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더 발전해야 하는 건 우즈베키스탄만이 아니다. 아시아 축구 전체가 더 발전해야 한다." 2026년 북중미월드컵에서 혹독한 신고식을 치른 이탈리아 출신 파비오 칸나바로 우즈베키스탄 감독이 아시아 축구계에 남긴 메시지다.
48개국으로 늘어난 이번 월드컵엔 아시아 9개국이 도전장을 내밀었지만, 조별리그 성적표는 처참한 수준이었다. 27경기에서 3승9무15패, 승률 11.1%에 그쳤다. 우즈베키스탄(3패), 이란(3무), 사우디아라비아(2무1패), 카타르(1무2패), 이라크, 요르단(이상 3패) 등 무려 6개국이 승리없이 조별리그에서 탈락했다. 대한민국(1승2패), 일본(1승2무), 호주(1승1무1패) 등 3개국이 1승씩 책임졌는데, 이중 홍명보호는 조 3위 중 10위에 그치면서 32강 진출에 실패했다. 일본과 호주는 각 조 2위 자격으로 아시아에서 '유이'하게 32강에 올랐다. 대륙별 32강 진출률을 보면, 아시아가 22%로 아프리카(90%), 남미(83.3%), 유럽(81.25%), 북중미(50%) 다음 5번째다. 16강에 3개팀(한국, 일본, 호주)을 배출한 2022년 카타르월드컵보다 '퇴보'했다. 일본이 30일 브라질과 32강전에서 1대2로 패하며 탈락, 이제 월드컵에는 호주 한 팀만이 달랑 남았다. 호주는 4일(한국시각) 이집트와 32강전을 치른다.
셰이크 살만 빈 이브라힘 알 칼리파 아시아축구연맹(AFC) 회장은 "두 팀이 월드컵 본선에 진출했다는 사실은 세계 경쟁 수준이 매우 높다는 걸 보여준다"며 "아시아의 발전과 투지에도 불구하고 세계 최고 수준과의 격차가 여전히 존재하며, 그 격차를 줄이기 위해 계속 노력해야 한다는 것을 깨닫게 해준다"라고 밝혔다.
아시아를 대표하는 양강 한국과 일본의 경우, 각각 역대 최강 전력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북중미월드컵에 뛰어들었기 때문에 이번 대회 '조기 탈락'이 주는 충격파가 더 크다. 한국은 손흥민(LA FC) 이강인(파리생제르맹) 김민재(바이에른뮌헨) 등 유럽 빅리그에서 뛰었거나 현재 왕성하게 활동 중인 선수를 중심으로 스쿼드를 꾸렸다. 이강인을 필두로 유럽 주요 대회에서 다수의 선수가 우승을 경험하고 월드컵에 참여한 적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스쿼드의 절대 다수를 유럽파로 꾸린 일본은 대회 전 브라질, 잉글랜드 등과의 친선경기에서 승리하며 기대감을 한껏 키웠다. 양국은 '역대 원정 월드컵 최고 성적'에 포커스를 맞췄다.
하지만 세계 축구의 높은 벽 앞에서 한국과 일본은 여전히 '우물 안 개구리'였다. 한국은 직접 개최한 2002년 한-일월드컵에서 총 3승을 따내며 4강 신화를 작성한 이후 2승을 넘긴 적이 없다. FIFA 랭킹 50위권 남아공도 쉽게 꺾지 못하는 실력이 현재의 한국 축구의 현실이다. 소수의 정상급 선수의 실력에 기대는 '해줘 축구'로는 한계가 명확했다. 일본 역시 28년째 월드컵 토너먼트 무승 징크스를 씻어내지 못했다. 용두사미식 경기 패턴에 의한 탈락은 이번에도 반복됐다. 일본 매체 '스포니치'는 '일본은 역대 최강의 대표팀을 구성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번에도 토너먼트 단계에서 승리를 거두지 못했다. 세계 챔피언 자리에 오르기 위한 벽은 여전히 넘기 힘든 장벽으로 남았다'라고 밝혔다.
모리야스 하지메 감독이 장기간 팀을 이끌면서 '경기력'을 끌어올린 점은 인정하면서도 주요 메이저대회에서 거푸 '결과'를 내지 못한 점을 꼬집으며 변화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스멀스멀 올라오고 있다. 경기력조차 끌어올리지 못한 한국은 더욱더 치열한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국내 감독이 실패했으니 무조건 외국 감독이 맡아야'와 같은 단순한 논리로는 축구가 발전할 수 없다.
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