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이현석 기자]함께 한 시간과 울고 웃은 추억을 담았다. 선수들이 누비던 잔디를 팬들의 마음에 옮겨 심었다.
2026년 북중미월드컵에서 국제축구연맹(FIFA)은 경기장 잔디를 굿즈로 발매했다. FIFA 공식 스토어 사이트를 통해 '2026 월드컵 경기장 조각'이라는 이름의 새로운 상품을 내놓았다. 450달러(약 66만원)에 출시된 이 상품은 북중미월드컵 결승전 장소인 미국 뉴저지주 뉴욕 뉴저지 스타디움(메트라이프 스타디움)의 경기장 실제 조각을 최고급 아크릴 케이스에 영구 보존할 수 있도록 처리해, USB 기념품과 함께 전달된다. 결승전 종료된 경기장의 잔디를 통해 제작되어 배송될 예정이다.
월드컵 결승이라는 특별한 의미를 담았지만, 지나친 상업화라는 혹평이 쏟아졌다. 잔디 굿즈 자체가 아예 처음 나온 기획은 아니다. 다만 FIFA의 상품은 그 의미가 달랐다. 역대 최고 수준, 지나친 상업성이 축구의 보편성을 위협했다. 대회 최초로 유동 가격제를 도입했고, 모든 경기의 티켓 가격은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펜들의 원성이 자자했다. 하이드레이션 브레이크 도입으로 경기 운영마저도 자본의 논리에 무너졌다는 비판이 쇄도했다. 결국 결승전 경기장의 잔디마저 달러로 치환했다. 해당 굿즈 판매로 최대 1100만 달러(약 162억원)의 수익을 올릴 수 있다고 알려졌다. 축구 팬들은 분노했다. "축구보다 돈이 먼저"라는 목소리가 쏟아졌다.
하지만 K리그에서 실제 경기장 잔디를 판매용 MD로 제작한 포항 스틸러스의 사례는 그 의미도, 반응도 사뭇 달랐다. K리그 최초다. 앞서 K리그2(2부) 김포FC가 지난해 판매한 바 있으나, 수익 사업이 아닌 전액 기부 형태였다. 잔디 교체 상황을 활용했다. 포항은 올 시즌 무려 원정 10연전을 소화하는 독특한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월드컵 휴식기를 활용해 2013년 이후 처음으로 홈구장인 스틸야드 천연잔디를 전면 교체하기로 결정한 여파다. 새롭게 심은 스틸야드의 잔디는 오는 25일 다시 시작될 전북 현대와의 홈경기를 위해 무럭무럭 자라고 있다.
새 잔디에 자리를 내주어 폐기되는 잔디는 포항의 고민이었다. 해외 사례에 주목하며 활용 방안을 찾았다. 지난해 미국 메이저리그사커(MLS) 인터 마이애미는 홈구장 잔디를 기념품으로 제작했다. 신축 홈구장으로 떠나기 전 팬들과 경기장의 역사를 나누기 위한 기획이었다. 포항 또한 스틸야드에서의 기억을 나누고자 했다. 2013년 리그 우승의 여운을 남긴 챔피언 세리머니의 순간부터, 2023년, 2024년 코리아컵 2연패의 추억이 가득한 그라운드의 일부였다. 200개 한정 판매로 프리오더를 진행했고, 40여분 만에 매진됐다. 뜨거운 관심과 긍정적인 반응, 포항의 축구 열기를 증명했다. 경기장 잔디는 팬들의 마음속에 심어져 구단에 대한 더 큰 애정으로 자라날 수 있다.
포항 관계자는 "단순한 굿즈가 아닌 '13년의 스틸야드'를 팬들과 함께 기억하기 위한 프로젝트로 폐기되는 잔디를 추억으로 남길 수 있는 방법을 고민했다"며 "경기장의 일부를 팬들이 오래 간직할 수 있는 의미 있는 기념품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단순히 기념품의 의미에서 그치지 않는다. 구단의 추억과 의미를 담은 상품 개발, 이를 통해 수익을 마련해 구단 운영에 힘쓰는 선순환 구조가 힘을 받는다. K리그를 대표하는 명문다운 행보다. 포항 관계자는 "포항 스틸러스만의 스토리를 담은 MD 상품을 지속적으로 기획할 예정"이라고 했다.
이현석 기자 digh1229@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