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전영지 기자]"안도감과 좌절감이 교차했다."
'축구의 신' 리오넬 메시가 이집트와의 16강전에서 2골을 내준 후 3골을 몰아치는 극적인 대역전승 직후 눈물을 쏟은 이유를 털어놨다. 페널티킥 실축 이후의 좌절감과 안도감이 뒤섞인 결과였다고 고백했다.
디펜딩 챔피언 아르헨티나는 미국 애틀랜타 메르세데스-벤츠 스타디움에서 펼쳐진 북중미월드컵 이집트와의 16강전에서 절체절명의 위기에 몰렸다. 전반 15분 야세르 이브라힘에게 선제 헤더 골을 내준 데 이어, 후반 12분 역습 상황에서 무스타파 지코에게 눈부신 역습 상황에서 추가골까지 내주며 메시의 통산 6번째 월드컵 무대에서 탈락 위기에 직면했다. 전반 21분 메시의 실축이 있었다. 니콜라스 탈리아피코가 박스 안에서 하이셈 하산에게 파울을 당해 얻어낸 결정적인 페널티킥 찬스, 동점골 기회에서 메시의 낮고 빠른 페널티킥 슈팅을 모스타파 쇼베이르 골키퍼가 막아냈다.
이 실축으로 메시의 월드컵 통산 페널티킥 기록은 8번의 시도 중 4번이나 실축하는 지독한 불운으로 이어졌다. 그로 인해 초래될 끔찍한 결과가 메시의 얼굴에 그대로 묻어났다.
하지만 2022년 카타르월드컵 우승국인 아르헨티나는 패배의 위기에서 불사조처럼 살아났다. 13분 동안의 반격이 무시무시했다. 크리스티안 로메로의 헤더 추격골을 시작으로 메시와 엔소 페르난데스가 연속골을 터뜨렸다. 리오넬 스칼로니 감독이 이끄는 아르헨티나가 기어이 8강 진출을 확정 지었다.
경기 후 믹스트존에 들어선 메시는 "우리는 또 한번 엄청난 고통을 겪었다"라며 직전 카보베르데전에서 겪은 아찔한 위기를 떠올렸다. 그는 이어 "하지만 이것이 월드컵이다. 모든 경기가 박빙이기 때문에 지금은 매우 기쁘다"는 소감을 밝혔다.
경기 종료 후 메시는 동료들과 기쁨을 만끽하며 뜨거운 눈물을 쏟아냈고, 동료들은 환호하며 메시를 헹가래 쳤다. 눈물을 흘린 이유에 대해 메시는 "모두에게 안도감이 찾아왔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0-2로 뒤진 상황에서 역전하는 것은 절대 쉽지 않지만, 우리 팀은 늘 결코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싸운다"면서 "다행히 후반 이른 시간에 쿠티(로메로의 별칭)의 골이 터져 분위기를 바꿀 수 있었고, 연장전 없이 90분 만에 승리할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또한 "오늘 우리 팀이 해낸 일은 정말 믿기지 않으며, 팬들이 우리의 행보를 계속 즐길 수 있게 돼 기쁘다"라고 덧붙였다.
대역전극에도 불구하고 메시는 전반 21분 자신의 페널티킥 실축에 대해 자책하기도 했다. 메시는 "페널티킥을 실축하고 나쁜 슈팅을 날린 것에 대해 정말 좌절감이 컸다"라며 "만약 내가 그 페널티킥을 성공시켰다면 경기 양상이 완전히 바뀌었을 것"이라고 털어놓았다. "우리에게 확실한 기회들이 있었지만 상대 골키퍼가 믿을 수 없는 선방을 해냈다. 팀 내부적으로 여러 일이 있었던 상황에서, 이 팀에 다시 기여할 수 있게 되어 매우 특별한 기분"이라며 미소 지었다.
스칼로니 감독 역시 아르헨티나의 짜릿한 역전승 이후 감격에 겨운 모습을 감추지 못했다. 경기 후 라커룸에서 선수들이 자신을 '울보'라고 놀린 일화도 전했다. 스칼로니 감독은 "나는 항상 감정적이다"라며 "때로는 눈물이 쏟아지기도 한다. 라커룸에서도 눈물이 났다. 아이들은 나를 '울보'라고 부르지만 신경 쓰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20년 동안 축구를 해온 우리 모두에게, 오늘 느낀 감정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다는 것은 정말 믿어지지 않는 일이다"라며 "축구를 했던 대부분의 감독들이 감독이 되는 이유는 바로 오늘 같은 날, 그런 감정과 아드레날린을 느끼기 위해서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후반 38분에 터진 메시의 동점골은 이번 월드컵 8호골. 프랑스의 킬리안 음바페와 노르웨이의 엘링 홀란드의 7골을 제치고 메시가 다시 단독 선두로 올라섰다. 8차례 발롱도르 수상에 빛나는 메시는 자신의 6번째 월드컵에서 통산 31경기 출전 21골을 기록하게 됐다. 19경기에서 19골을 넣은 음바페보다 2골 더 많은 기록이다.
타이틀 방어에 나서는 아르헨티나는 8강에서 스위스와 맞붙는다. 승리시 준결승에서 잉글랜드 또는 노르웨이 중 한 팀과 결승 진출을 다툰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