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2026년 북중미월드컵에서 처참한 실패를 맛본 한국축구는 극심한 후폭풍에 시달리고 있다.
한국축구는 최악의 위기에 놓였다. 한국은 2026년 북중미월드컵에서 역대 최강의 전력이라며, 역대 최초의 원정 월드컵 토너먼트 승리라는 원대한 목표를 세웠다. 하지만 결과는 처참했다. 조별리그에서 1승2패로 조 3위에 머물렀다. 체코와의 첫 경기에서 승리하며 기세 좋게 출발했지만, '개최국' 멕시코에 아쉽게 패한데 이어, 1승 제물이었던 남아공에 충격패를 당했다. 남아공전은 역대 월드컵 최악의 경기라 할만큼, 졸전이었다. 한국은 조3위 와일드카드를 두고 사흘간 희망고문에 시달렸지만, 끝내 32강 진출에 실패했다.
후폭풍이 이어졌다. 홍 감독은 현지에서 사퇴를 선언했다. 그는 "먼저 한국 축구를 사랑해주시고 언제나 응원해주신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운을 뗀 후 "전 오늘부로 물러나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 축구가 다시 국민 여러분의 신뢰와 사랑을 받을 수 있도록 성장해 나가길 진심으로 응원하겠다"고 덧붙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론은 들끓었다. 홍 감독의 태도 문제까지 지적했다. 이어 주장 손흥민(LAFC)과의 갈등설과 선수단 내분설 등이 제기되며 더욱 불이 붙었다. 대표팀 귀국장은 홍 감독을 향한 비판의 목소리로 아수라장이 됐고, 여진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언론은 매일 같이 비판적인 보도를 쏟아내고 있다.
홍 감독은 가족들이 있는 LA로 떠났다. 이미 예정된 일정이었음에도 비난은 계속됐다. 심지어 홍 감독이 팬들이 피하기 위해 돈을 지불하고 VIP 통로를 이용했다는 오보까지 나왔다. 하지만 취재결과, 홍 감독의 측근은 "LA 공항에 도착했을 때 공항 관계자가 혹시 모를 안전 문제를 우려하며 기존 출입구에서 30m 떨어진 환승 고객 출구로 안내했다. 감독님이 VIP 서비스를 이용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며 "그 서비스가 있다는 것도 모른다. 또 추후에 확인하니 아시아나는 PS 서비스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홍 감독은 국내에서 생활하기가 쉽지 않다. 누구나 보호받아야 할 사생활이 있다. 그러나 집밖에는 취재진이 진치고 있다. 이 측근은 "미국에 있는 큰 아들이 한국으로 와 감독님을 모시고 갔다"고 설명했다. 홍 감독은 미국에서 머물다 국회 청문회 등 국내에서 상황이 벌어질 경우 귀국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를 보고 있는 세계의 시선은 우려, 그 자체다. 스페인 '코페'는 3일(이하 한국시각) '한국의 월드컵 조별리그 탈락은 국가에 큰 충격을 안겼다. 대회 이후 사임한 홍 감독은 미국행 비행기에 오르기 위해 공항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최대한 눈에 띄지 않으려 했고, 취재진 앞에서도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고 조명했다. 이어 '홍명보 감독에게는 매우 힘든 며칠이었다. 그는 살해 협박을 받았고, 자신의 신변 안전을 우려하고 있다. 이 때문에 미국으로 떠날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이 매체는 마지막으로 '귀국 역시 순탄치 않았다. 선수단은 매우 적대적인 분위기 속에서 귀국했고, 홍명보 감독은 가장 큰 비난의 대상이 됐다. 일부 매장에서는 홍명보 감독의 출입을 금지하기도 했다'며 '홍명보 감독은 살해 협박과 본인 및 가족을 향한 신변 위협에 결국 미국으로 떠나야 했다'고 덧붙였다.
스페인 '아스'도 '한국 대표팀을 둘러싼 상황은 매우 불안정하다. 북중미월드컵에서 실망적으로 탈락한 한국은 전국에 실망감을 안겨줬고, 여파가 계속되고 있다'며 '그중 가장 타격을 입은 사람은 홍명보 감독이다. 그는 지난 며칠 동안 끊임없는 살해 협박에 시달리며 극도로 힘든 시간을 보냈다'고 했다. 이어 '이 때문에 한국을 떠났다. 안전에 대한 우려까지 제기됐다. 한국 대표팀은 팬들의 적대적인 반응에 직면했는데, 특히 감독을 향한 야유가 집중됐다. 소식에 따르면 서울 곳곳에 홍 감독을 겨냥한 포스터도 붙었다'고 전했다.
아르헨티나 '올레'는 '홍 감독은 살해 협박을 받았고 신변 안전에 대한 우려에 시달렸다. 이에 미국으로 도피하게 된 것'이라며 '한국의 귀국은 매우 힘든 여정이었다. 그들은 극도로 적대적인 분위기에 직면했다. 특히 홍명보 감독은 심한 모욕을 당하며 경호원들의 호위를 받으며 귀국해야 했다'고 했다. 이어 '한국에선 홍명보 감독의 목숨을 위협하는 심각한 메시지에 대해 수사에 착수했다'고 했다.
프랑스 '르10스포르트'도 '홍 감독은 한국 축구 역사상 최고의 선수 가운데 한 명으로 평가 받는다. 국가대표 주장까지 지냈던 인물이다. 이러한 상황에 처하게 된 것은 매우 아이러니한 장면'이라고 전했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 홍 감독과 대한축구협회를 비판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SNS에 '무능한 사람을 지휘관으로 선택하면 결과가 명백해질 것'이라고 썼다.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소셜 미디어를 통해 대한축구협회 특별감사 방침을 공식화했다. 그는 "외부 전문가들과 함께 조사위원회를 구성해 협회의 전반적인 운영을 철저히 들여다보겠다. 위법 또는 부당 행위가 확인될 경우 엄정하게 책임을 묻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어 국회에서는 청문회를 준비 중이다.
일본 '도쿄스포츠웹'은 지난 2일 한국 정부의 대한축구협회 개입이 논란이 돼 FIFA로부터 월드컵 출전 정지 징계를 받을 가능성에 대해 보도했다. 이 매체는 일본 축구 관계자의 발언을 빌어 "FIFA가 정부 개입에 대해 매우 엄격한 입장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FIFA가 2024년 10월 홍 감독 선임 과정에서 문체부의 감사가 이루어진 후, KFA에 경고 서한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며 '이번에는 개입 수준이 그 범위를 훨씬 뛰어넘었고, 마침내 (국제대회에서)제거될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했다.
이 매체는 마지막으로 '한국 대표팀은 국제 대회에서 출전 정지 처분을 받을 수 있다. 최근 몇 년간 네팔, 쿠웨이트, 나이지리아 등은 정치적 간섭으로 인해 국제 경기 중단이나 FIFA의 출전 자격 박탈 등 엄격한 제재를 받아왔다'며 '한국 축구가 부활하기는커녕, 국가대표팀이 국제 무대에서 밀려날 위험에 직면해 있는 듯하다'고 우려를 표했다. 다른 일본 매체인 '히가시스포츠웹'도 이 같은 내용을 전했다.
모리야스 하지메 감독은 북중미월드컵 결산 기자회견에서 의미심장한 발언을 했다. 그는 국내 언론의 '일본의 육성 시스템을 본받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다. 한국의 현 상황을 어떻게 보고 있나'는 질문에 대해 "한국의 상황을 거의 알지 못하기 때문에 가볍게 코멘트를 할 수는 없다. 다만 홍명보 감독과는 사적으로도 만나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고, 라이벌로서도 친구로서도 교류해 왔다"먀 "이번 대회 결과가 역대 최악이라고 할 수는 없다. 그는 나라를 위해 몸이 부서져라 노력했다. 이번 월드컵에서도 조별리그를 통과하지 못했지만, 1승은 했다. 세 번째 경기는 어려운 운영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원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았지만, 결과를 내기 위한 노력은 최대한 하고 있었다"고 했다.
이어 "우리도 결과가 나왔느냐고 물어본다면,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 결과는 프로의 세계에서 평가받는 부분이지만, 모든 것을 결과론으로만 보고 지금까지 해 온 것이 잘못됐다고 할 수는 없다. 한국 분들이 얼마나 비판적인지는 모르겠지만, 홍명보 감독을 비롯한 스태프와 선수들이 나라를 위해 노력한 점도 생각해서, 칭찬이 있어도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모리야스 감독은 한국의 육성 시스템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한국에서 어떤 육성이 이뤄지고 있는지 자세히는 모른다. 내가 아는 범위에서는 경쟁에서 살아남고, 계속 정상에 있어야 올라갈 수 있는 시스템이라고 생각한다. 무엇이 정답인지는 모르지만, 일본에는 일본에 맞는 육성이 있고, 지도자 한 명 한 명이 열정을 가지고 노력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모리야스 감독은 마지막으로 한국 매체를 향해 농담 섞인 당부도 남겼다. "홍명보 감독 칭찬하는 보도를 해 주세요"라고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홍 감독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 것은 모리야스 감독 뿐만이 아니다. 일본 '도쿄 스포츠'는 '북중미월드컵 조별리그 탈락의 책임을 지고 한국 대표팀 감독직에서 물러난 홍 전 감독에게 J리그가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매체는 한 J리그 관계자의 발언을 인용해 "홍 감독은 인품이 훌륭하고 일본에 우호적인 성향도 있는 인물이다. 물론 지도자로서도 일류이기 때문에 차라리 일본에서 지도자 생활을 하는 편이 좋지 않겠나. 원하는 J리그 구단은 얼마든지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홍 전 감독은 현역 시절 쇼난 벨마레, 가시와 레이솔 등에서 뛰었다. 가시와 시절에는 외국인 선수로는 처음으로 주장 완장까지 찼다. 홍 전 감독은 과거에도 여러차례 J리그 러브콜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일단 홍 전 감독의 J리그행이 이루어질지는 미지수지만, 적어도 한국과 일본 내 홍 전 감독에 대한 온도차는 분명해 보인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