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결승전처럼 준비했다."
브라질의 카를로 안첼로티 감독은 일본과의 2026 북중미월드컵 32강전을 이렇게 정의했다. 그는 지난해 11월 도쿄 친선 경기에서 브라질이 일본에 2대3 역전패 했던 기억을 끄집어내며 "우리에게 좋은 경험이 됐다. 일본이 얼마나 경쟁력 있는 팀인지 알 수 있었다"며 "일본은 지난 3월 잉글랜드도 이겼다. 우리는 그들을 존경한다. 결승전처럼 이번 경기를 준비했다"고 말했다. 유럽챔피언스리그를 5번이나 제패한 세계적 명장, 우승 후보 '삼바군단' 사령탑이라는 타이틀 대신 상대에 대한 존경심과 진검승부 의지를 숨기지 않았다.
한국 축구도 비슷한 평가를 받던 때가 있었다. 불과 16년 전이다. 2002 한-일 월드컵 4강 신화, 2006 독일 대회 프랑스전 무승부에 이어 2010 남아공 대회에서는 사상 첫 원정 16강 진출의 위업을 달성했다. 그러나 이후 내리막길의 연속이었다. 2022 카타르 대회에서 벤투호가 기적의 16강행을 달성했지만, 4년 뒤인 이번 북중미 대회에서는 믿기지 않는 실패에 그쳤다. 한국 축구는 다시 '세계의 변방'으로 되돌아간 반면, 일본은 그토록 열망하던 '탈아시아'를 이번 북중미 대회를 통해 완성한 모습이다.
현재 일본축구협회(JFA)를 이끄는 수장은 미야모토 쓰네야스 회장이다. 2002 한-일 대회 당시 일본 대표팀 주장이었던 그는 현역 은퇴 후 지도자를 거쳐 2022년부터 행정가의 길을 걷고 있다. 2022년 이사, 이듬해 전무 이사를 거쳐 JFA 회장 선거에 출마해 당선됐다. 그동안 명문대 출신 내지 기업인이 회장직을 맡아왔던 것과 달리, 고졸에 40대인 그의 회장 선임은 파격적인 결정으로 받아들여졌다. 이런 그에게 우려의 시선도 적지 않았지만, 일본 축구가 매년 발전을 거듭하면서 평가는 긍정적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직접 발로 뛰면서 JFA 예산을 늘리는 것 뿐만 아니라, 선수 육성, 대표팀 지원, 사업 등 다방면에서 지평을 넓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미야모토 회장이 이사로 이름을 올릴 당시 JFA 예산은 적자였으나, 지난해 결산에서는 1억엔(약 9억5000만원) 흑자를 본 것으로 나타났다. JFA의 올해 예산은 241억엔(약 2293억원)으로 대한축구협회(1387억원)보다 많다.
JFA는 단순히 대기업 후원, 중계권 수익에만 의존하지 않는다. 팬들이 직접 선수나 팀을 후원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도 한다. '연결되라, 모두의 꿈에'라는 이름의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일반 팬이 선수, 클럽, 심판까지 폭넓게 후원할 수 있는 무대. 하부리그 팀 숙소 이전, 구단 버스 리뉴얼, 시각장애 대표팀 훈련-경기 비용 마련, 초중고 팀 응원 등 다양한 분야를 지원할 수 있다. JFA는 단순히 펀딩을 지원할 뿐만 아니라 유명 선수, 지도자들의 메시지 등을 넣어 팬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 이외에도 JFA 드림 펀드, 기업-사회단체와의 컬래버레이션 사업 등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미야모토 회장은 이런 사업 전면에 직접 나서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 전체 예산과 참여 금액를 직접 비교하기는 어렵지만, 팬들이 축구 발전, 협회 행정에 실제로 참여하면서 얻을 수 있는 성취감, 연대 의식에 주목할 만하다. 이런 활동은 대표팀, 프로 리그에 대한 관심 뿐만 아니라 아마추어 저변 확대에 기여할 수 있다는 점도 인상적이다.
북중미월드컵이 끝난 현재, 실패라는 성적표를 받아든 한국 축구 주변에는 또 다시 '불통'이라는 단어가 고개를 들고 있다. 지난 16년 간 이어져 온 문제임에도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있다. 축구계 역시 책임만 거론될 뿐 누구 하나 책임을 짊어지겠다고 나서는 이는 보이지 않는다. 축구인의 스스로의 힘으로 '탈아시아'에 성공한 일본과 극명히 대조되는 현실이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