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이현석 기자]대한민국 월드컵대표팀의 여정의 마무리는 홍명보 감독의 자진 사퇴였다.
홍 감독은 29일(한국시각) 멕시코 과달라하라 인근 사포판의 치바스 베르데 바예에서 공식 기자회견을 열고 자진사퇴 의사를 밝혔다. 대한민국은 28일 2026년 북중미월드컵에서 조별리그 탈락을 확정했다.
책임을 피할 수 없었다. 한국은 이번 대회에 16강 이상을 목표로 잡았다. 손흥민(LA FC)-김민재(바이에른 뮌헨)-이강인(파리생제르맹) 등 삼대장이 자리한 중심을 바탕으로 유럽파들이 선수단을 가득 채웠다. 대진운도 기대감을 높였다. '개최국' 멕시코, 체코, 남아공과 함께 A조에 속했다. 역대 월드컵 조편성 중 최고라고 했다. 1차전 체코 상대 승리로 꽃길을 걷는 듯 했지만, 멕시코와의 2차전에서 어이없는 실수로 0대1로 패했고, 남아공과의 최종전은 졸전 끝에 0대1로 패했다. 조 3위로 기회를 엿봤지만, 헛된 희망이었다.
홍 감독은 결국 자진 사퇴를 결정했다. 그는 "대한민국 축구를 사랑해주시고 언제나 대표팀을 응원해주신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 저는 오늘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직에서 물러나고자 한다"며 "대표팀 감독이라는 자리는 제게 결코 쉬운 결정이 아니었다. 하지만 감독을 맡기로 결정한 순간부터는 다른 이유를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제가 맡겨진 책임을 끝까지 다하는 것, 그것이 제가 해야 할 유일한 일이라고 생각을 했다"고 밝혔다.
이어 "지난 2년 동안 저는 늘 같은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졌다. 이 선택이 대한민국 축구를 위한 선택인가, 대표팀의 중요한 결정을 내릴 때도, 선수를 선택할 때도, 훈련을 준비하고 경기를 치를 때도 그런 질문만큼은 놓지 않았다"며 "모든 판단이 늘 옳았다고 말씀드릴 수는 없다. 하지만 제 모든 판단의 기준만큼은 언제나 한국 축구였다. 감독이란 자리는 결과 앞에서 어떤 설명도 어쩔 수 없는 자리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오늘 설명보다 책임을 말씀드리기 위해 이 자리에 섰다"고 했다.
대국민 사과를 덧붙였다. 그는 "국민 여러분께서 기대하셨던 결과를 끝내 보여드리지 못했다. 그 책임은 모두 감독인 저에게 있다. 끝까지 함께해준 선수들과 코칭스태프, 지원스태프, 그리고 대표팀을 위해 묵묵히 희생해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며 "저는 오늘 대표팀 감독이라는 자리를 내려놓는다. 하지만 대한민국 축구를 향한 마음까지 내려놓는 것은 아니다. 우리 대표팀이 다시 국민 여러분의 신뢰와 사랑을 받을 수 있는 팀으로 성장해 나아가기를 진심으로 응원하겠다"고 했다.
일본의 더다이제스트는 이번 사퇴에 대해 '홍명보 감독은 기자회견의 시작 부분에 머리를 숙이고 사과했다. 다만 한국 팬들은 급료를 전부 반환하라며 부정적인 반응을 내비쳤다'고 밝혔다. 일본의 풋볼존도 '한국은 조별리그에서 패퇴했다. 수준 이하의 퍼포먼스로 조기 탈락한 것에 대해 비판 여론은 더 강해지고 있다. 이례적인 귀국 행사 취소도 국내에서 파문을 일으켰다'고 했다.
한국 축구 레전드 박지성의 발언도 조명했다. 더다이제스트는 '한국은 토너먼트로 향하기 위해서는 그룹 3위 팀의 12개국 중 8위 이내에 들어갈 필요가 있었지만, 10위에 그쳤다'며 '박지성은 이를 엄격하게 평가했다'고 전했다.
박지성 JTBC 해설위원은 콩고-우즈벡전 중계를 마친 후 작심한 듯 쓴소리를 던졌다. 그는 "어쩌면 우리는 몇 년 전부터 이 결과를 예상했을지도 모른다"며 "왜 이런 상황이 됐는지 돌아봐야 하는 이 순간이 비참하다"라고 말했다. 이어 "지금이야말로 문제를 짚고 다시 나아가야 계기가 되어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박 위원은 "우리가 결국 어떻게 월드컵을 주니하고, 어떻게 한국 축구의 발전을 해나가야 하는지 지난 10년 동안 배웠는데도 또 까먹고 똑같은 일을 했다. 참으로 안타깝다"며 "다시는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확실하게 미래를 꿈꾸고, 그리고 그 미래를 위해서 한 걸음 한 걸음 천천히라도 나아가는 그런 우리나라가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현석 기자 digh1229@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