듬직한 막내 나경복, 부모님 아픔 치유한 배구인생

기사입력 2016-03-30 18:20


부모님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나경복(왼쪽). 사진제공=나경복

"부모님께서 많이 좋아하세요."

건장한 체격과 남자다운 외모에 적은 말수. 나경복(22·우리카드)의 첫 인상이다. 하지만 부모님 이야기가 나오니 목소리가 밝아졌다. 부모님은 나경복 배구인생의 든든한 버팀목이다. 나경복은 "위에 형과 누나가 있다. 셋이 같은 초등학교 다니면서 모두 스카우트 제의를 받았는데 부모님께서 형과 누나는 반대했다. 하지만 내가 뛰어 다니는 것을 좋아한다는 것을 존중했다"며 "부모님의 믿음과 배려로 배구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나경복은 부모님의 든든한 지원 아래 18세 이하(U-18) 유스대표를 거치며 한국배구의 희망으로 성장했다. 그러나 나경복이 한창 대학무대를 휩쓸던 인하대 3학년 시절, 뜻하지 않은 비보가 날아왔다. 나경복은 "대학 3학년 때 부모님 두 분 모두 수술을 받았다. 아버지께서 일 하다가 무릎을 다쳤고 어머니는 유방암 진단을 받았다"고 밝혔다.

나경복은 대학 졸업과 프로 조기 진출 두 갈림길에 섰다. 주저하지 않았다. 얼리(Early) 드래프트(대학 졸업 전 드래프트 등록)를 결정했다. 쉽지 않은 선택이었다. 아무리 대학 무대에서 날고 기어도 프로는 차원이 다른 세계다. 섣불리 나섰다가 출전기회도 얻지 못하고 날개가 꺾일 수 있었다. 하지만 나경복에게 다른 경우의 수는 없었다. 나경복은 "솔직히 고민이 많았다. 나는 계속 운동만 했다. 부모님이 아파서 다른 생각할 수 없었다"며 "빨리 프로에 진출해 집에 보탬이 되고 싶은 마음 뿐이었다"고 털어놨다.

그렇게 참가한 2015~2016시즌 신인 드래프트. 나경복은 1라운드 1순위로 우리카드의 지명을 받았다. 나경복은 "프로 무대는 항상 꿈꿔왔던 곳이다. 1라운드 1순위로 뽑혀서 좋았고 부모님께 힘이 될 수 있어서 더 기뻤다"고 했다. 나경복은 살얼음판 같은 포지션 경쟁에도 올 시즌 정규리그 32경기에서 196득점을 올렸다. 나경복이 이름 석자를 배구계에 각인시키는 동안 양친도 완쾌했다. 나경복은 "이제 부모님께서 괜찮아졌다. 수술도 무사히 마쳤고 회복도 잘 했다"고 말했다.

먹구름이 걷히니 해가 떴다. 나경복은 29일 2015~2016시즌 NH농협 V리그 시상식에서 남자부 신인선수상을 거머쥐었다. 총 29표 중 29표, 몰표를 받았다. 남자부 최초 만장일치 선정이다. 동시에 최초 얼리 드래프트 출신 신인선수상이라는 타이틀도 획득했다. 나경복은 "부모님께서 전화로 계속해서 '고생했고 축하한다'고 말씀해 줬다"고 했다. 나경복은 여행 상품권을 부상으로 받았다. 그는 "여행 상품권은 부모님께 드릴 생각이다. 좋은 추억을 만들어드리고 싶다"며 웃었다.


임정택 기자 lim1st@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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