를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라인업
-아르헨티나(4-4-2)=에밀리아노 마르티네스(GK)/파쿤도 메디나-리산드로 마르티네스-크리스티안 로메로-나우엘 몰리나/티아고 알마다-엔소 페르난데스-알렉시스 마크 알리스테르-로드리고 데 파울/라우타로 마르티네스-리오넬 메시
-오스트
리아(4-2-3-1)=알렉산더 슐라거(GK)/콘라드 라이머-데이비드 알라바-케빈 단소-슈테판 포슈/크사버 슐라거-니콜라스 자이발트/마르셀 자비처-파울 완너-로마노 슈미트/미하엘 그레고리치
전반
전반 3분 만에 결정적 장면이 나왔다. 박스 측면에서 쇄도하던 아르헨티나 공격수 라우타로 마르테네스를 오스트리아 수비 슐라거와 포슈가 함께 필사적인 태클로 저지했다. 마르티네스가 발목을 부여잡고 넘어졌다. 페널티킥 여부에 대한 VAR 판독이 진행됐다. 온필드 리뷰 끝에 포슈의 파울, 페널티킥이 선언됐다. 전반 9분 문전에 선 메시, 모두가 대기록의 역사적 순간을 기대했으나 뜻밖에 믿었던 메시의 왼발 슈팅이 골대를 빗나갔다. 경기 전 인터뷰에서 역대 최다골 기록에 대해 "그저 숫자일 뿐"이라고 애써 의미를 축소했으나 17호골을 앞둔 부담감 탓일까. 믿을 수 없는 실축이었다. 역사적 순간이 무산되자 댈러스 스타디움엔 아쉬움의 탄성이 울려퍼졌다. 오스트리아가 뜨겁게 환호했고, 메시가 얼굴을 감싸쥐었다.
충격적인 실축 후 아르헨티나가 주춤했고 전반 18분 메시의 결정적 슈팅이 또 한번 슐라거 골키퍼의 발끝에 막혔다. 오스트리아로 분위기가 넘어가는 듯했다. 그러나 하이드레이션 브레이크 후 다시 기류가 바뀌었다.
기록을 잠시 미뤘을 뿐 메시는 메시였다. 전반 38분 아르헨티나의 역습, 파쿤도 메디나가 박스 정면으로 건넨 정확한 패스에 이어 메시의 왼발이 번쩍 빛났다. 강력하고 낮은 슈팅이 골망 왼쪽으로 빨려들었다. 하늘을 향해 감사를 표하는 메시의 시그내처 세리머니가 작렬했다. 모든 영웅전이 그러하듯 한차례 시련이 닥쳤을 뿐, 영웅은 보란 듯이 시련을 극복했다. 페널티킥 실축 29분 만에 위대한 역사가 씌어졌다. 메시의 최다골 이후 아르헨티나의 기세가 살아났다. 1-0으로 앞선 채 전반을 마쳤다.
후반
후반 4분 메시의 쇄도, 슈팅이 불발된 직후 오프사이드가 선언됐다. 동점골을 노리는 오스트리아와 일진일퇴의 흐름이 이어졌다. 후반 8분 오스트리아 콘라드 라이머가 크리스티안 로메로에게 반칙을 유도하며 얻어낸 프리킥 찬스, 마르셀 자비처의 슈팅을 아르헨티나 골키퍼 마르티네스가 막아냈다. 리오넬 스칼로니 아르헨티나 감독은 후반 12분 로메로 대신 니콜라스 오타멘디를 투입하며 수비를 강화했고, 후반 19분엔 알마다 대신 줄리안 알바레스, 라우타로 마르티네스 대신 니코 곤살레스를 투입하며 변화를 꾀했다. 후반 20분 메시의 슈팅이 상대 수비의 발을 맞고 굴절되며 골대를 살짝 빗나갔다. 멀티골 찬스를 놓쳤다. 후반 22분 오스트리아는 완너 대신 마르코 아르나우토비치, 알라바 대신 마르코 프리들, 포슈 대신 알렉산더 프라스를 동시에 투입했다. 아르나우토비치와 투톱 체제를 가동하며 동점골을 향한 승부수를 던졌다. 후반 28분 메시의 코너킥에 이은 니코 곤잘레스의 슈팅이 간발의 차로 불발됐다. 후반 33분 오스트리아는 슈미트 대신 패트릭 비머를 투입했고, 후반 37분 아르헨티나는 메시의 대기록을 도운 파쿤도 메디나를 빼고 니콜라스 타글리아피코, 로드리고 데 파울 대신 레안드로 파레데스를 넣어 승리를 지킬 뜻을 분명히 했다.
후반 추가시간 오스트리아의 파상공세, 비버의 헤더가 빗나가며 머리를 감싸쥐었다. 오스트리아가 기회를 놓친 직후 '축신' 메시에게 기회가 찾아왔다. 경기 막판까지 골을 향한 집념이 눈부셨다. 오른쪽 측면을 치고 달린 메시의 크로스에 이은 훌리안 알바레스의 슈팅이 막힌 직후 메시가 직접 쇄도했다. 상대 수비의 육탄방어에 한차례 슈팅이 튕겨나왔지만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다. 또 한번 니콜라스 자이발트의 다리 사이를 뚫어내며 멀티골에 성공했다. 32강행 축포였다. 메시의 꺾이지 않는 집념이 통했다. 17-18호 멀티골이 작렬했다. 후반 추가시간 7분 아르헨티나의 마지막 프리킥 찬스, 2연속 해트트릭의 기대감 속에 메시의 슈팅이 간발의 차로 빗나가며 종료 휘슬이 울렸다. 우리 시대 최고의 선수 메시의 대기록과 함께 '디펜딩 챔프' 아르헨티나가 2대0 승리, 32강행을 확정 지었다. 1차전 3골, 2차전 2골, 아르헨티나의 모든 골이 메시의 발끝에서 나왔다. 메시의 2경기 연속 멀티골, 월드컵 사상 최다골, 관중석에선 '1987년 6월 24일' 39번째 생일을 하루 앞둔 메시를 축하하는 플래카드가 나부꼈다. BBC 스포츠는 오스트리아전 승리 직후 또 하나의 대기록 작성을 알렸다. "월드컵 개인 통산 '18승'째를 신고한 메시는, 독일의 미로슬라프 클로제(17승)를 넘어 월드컵 역사상 본선에서 가장 많은 승리를 거둔 선수로도 이름을 올렸다. 그야말로 월드컵의 모든 통산 최고 기록을 메시 홀로 갈아치운 역사적인 날이었다"고 했다. 범접 불가, 반박불가, 메시의 날이었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