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몬테레이(멕시코)=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한국 축구 전설 '차붐' 차범근 전 감독이 2026년 북중미월드컵을 앞두고 에이징 커브 논란이 일었던 '후배' 손흥민(LA FC)의 기량이 전혀 떨어지지 않았다며 '대리 반박'했다.
차 전 감독은 오는 25일(이하 한국시각) 멕시코 과달루페의 에스타디오 몬테레이에서 열리는 남아공과의 2026년 북중미월드컵을 앞둔 23일, 국제축구연맹(FIFA)과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중앙 공격수보단 측면 공격수가 더 잘 어울린다고도 했다.
차 전 감독은 "손흥민의 경기력이 전혀 떨어졌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체력적으로 회복하는데 시간이 더 걸릴 순 있겠지만, 그동안 쌓아온 기술이 하룻밤 사이에 사라질 리는 없다"라고 말했다. 손흥민은 지난 3월 기량이 떨어졌다고 판단하면 스스로 태극마크를 반납하겠다고 말했다.
차 전 감독은 "손흥민은 중앙보다는 측면에서 뛰는 게 더 편해보이는 건 분명하다"라고 했다. 홍명보 축구대표팀 감독은 3-4-2-1(3-4-3) 포메이션에서 손흥민을 주 포지션인 왼쪽 공격수가 아닌 최전방 공격수로 기용하고 있다. 손흥민은 월드컵 조별리그 1차전 체코전(2대1 승), 2차전 멕시코전(0대1 패)에서 연속해서 선발 출전했지만 골맛을 보지 못했다.
차 전 감독인 '측면이 편해보인다'라고 말했을 뿐, '손톱'(손흥민 원톱) 전술을 비판하고자 한 건 아니었다. 그는 "손흥민을 중앙 공격수로 기용한 전략 덕분에 체코를 상대로 두 골을 넣을 수 있었다. 팀을 위해 아주 좋은 활약을 펼쳤다고 생각한다. 손흥민을 최전방에 배치하면 상대에게 많은 압박을 가할 수 있고, 이는 다른 선수들에게 공간을 만들어준다"라고 '손흥민 효과'에 대해 말했다.
차 전 감독은 현재 손흥민 나이였던 1986년 멕시코월드컵에 대한민국 대표팀 공격수로 출전했다. 그는 "월드컵 당시 몸 상태가 좋지 않았다. 브레멘 원정경기에서 축구화 스터드가 발목 힘줄을 가격했다. 수술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었지만, 그러면 월드컵에 출전할 수 없었을 것이다. 사람들이 제가 국가대표로 뛰고 싶지 않아서 수술을 선택했다고 생각할까봐 차마 수술을 받을 수 없었다"라고 털어놨다.
이어 "32년만에 월드컵에 복귀한 한국에겐 정말 중요한 순간이었다. 저는 팀을 돕고 싶어서 출전을 결정했다"며 "어린 선수들 덕분에 월드컵 무대를 경험할 수 있었다. 진심으로 감사하게 생각한다. 그때를 떠올리면 항상 좋은 추억으로 남아있다"라고 했다.
두 경기에서 1승1패 승점 3점을 기록한 한국은 A조 2위로 남아공전을 맞이한다. 차 전 감독은 지난 2022년 카타르월드컵에서 16강 진출을 이룬 한국 축구가 더 높은 곳에 올라가려면 무엇이 달라져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에 "선수들이 지금과 같은 수준의 경기력을 꾸준히 보여줄 수 있다는 자신감을 키워나가야 한다. 선수들의 기량은 향상되었고, 대부분 해외에서 뛰는 만큼 경험도 풍부하다. 우리는 더 이상 경기에 임할 때 주눅들지 않고, 그 변화는 경기력에서도 드러난다. 선수들이 꾸준히 그 수준에서 경기를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자신감이 생기게 된다"라고 말했다.
한편, 일본 축구대표팀은 이번 대회에서 우승을 목표로 삼았다. 차 전 감독은 경험상 단순한 허언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눈치다. 그는 "일본 선수들에게 의미있는 것은 실제 우승할지가 아니라 월드컵 우승을 꿈꾼다는 사실 자체인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이어 "내가 유럽에 가기 전부터 일본은 이미 독일의 유소년 시스템을 도입하고 있었다. 그래서 당시에도 18세 이하 선수들을 위한 리그가 존재했다"며 "일본 프로리그는 1992년 유소년 리그 시스템에서 시작되었기 때문에 풀뿌리 기반이 매우 탄탄하다. 이 시스템은 일본 국내리그를 거쳐 유럽에서 뛰는 선수들을 육성해왔다. 일본은 이제 각 포지션에 국제적인 수준의 선수를 두 명 이상 보유할 수 있을 만큼 선수층이 두텁다"라고 했다.
아울러 "일본 축구의 특징은 프로팀, 국가대표팀, 클럽 선수 등 어떤 팀을 보더라도 경기 패턴이 일관적이라는 점이다. 저는 일본이 오랫동안 이러한 시스템을 구축해왔고, 제 시대부터 30년 앞을 내다보고 있었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게 내가 독일에 갔던 이유 중 하나였고, 돌아와서 축구 학교를 설립한 이유도 바로 그것이다. 일본에선 축구협회가 그 시스템을 만들었지만, 한국에선 제가 혼자 시작했고, 거기서부터 확산되었다. 완전히 다른 상황"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몬테레이(멕시코)=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