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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이렇게 홀가분한 일이 있을까..."첫 우승 이야기, 이제 조금 그리워질 수 있겠네요. 전 즐기고 있었는데..."

최종수정 2025-08-26 09:56

세상 이렇게 홀가분한 일이 있을까..."첫 우승 이야기, 이제 조금 그리…
AFP 연합뉴스

[스포츠조선 김용 기자] "사실 그 이야기가 사라진 건 조금 아쉽네요. 전 즐기고 있었거든요."

이제 더 이상 '무관의 제왕'이라는 단어를 토미 플릿우드에게 사용해서는 안 된다. 그냥 대회도 아니고, 한 시즌을 마무리 하는 최고 대회 투어 챔피언십 우승으로 그 설움을 날려보냈기 때문이다.

플릿우드는 25일(한국시각) 끝난 PGA투어 플레이오프 최종전 투어 챔피언십에서 4라운드 합계 18언더파로 우승을 차지했다. 이 우승 한 방으로 상금 1000만달러를 손에 넣었다. 또 164번의 도전 만에 PGA 투어 첫 우승 감격도 누렸다. 부와 명예를 동시에 다 잡은 엄청난 하루였다.

6번의 준우승, 30번의 톱5를 기록하며 우승 없는 최다 상금 선수라는 좋은 것 같으면서도 그렇지 않은 타이틀을 이제 떨쳐낼 수 있게 됐다. 매 대회 우승 찬스가 생기면 받던 '첫 우승'의 불편한 질문들도 이제 받지 않아도 된다. 과연 이번 우승은 플릿우드에게 어떤 의미일까.

-이번 시즌에만 벌써 세번째로 PGA 투어에서 54홀 선두로 최종 라운드를 맞이했지만, 이전에는 마무리가 아쉽다고 인정했었다. 오늘 이스트 레이크에서 무엇을 다르게 했나?

계속 배우는 거라고 생각한다. 올해 두 번의 기억도 그렇고 이전에도 여러 번 그런 상황이 있었다. 솔직히 말해 이번이 가장 편안했던 건 아니었다. 그런 경험이 쌓이다 보니 당연히 여러 생각이 스쳐 간다.

하지만 그 모든 과정을 통해 좋은 태도를 유지했다고 느낀다. 오늘도 경기 중간에 조금은 기복이 있었는데, 11번 홀, 12번 홀쯤에서 다시 스윙을 찾았고, 루틴을 조금 바꿨다. 그래도 여러 번 놓쳤던 경험이 있어서인지, 마지막에 세 타 차 리드를 하고 있어도 그렇게 큰 차이로 느껴지지 않았다.


세상 이렇게 홀가분한 일이 있을까..."첫 우승 이야기, 이제 조금 그리…
AFP 연합뉴스
-목요일 인터뷰에서 투어 챔피언십 출전과 페덱스컵, 그리고 PGA 투어 첫 승을 꿈꿨다고 말했었다. 164번째 출전 만에 30번의 톱5를 기록한 끝에 맞이한 이 순간이 실제로는 어떻게 다가오는가?


나는 지금까지 내가 해온 것에 대해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우승을 했든 못 했든, 내 커리어 자체에 자부심이 있다. 아직 가야 할 길이 멀고 배워야 할 것도 많다. 사실 이번 승리가 그 사실을 바꾸는 건 아니다.

다만 이게 앞으로 여러 승리 중 첫번째가 되기를 바란다. 첫 승이 없으면 많은 승리도 있을 수 없다. 오늘 해냈다는 사실이 기쁘고, 나의 노력과 태도가 자랑스럽다. 앞으로도 계속 발전하려고 노력할 것이고,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려고 한다.

-당신은 PGA 투어에서 가장 좋은 태도를 가진 선수 중 한 명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따뜻한 마음, 환한 미소, 그리고 엄청난 팬층을 가지고 있는데, 오늘 그 에너지를 느꼈나?

그렇다, 정말 놀라웠다. 사실 조금 감정이 복받쳤다. 나는 늘 많은 응원을 받는다는 점에서 운이 좋다. 최근 한 달 정도 계속 우승 경쟁을 하면서도 엄청난 응원을 받았는데, 오늘 같은 순간에 그런 응원을 다시 받으니 정말 특별했다. 나는 절대 그 소중함을 잃고 싶지 않다.

모두가 내가 얼마나 감사하게 생각하는지 알았으면 한다. 나는 우리가 함께 해냈다고 말했다. 오늘은 정말 그렇게 느꼈다. 나를 응원해주고, 지금까지 지지해준 모든 이들에게 진심으로 감사한다


세상 이렇게 홀가분한 일이 있을까..."첫 우승 이야기, 이제 조금 그리…
AFP 연합뉴스
-많은 선수들이 마지막 순간 우승의 벽을 넘기 위해 애쓰고 있다. 이번 당신의 경험이 그들에게 어떤 교훈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나? 어쩌면 오늘 당신이 그들에게 큰 영감이 될 수도 있다.

사람마다 영감을 주는 방식은 다르다고 생각한다. 나의 이야기가 크든 작든 간에 결국은 끈기와 계속해서 그 자리에 서려고 노력한 이야기였다. 원하는 대로 되지 않을 때 가장 쉬운 선택은 잠깐 낙담하거나, 조금은 그 영향을 받다가 다시 시작하는 것이다. 변명할 수도 있겠지만, 나는 매번 기회를 놓치거나 다른 선수에게 졌을 때도 늘 다시 그 자리에 서고 싶다고, 또 다른 기회를 얻고 싶다고 말해왔다.

오늘은 그런 노력이 통했다고 느낀다. 당시에는 그저 최선을 다했을 뿐인데, 사람들이 내 모습을 긍정적으로 봐준 것 같다. 계속해서 다시 일어나 도전하는 모습을 좋게 평가해줬다고 생각한다.

물론 지금은 우승했으니 이렇게 말하기가 더 쉽다. 하지만 오늘도 우승하지 못했더라도 같은 말을 했을 것이다. 또 다른 기회를 원하고, 다시 도전하겠다고 했을 것이다. 결국 내가 증명할 수 있었던 건, 계속 시도하다 보면 언젠가는 해낼 수 있다는 사실이다. 그것이 바로 내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세상 이렇게 홀가분한 일이 있을까..."첫 우승 이야기, 이제 조금 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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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모든 게 끝났는데, 앞으로는 우리가 당신의 첫 승에 대해 계속 물어보지 않게 된 점이 얼마나 기쁜가?

사실 그 이야기가 사라진 건 조금 아쉽다. 이상하게도 그 이야기가 이어지는 동안은 즐기기도 했다. 하지만 앞으로는 더 많은 이야기들을 나눌 수 있었으면 한다.

나는 이번 과정을 돌아봤을 때, 계속 반복해서 말하는 것 같지만, 끈기를 가지고 다시 도전하면서 결국 해낼 수 있다는 걸 보여준 것에 대해 자랑스럽게 생각할 것이다. 돌아보면, 아이들이나 골퍼를 꿈꾸는 이들, 혹은 스포츠에서 무언가를 이루려는 사람들에게 직접 이야기할 수 있다는 사실이 정말 기쁘다. 어려운 패배 이후에도 다시 일어나 도전하고, 계속 노력하면서, 다시 그 자리에 서기 위해 필요한 기술과 태도를 보여주었고, 결국은 해낼 수 있다는 것을 말해줄 수 있다는 게 진심으로 기쁘다. 나는 그것이 가능하다는 살아 있는 증거다.

첫 승 이야기를 하는 게 조금은 그리울 수도 있겠지만, 이제는 사람들이 해낼 수 있는 것들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다는 사실이 기쁘다.


김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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