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달루페(멕시코)=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홍명보호가 남아공전에서 졸전 끝에 패하며 32강 진출에 먹구름이 꼈다.
대한민국 월드컵대표팀은 25일 오전 10시(이하 한국시각) 멕시코 몬테레이 인근 과달루페의 에스타디오 몬테레이에서 열린 남아공과의 2026년 북중미월드컵 조별리그 A조 3차전에서 후반 18분 타펠로 마세코에게 결승골을 헌납하며 0대1로 패했다.
앞서 체코를 2대1로 꺾고 멕시코에 0대1로 패한 축구대표팀은 1승2패 승점 3점으로 이날 체코를 3대0으로 제압한 1위 멕시코(승점 9·3승), 2위 남아공(승점 4·1승1무1패)에 이어 조 3위를 확정했다. 멕시코가 체코를 잡아준 덕에 다이렉트 탈락은 면했다. 4위 체코(승점 1·1무1패)의 탈락이 확정됐다.
이번 대회부턴 12개조 1, 2위와 성적이 좋은 조 3위 8개팀이 32강에 오른다. 한국이 '와일드 카드'로 32강에 오르기 위해선 '기적'을 바라야 하는 상황이다. 이미 한국-남아공전을 앞두고 승점 3점 이상을 따낸 조 3위팀이 6개팀이나 된다. 그중 F조 스웨덴, L조 크로아티아, J조 알제리, D조 파라과이는 최종전 한 경기를 남겨두고 승점 3점씩 기록 중이다. 25일 현재까진 3위 중 4번째이지만, 순위가 뒤로 밀릴 가능성이 있다.
축구대표팀이 조 3위 '와일드카드'로 조별리그를 통과하면 30일 미국 보스턴에서 E조(독일, 퀴라소, 코트디부아르, 에콰도르) 1위와 대결하거나, 7월 2일 미국 시애틀에서 G조(벨기에, 이집트, 이란, 뉴질랜드) 1위와 만난다. 한국은 일단 이날 베이스캠프인 과달라하라로 돌아가 다른 조의 결과를 지켜볼 예정이다.
홍명보 감독은 비기기만 해도 32강에 오르는 남아공전에서 '파격'을 택했다. 지난 두 경기 연속 최전방 공격수로 출전한 손흥민(LA FC)을 벤치에 앉혀둔 것이다. 이강인(파리생제르맹)-오현규(베식타시)-황희찬(울버햄튼)으로 스리톱을 구성했다. 황인범(페예노르트)과 백승호(버밍엄시티)가 중원 듀오를 구축했고, 설영우(츠르베나 즈베즈다)와 이태석(아우스트리아 빈)이 양 윙백을 맡았다. 이한범(미트윌란)-김민재(바이에른 뮌헨)-이기혁이 스리백을 꾸렸다. 김승규(FC도쿄)가 골문을 지켰다.
홍 감독은 강한 전방 압박으로 초반부터 상대 수비진을 괴롭힐 준비를 하고 나온 듯 했지만, 남아공의 전력은 예상 외로 만만치 않았다. 2분 코너킥 상황에서 김민재의 헤더가 상대 수비수 몸에 맞고 무위에 그쳤다. 6분 렐레보힐 모포겡의 중거리 슛은 김민재 다리에 맞고 골라인 아웃됐다. 8분 한국이 결정적인 찬스를 잡았다. 좌측 이태석의 크로스가 반대편에 있는 이강인에게 전달됐다. 공을 잡은 이강인이 가운데로 파고든 후 골문 우측 구석을 노리고 왼발 슛을 시도했지만, 골대를 살짝 빗나가며 아쉬움을 삼켰다.
남아공은 한국 수비 뒷공간을 노린 롱패스로 한국 수비진에 계속해서 위기감을 심어줬다. 특히 우측 공격수 타펠로 마세코의 몸이 유독 가벼워보였다. 19분, 상대의 한 번의 침투 패스에 수비진이 속수무책으로 뚫렸다. 마세코가 단숨에 한국 박스 근처까지 접근해 왼발슛을 때렸는데, 뒤따라오던 이기혁이 몸을 날린 '슈퍼태클'로 공을 막았다. 이기혁은 동료들에게 '집중하라'고 소리쳤다.
위기는 계속됐다. 한국 진영에서 손쉬운 패스가 계속 끊겼다. 선수들은 활동량에서 남아공에 밀리는 모습이었다. 주변 동료가 압박을 받는 상황에서도 도움을 주는 선수는 거의 없었다. 30분, 음바타의 왼발 중거리 슈팅은 김승규가 몸을 날려 막았다. 39분, 마세코의 왼발 중거리 슈팅은 골대 위로 살짝 빗나갔다. 전반을 무실점 0-0 동점으로 마친 게 다행이었다.
홍명보 감독은 예상대로 하프타임에 왼쪽 라인을 새로 갈아끼웠다. 황희찬 이태석을 동시에 빼고 손흥민 옌스를 투입했다. 옌스는 해외 태생 귀화 선수 신분으로 월드컵 무대를 밟았다. 전반 패스 실수를 반복한 미드필더 백승호가 빠지고 김진규가 투입됐다. 홍 감독이 이번 대회 들어 하프타임에 교체를 쓴 게 이번이 처음인데, 한꺼번에 세 명을 교체하는 파격을 단행했다. 그만큽 전반 경기력이 만족스럽지 않았다고 진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후반 6분만에 또 위기가 찾아왔다. 공중볼을 따내기 위해 김민재가 전진한 사이 공이 한국 골문 방향으로 흘렀다. 패스를 건네받은 마세코가 페널티 아크에서 왼발슛을 시도했다. 하지만 옌스가 타이밍 좋게 커버 플레이를 펼치며 슈팅을 막았다.
남아공 움직임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남아공 입장에선 설상가상 후반 10분 체코-멕시코전에서 멕시코의 차베스 가르시아가 선제골을 넣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한국은 손흥민과 옌스 투입 후 왼쪽 공격이 활기 되찾았다. 특히 옌스는 넓은 범위를 뛰며 팀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후반 15분 설영우가 우측에서 올린 크로스를 오현규가 논스톱 슛으로 연결했지만 골키퍼 선방에 막혔다. 후반 16분, 멕시코의 훌리안 키뇨네스가 추가골을 넣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경기장을 가득 메운 멕시코 홈팬은 한국-남아공전은 뒷전이라는 듯, 키뇨네스의 득점에 일제히 환호했다.
잠시 경기가 뒤숭숭해진 상황에서 한국이 선제골을 허용했다, 후반 18분, 좌측 크로스가 반대편에 있는 마세코에게 연결됐다. 마세코는 옌스를 앞에 두고 왼발슛으로 공을 골문 우측에 꽂았다. 예상치 못한 일격을 맞은 홍 감독은 후반 21분 파격적인 결단을 내렸다. 핵심 수비수 김민재를 벤치로 불러들이고 박진섭을 투입한 것이다. 후반 22분 하이드레이션 브레이크가 가동됐다. 김민재는 갑작스러운 교체에 큰 충격을 받은 듯 먹고 있던 물병을 바닥에 던졌다.
한국은 후반 29분 오현규를 벤치로 불러들이고 장신 공격수 조규성을 투입하며 추격의 고삐를 당겼다. 후반 33분 조규성은 거친 반칙으로 경고를 받았다. 남아공은 마세코, 모포켕 등을 교체하며 잠그기에 돌입했다. 후반 추가시간 47분 박진섭의 골문 앞 헤더가 골키퍼 키를 넘기지 못했다. 추가시간 6분이 모두 지나간 후 종료 휘슬이 울렸다. 경기는 한국의 0대1 패배로 끝났다.
과달루페(멕시코)=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