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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장난일까. 요란해도 너무 요란했다. 변덕스러운 날씨에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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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강인 한국 여자 골프는 '드림팀'을 구성했다. 박인비(28·KB금융그룹· 세계랭킹 5위) 김세영(23·미래에셋·6위) 전인지(22·하이트진로·8위) 양희영(27·PNS창호·9위)이 한국시각 17일 밤 1라운드에 돌입한다.
골프백이 하루 늦게 도착해 이날 첫 연습라운드를 가진 전인지는 코스를 돌다 소스라치게 놀랐다. 3번 홀에서 친 샷이 해저드 근처로 날아갔고, 공을 찾다 '거대한 쥐'를 발견했다. 대형 설치류 카피바라였다. 생김새는 쥐와 비슷하지만 체중이 날씬한 여자보다 무거운 60㎏을 훌쩍 넘는다. 전인지는 "해저드에 볼이 들어가지 않았는데 거대한 쥐가 옆에 있더라. 너무 신기해서 사진을 찍었다. 무섭기도 하더라. 그래도 안 나오면 좋겠다. 해저드 근처에 볼이 안가는 게 좋겠지만 겁을 내지 않고 내 플레이를 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한 후 "그 쥐가 잔디를 다 뜯어먹고 있더라"며 미소를 지었다. 그러자 박인비는 "나는 악어도 봤다. 그런데 그렇게 크지는 않았다"고 거들었다. 김세영은 "올림픽 코스는 자연과의 싸움이 강하다. 어떻게 자연과의 역경을 딛고 일어서느냐가 중요한 관건"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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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손 엄지 손가락 인대 손상으로 올림픽 출전까지 불투명했던 박인비는 "어렵게 올림픽에 오게 됐지만 굉장히 열심히 준비했다. 후회없는 플레이를 하고 싶다"며 "바람이 불지 않으면 크게 어려운 코스는 아니지만 바람이 변수다. 코스를 파악할 시간도 짧고 그린 주변 굴곡이 심하기 때문에 상상력이 풍부한 플레이를 해야 한다"고 밝혔다. 전인지는 "리우에 오기 전 한국을 다녀왔다. 더위가 정말 심하더라. 열대야 때문에 잠을 제대로 못잤다. 국민들이 시차 때문에 골프 경기를 밤과 새벽 시간대에 보게 될 텐데 무더위를 날릴 수 있는 좋은 플레이를 하고 싶다"고 했다.
전인지가 첫 발을 뗀다. 전인지는 폴라 레토(남아공), 니콜 라르센(덴마크)과 함께 17일 오후 7시52분 경기를 시작한다. 오후 9시3분에는 박인비가 출전한다. 저리나 필러(미국), 아사아라 무뇨스(스페인)와 한 조로 묶였다. 양희영은 이민지(호주), 잔드라 갈(독일)과 함께 오후 10시36분, 김세영은 스테이시 루이스(미국), 에리야 주타누간(태국)과 함께 오후 10시58분 1라운드를 시작한다. 세계랭킹 1위인 뉴질랜드 교포 리디아 고는 안나 노르드크비스트(스웨덴), 찰리 헐(영국)과 함께 맨 마지막 조에 포진, 오후 11시 9분 1번 홀에서 경기에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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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이 최대 적이지만 역행해선 꿈을 이룰 수 없다. 벗을 삼고, 즐겨야 한다. 사상 첫 골프 올림픽 메달을 향한 태극낭자들의 도전, 그 막이 오른다.
리우데자네이루(브라질)=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