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전영지 기자]"일정 변경 논의? 복부 강타 당한 기분."
하비에르 아기레 멕시코 축구대표팀 감독이 잉글랜드와의 북중미월드컵 16강 경기시간을 앞당겨 조정하려한 국제축구연맹(FIFA)의 움직임을 강력히 비판했다.
당초 멕시코시티 아스테카 스타디움에서 열릴 예정이던 잉글랜드와 멕시코의 맞대결은 현지 시각 5일 오후 6시(한국시각 6일 오전 9시)로 잡혀 있었다.
그러나 경기 당일 해당 지역에 강한 뇌우와 폭우가 예보되면서, FIFA는 경기 시간을 현지시각 낮 12시(한국시각 6일 오전 3시)로 앞당기는 방안을 검토했다. 몇 시간 동안 혼선이 이어졌으나, 결국 FIFA는 기존 일정을 고수하기로 결정하면서 멕시코와 잉글랜드의 16강전은 시간 변경 없이 치러지게 됐다.
하지만 아기레 감독은 FIFA에 대해 '격분했다'며 불만을 감추지 않았다. 이번 대회에서 아직 단 한 골도 실점하지 않은 멕시코 선수들이 정오 경기를 치를 준비가 전혀 돼 있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아기레 감독은 라디오 포뮬라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일정 변경 논의) 결정은 마치 복부를 강타당한 기분이다. 이제 우리는 모든 것을 재고해야 한다"고 토로했다.
그는 이어 "그동안 우리가 해온 노력이 전부 수포로 돌아간 것까지는 아니지만, 거의 그에 가깝다. 경기 당일 전체 계획의 일부였던 귀중한 6시간을 잃어버릴 뻔했기 때문"이라며 "전혀 마음에 들지 않는다. 당연히 FIFA의 결정이 무엇이든 따르겠지만, 나와 선수들 모두 결코 유쾌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또한 아기레 감독은 "정오에 경기를 치러서 얻을 이점은 단 하나도 없다. 전혀 없다. 모든 계획을 완전히 뒤흔드는 일"이라며 "FIFA가 주도권을 쥐고 있으니 우리는 따를 수밖에 없다. 내 의견을 물었다면 당연히 오후 6시 킥오프를 고수하라고 했을 것이다. 이는 중대한 변화다. 그 배경에 나름의 이유가 있다는 점은 이해하지만, 누구도 나와 상의하지 않았고 그 부분이 매우 화가 난다. 결국 우리의 본분은 경기장에 나가 승리하는 것뿐"이라고 말했다.
특히 선수들의 회복 문제를 가장 큰 우려로 꼽았다. 아기레 감독은 "회복이 문제다. 현재 몸 상태가 완벽하지 않은 선수가 2명 있는데, 그들에게는 6시간의 여유가 큰 도움이 된다. 사소해 보일지 몰라도 그렇지 않다"며 "의료진은 일요일 오후 6시에 맞춰 이 선수들의 몸 상태를 끌어올리기 위해 노력해 왔지, 낮 12시가 기준이 아니었다. 따라서 이들을 선발 명단에서 제외해야 할 수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일정을 조정하는 데 있어 FIFA가 결정권을 쥐고 있어 우리에겐 선택지가 없다"면서도 "만약 오후 6시에 경기를 한다면 상대가 누구든 상관없다. 그곳은 우리의 안방이고, 우리의 시간이며, 우리에게 가장 최적화된 조건이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디애슬레틱에 따르면 FIFA가 잉글랜드와 멕시코의 월드컵 16강전 경기 시간을 변경하려 했던 진짜 이유는 당초 알려진 기상 악화 우려 때문이 아닌 것으로 보인다. 4일 멕시코의 복수 매체가 일정 변경이 확정되었다고 보도했으나, FIFA는 침묵을 지켰다. 멕시코와 잉글랜드 축구협회 모두 이러한 논의에 대해 전혀 알지 못했고 잉글랜드 선수들은 당일 훈련 후 취재진을 통해 경기시간 변경 가능성을 전해들었다. 팀과 팬, 방송사 모두가 5시간 반 동안 혼란을 겪은 끝에 FIFA는 시간 변경 계획을 폐기하고 원래대로 킥오프를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FIFA가 킥오프 시간을 앞당기려 했던 가장 큰 요인은 팬 안전 문제 때문이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멕시코가 에콰도르를 꺾은 후, 축하 행사 과정에서 홈팬 4명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한 후 현지 조직위원회가 이번 경기와 경기 후 축하 행사를 사고 없이 치러낼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논의가 급물살을 탔다. 킥오프 시간을 낮으로 앞당기면 팬들이 과도한 음주 등을 예방할 수 있어 소요 사태의 가능성을 줄일 수 있는 방안으로 여겨졌다. 디애슬레틱은 FIFA가 내부적으로 이미 일정 변경을 사실상 확정지었으나, 하비에르 아기레 멕시코 대표팀 감독 등 관계자들의 공개적인 반발이 이어지자 결국 계획을 철회했다고 썼다.
한편, 멕시코시티에 도착한 잉글랜드 대표팀은 숙소 호텔 주변에는 바리케이드를 설치했다. 보안도 한층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에콰도르와의 16강전 당시 멕시코 팬들은 호텔 앞에서 자동차 경적, 오토바이, 확성기 등을 동원해 선수들의 숙면을 방해했으며, 에콰도르는 0대2로 패배 후 FIFA에 정식 항의서를 제출한 바 있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