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홍명보 감독 칭찬하는 보도 좀 해주세요."
모리야스 하지메 감독의 이례적인 요청이었다. 모리야스 감독은 2일 도쿄에서 2026년 북중미월드컵 결산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일본은 이번 북중미월드컵을 앞두고 '우승'을 목표로 내걸었다. 이유 있는 자신감이었다. 대회 개막 전 평가전에서 브라질, 잉글랜드 등을 차례로 격파한 데다, 26명의 엔트리 중 23명을 유럽파로 채울 정도로 최강의 스쿼드를 자랑했다.
일본은 네덜란드, 스웨덴 등이 포진한 '죽음의 조' F조를 2위로 통과했지만, 32강에서 '영원한 우승후보' 브라질에 1대2로 패했다. 선제골까지 넣었지만, 후반 막판 결승골을 허용하며 무릎을 꿇었다. '졌잘싸'라는 표현이 딱 어울리는 경기였다. 일본은 또 다시 토너먼트 승리 실패라는 차가운 현실을 마주했다. 하지만 좋은 경기력에 일본 내 대표팀과 모리야스 감독에 대한 평가는 긍정 일색이다.
한국과는 상반된다. 한국은 조별리그에서 1승2패로 조 3위에 머물렀다. 체코와의 첫 경기에서 승리하며 기세 좋게 출발했지만, '개최국' 멕시코에 아쉽게 패한데 이어, 1승 제물이었던 남아공에 충격패를 당했다. 남아공전은 역대 월드컵 최악의 경기라 할만큼, 졸전이었다. 한국은 조3위 와일드카드를 두고 사흘간 희망고문에 시달렸지만, 끝내 32강 진출에 실패했다.
후폭풍이 이어졌다. 홍 감독은 현지에서 사퇴를 선언했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 홍 감독을 비판하고 나섰다. 이어 주장 손흥민(LAFC)과의 갈등설과 선수단 내분설 등이 제기됐다. 대표팀 귀국장은 홍 감독을 향한 비판의 목소리로 아수라장이 됐고, 여진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언론은 매일 같이 비판적인 보도를 쏟아내고 있고, 정치권까지 나서며 당분간 북중미월드컵 실패를 둔 폭풍우는 계속될 전망이다.
이같은 상황에 대해 모리야스 감독이 한마디를 던졌다. 일본 데일리스포츠에 따르면, 기자회견에서 모리야스 감독을 향해 한 국내 언론이 '일본의 육성 시스템을 본받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다. 한국의 현 상황을 어떻게 보고 있나'고 질문했다.
모리야스 감독은 "한국의 상황을 거의 알지 못하기 때문에 가볍게 코멘트를 할 수는 없다. 다만 홍명보 감독과는 사적으로도 만나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고, 라이벌로서도 친구로서도 교류해 왔다"고 했다. 실제 홍 전 감독과 모리야스는 지난해 7월 한일 수교 60주년을 기념해 대담을 갖고 양국 축구 역사의 발전과 향후 협력 방안 등에 대해 속깊은 대화를 나눈 바 있다. 동아시안컵에서는 지략대결도 펼쳤다. 당시 일본이 1대0으로 승리하며 우승을 차지했다.
모리야스 감독은 "이번 대회 결과가 역대 최악이라고 할 수는 없다. 그는 나라를 위해 몸이 부서져라 노력했다. 이번 월드컵에서도 조별리그를 통과하지 못했지만, 1승은 했다. 세 번째 경기는 어려운 운영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원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았지만, 결과를 내기 위한 노력은 최대한 하고 있었다"고 했다.
이어 "우리도 결과가 나왔느냐고 물어본다면,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 결과는 프로의 세계에서 평가받는 부분이지만, 모든 것을 결과론으로만 보고 지금까지 해 온 것이 잘못됐다고 할 수는 없다. 한국 분들이 얼마나 비판적인지는 모르겠지만, 홍명보 감독을 비롯한 스태프와 선수들이 나라를 위해 노력한 점도 생각해서, 칭찬이 있어도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모리야스 감독은 한국의 육성 시스템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한국에서 어떤 육성이 이뤄지고 있는지 자세히는 모른다. 내가 아는 범위에서는 경쟁에서 살아남고, 계속 정상에 있어야 올라갈 수 있는 시스템이라고 생각한다. 무엇이 정답인지는 모르지만, 일본에는 일본에 맞는 육성이 있고, 지도자 한 명 한 명이 열정을 가지고 노력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모리야스 감독은 마지막으로 한국 매체를 향해 농담 섞인 당부도 남겼다. "홍명보 감독 칭찬하는 보도를 해 주세요"라고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홍 감독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 것은 모리야스 감독 뿐만이 아니다. 일본 '도쿄 스포츠'는 '북중미월드컵 조별리그 탈락의 책임을 지고 한국 대표팀 감독직에서 물러난 홍 전 감독에게 J리그가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매체는 한 J리그 관계자의 발언을 인용해 "홍 감독은 인품이 훌륭하고 일본에 우호적인 성향도 있는 인물이다. 물론 지도자로서도 일류이기 때문에 차라리 일본에서 지도자 생활을 하는 편이 좋지 않겠나. 원하는 J리그 구단은 얼마든지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홍 전 감독은 현역 시절 쇼난 벨마레, 가시와 레이솔 등에서 뛰었다. 가시와 시절에는 외국인 선수로는 처음으로 주장 완장까지 찼다. 홍 전 감독은 과거에도 여러차례 J리그 러브콜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일단 홍 전 감독의 J리그행이 이루어질지는 미지수지만, 적어도 한국과 일본 내 홍 전 감독에 대한 온도차는 분명해 보인다. 홍 전 감독은 현재 미국 LA로 떠난 상태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