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최만식 기자] 일본 축구계가 때아닌 '혼다 자격증 이슈'로 논쟁을 벌이고 있다.
논란의 화살을 쏘아올린 이는 일본 축구의 '살아있는 전설' 혼다 케이스케(40)다. 현역 은퇴 후 방송 해설위원 등으로 활동하고 있는 그는 지난 2일 자신의 SNS(X)를 통해 이른바 '셀프 지원'으로 화제에 올랐다.
일본 축구대표팀이 2026년 북중미월드컵에서 32강전 패배로 막을 내린 채 귀국한 이후 모리야스 하지메 감독(58)의 거취 얘기가 나올 때였다. 일부 언론에서 외국인 감독 영입 가능성을 제기한 가운데 일본축구협회가 모리야스 감독과 1년 재계약을 추진 중이라는 사실이 알려지기도 했다.
이에 혼다는 SNS에서 "찬반이 있을거라는 건 알지만, 한마디 하겠다. 모리야스 감독에게 1년 계약 연장 제안을 했다는 뉴스를 봤다. 그런데 만약 다음 감독 후보가 마땅히 없어서 시간을 벌기 위한 '임시 연장 제안'이라면, 나를 1년 동안 시험해 보라"라며 일본축구협회를 향해 공개적으로 요청했다. 이어 그는 "만약 아시안컵에서 패배한다면, 이유를 따질 것도 없이 바로 경질해도 상관없다. 나는 그 승부를 기꺼이 받아들이겠다"고 했다.
리빙 레전드의 폭탄 발언에 일본 축구팬들의 여론은 요동칠 수밖에 없었다. 찬반 의견이 분분한 가운데 '자격증 이슈'가 제기됐다. 혼다가 '일본축구협회(JFA) Pro' 라이선스를 보유하고 있지 않은 점을 이유로 대표팀 감독 자격이 없다는 것이었다.
'JFA Pro' 라이선스는 한국의 'P급' 자격증과 같은 것으로, 축구 지도자들이 취득하는 각종 등급 자격증 가운데 최고 등급이다. 'Pro' 또는 'P급'이 있어야 대표팀 감독이 될 수 있다.
혼다는 '무자격' 지적에 대해 정면으로 맞섰다. 3년 전 SNS에 게재했던 장문의 칼럼을 다시 올려 조목조목 지적한 것. "자격증 관련 규정 자체를 납득할 수 없기 때문에, 굳이 따고 싶지 않았다"는 그는 이유를 자세히 설명했다.
"라이선스 제도가 처음 만들어졌을 당시에는 지도자들의 수준 차이가 너무 심했다. 그 때문에 선수, 팬, 스폰서들이 피해를 보는 일도 있었다. 그래서 축구계 발전을 위해 명확한 기준을 세울 필요가 있었다. 그 후 축구계가 발전하면서 지도자의 가치도 함께 올라갔고, 정말 많은 사람이 라이선스를 따기 위해 시간과 비용을 투자하게 되었다."
"문제는 라이선스의 가치가 높아지면서 제도가 지나치게 세분화되고 프로그램도 복잡해졌다는 점이다. 그러다 보니 라이선스 단계마다 수익을 창출하는 구조가 만들어졌고, 지금은 하나의 거대한 비즈니스가 되어버렸다."
혼다는 "정리하자면, 라이선스 제도는 지도자의 질을 높이고 축구 산업 전체를 성장시키는 역할을 톡톡히 했으니 절대적으로 필요했던 건 맞다"면서도 "축구계의 많은 관계자들과 국제축구연맹(FIFA)이 지금까지 쌓아온 노력에 깊은 경의를 표하지만 이제는 현재의 제도를 보완할 새로운 아이디어를 제안하고 싶다. 그래야 더 좋은 시스템이 될 거라고 확신하기 때문이다"라고 주장했다.
혼다의 이런 주장에 스포츠 스타 출신 방송인 다케이 쇼(53)가 지지하고 나섰다. 다케이는 SNS에서 "혼다의 감독 발언에 대해 경험, 자격, 순서 등에 관해 여러 의견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경험이니 자격이니 그런 게 뭐가 중요한가"라며 "AC 밀란에서 10번을 달고 뛰었고, 월드컵 3개 대회 연속 골을 넣은 감독이 일본 어디에 있겠어? 구단을 이끌고 이기든, 뭘 했든 간에 월드컵에서 승리를 이끈 사람은 아직 없다, 프로야구 감독한테 자격증 같은 게 어딨나"라고 지적했다.
이어 다케이는 "난 보고 싶은데 말이야. 뭔가 새로운 빛이랄까, 가능성이 보이는 느낌이 든다"라며 혼다를 두둔했고, 혼다는 "그런 거야!"라며 긍정 댓글을 달기도 했다.
혼다는 현역 시절 일본 최초로 월드컵 3개 대회 연속 골과 월드컵 최고령 득점을 기록했고, 아시아 최초의 월드컵 3개 대회 연속 어시스트도 달성한 바 있다.
1997년 일본 육상선수권대회에서 10종 경기(데카슬론) 챔피언에 올랐던 '육상 영웅' 다케이는 은퇴 후 프로골퍼로 뛰는가 하면 일본펜싱협회 회장을 역임하는 등 다재다능한 인물이다. 현재는 배우 겸 예능방송인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특히 다케이는 지난 2020년 혼다가 도쿄에서 사회인 축구팀 '원 도쿄(현 에도 올 유나이티드)'를 창단했을 때 초대 감독을 맡은 적이 있고, 2022년에는 프로야구 니혼햄 파이터스의 임시코치를 하기도 했다.
다케이의 '참전'으로 논란이 거세지자 혼다는 6일 SNS에 다시 글을 올렸다. 그는 "제가 말하고자 한 것은 '자격증이 필요한가'에 관한 것이 아니라, 자격증을 의무화하는 시스템이 진정으로 옳은지에 관한 것이다"면서 "시스템에 대해 논의하는데 자격증이 필요하다는 생각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지도자 자격증의 가치를 부정하는 게 아니다. '배울 기회'와 '일할 자격'은 별도로 고려해야 한다는 점을 말하고 싶었을 뿐이다"라고 부정 의견에 대해 반박했다.
그러면서 그는 MBA(경영학 석사)를 예로 들며 "MBA를 가진 비즈니스 리더도 있고, 그렇지 않은 뛰어난 리더들도 있다. MBA는 가치 있는 자격증이지만, 'MBA 없이는 CEO가 될 수 없다'는 규칙은 없다"면서 "현재 축구계에서는 지도자 자격증 없이 최고 수준의 감독이 될 수 없다. 이는 'MBA 없이는 비즈니스 리더가 될 수 없다'고 말하는 것과 같다"라고 역설했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