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잉글랜드의 유명 심판 앤서니 테일러(47)가 20년간의 심판 생활을 마무리했다.
테일러는 22일(이하 한국시각) 은퇴를 발표했다. 그는 성명에서 '"최고 수준의 무대에서 심판을 맡은 것은 엄청난 특권이었다. 그러나 압박은 강하고 감시는 끊임없이 이어진다"고 밝혔다. 이어 "이제 물러나 내 경력의 다음 단계로 넘어갈 적절한 시점이다. 두 명의 부심 게리와 애덤, 심판 동료들, 오랜 시간 도움을 준 축구계의 모든 사람에게 깊은 감사를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무엇보다 이 직업이 요구한 엄청난 희생 속에서도 흔들림 없이 나를 지지해준 가족과 친구들에게 감사드린다"고 덧붙였다.
잉글랜드축구협회도 같은 날 공식 채널을 통해 '테일러가 20년 이상 831경기를 소화한 화려한 경력을 마치고 엘리트 심판직에서 은퇴한다고 발표했다'고 전했다.
교도관 출신의 테일러는 2006년 프로 심판으로 임문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를 포함, 월드컵, 유럽챔피언스리그, 유로 대회 등을 누비며 무려 831경기를 소화했다. 2010년 프리미어리그로 승격한 테일러는 16년 동안 432경기를 주관했다. 잉글랜드 주요 컵대회 결승전도 경험했다. 2015년 리그컵 결승전과 커뮤니티 실드, 2017년과 2020년 FA컵 결승 등을 관장했다. 2018년 챔피언십 승격 플레이오프 결승전 주심도 맡았다.
국제대회에서도 굵직한 경력을 쌓았다. 테일러는 2012년 국제축구연맹(FIFA)의 국제심판 명단에 이름을 올리며 14년간 활약했다. 그가 맡은 국제경기는 총 163경기에 달한다.
그는 유로2020, 2022년 카타르월드컵, 유로2024, 2026년 북중미월드컵 등에 나섰다. 2020년 슈퍼컵, 2021년 네이션스리그 결승전 등을 소화했다. 2022년 클럽월드컵 결승전, 2023년 유로파리그 결승전 등도 그의 몫이었다.
유로2020 덴마크와 핀란드의 조별리그 경기에서 크리스티안 에릭센이 심장마비로 쓰러지자 신속히 경기를 중단시켰다. 제때 응급처치가 이뤄지도록 한 판단은 그의 커리어에서 가장 빛난다. 에릭센은 이 경기 후 성공적인 치료를 마치고 그라운드로 복귀했다.
화려한 이력과 달리 어두운 부분도 있었다. 수많은 판정 논란의 중심에 섰다. 2023년 유로파리그 결승전이 대표적이다. 당시 AS로마는 세비야와의 결승전에서 승부차기 끝에 패했는데, 경기 종료 후 AS모나코를 이끌던 조제 무리뉴 감독과 충돌했다. 무리뉴 감독은 주차장에서 테일러를 기대린 뒤 그를 향해 거친 항의를 쏟아냈다. 무리뉴 감독은 테일러를 향해 "수치스러운 심판"이라고 언급하며, 그의 경기 운영을 비판했다. 무리뉴 감독은 결국 4경기 출전 정지 처분을 받았다.
테일러는 프리미어리그에서도 끊임없이 판정 논란의 중심에 섰다. 2022년 첼시와 토트넘의 맞대결에서는 경기 종료 후 충돌한 토마스 투헬 감독과 안토니오 콘테 감독을 모두 퇴장시키며 큰 화제를 모았다. 이 밖에 수많은 판정 논란을 낳았다.
한국과도 인연이 있다. 테일러는 카타르월드컵 한국과 가나의 조별리그 2차전에서 주심을 봤다. 그는 한국이 2-3으로 지고 있던 경기 막판 코너킥을 주지 않고 종료 휘슬을 불었다. 선수들이 강하게 항의하자, 파울루 벤투 감독이 대신 나섰고, 테일러 주심은 벤투 감독에게 레드카드를 줬다. 이 판정은 두고두고 논란이 됐다. 다른 유명 심판들은 "테일러의 판단은 잘못됐다"고 직격탄을 날리기도 했다.
프리미어리그에서는 손흥민(LAFC)에게 퇴장을 주기도 했다. 2019년 12월 손흥민의 소속팀이던 토트넘과 첼시와의 경기에서는 손흥민의 퇴장을 명했다. 손흥민이 그라운드에 쓰러졌다가 일어나던 중 상대 수비수에게 다리를 뻗자 이를 비신사적인 행동으로 판단해 레드카드를 꺼냈다. VAR 판독 끝에 레드카드가 나왔고, 토트넘의 항소는 기각됐다.
북중미월드컵 스페인-포르투갈과의 16강전은 테일러의 마지막 경기가 됐다. 로이터는 테일러의 경력을 소개하며 '잉글랜드를 대표하는 심판 중 한 명으로 널리 인정받았다'고 평가했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