짜릿한 승부의 감동 뿐만 아니라 갖가지 스토리를 가진 이 대회는 오랜 기간 세계 골프 팬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올해 대회 참가 가능성을 내비치던 '황제' 타이거 우즈가 약물 복용이 의심되는 교통사고로 쇠고랑을 차면서 빠졌지만, 개막을 앞둔 마스터스를 향한 열기를 식힐 순 없었다.
이런 마스터스에 올해 특별한 '선수'가 출전한다. 미국 골프다이제스트는 8일(한국시각) 1라운드를 앞둔 일리노이주 블루밍턴 출신의 브랜든 홀츠의 스토리를 소개했다.
홀츠의 직업은 부동산 중개인. 일리노이주립대 시절 농구 선수로 활약했던 그는 졸업 후 프로 골퍼로 데뷔해 4년 간 지역 대회에 출전했다. 하지만 최고 상금은 일리노이주 오픈 준우승으로 받은 1만4000달러(약 2069만원). 골프다이제스트는 '홀츠는 골프를 계속 치고 싶었지만 결혼, 출산 등 삶이 그의 앞을 가로 막았다. 우승 상금 1만달러를 받기 위해 2000달러(약 295만원)를 내고 출전하기를 반복한다면 파산으로 가는 지름길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적었다.
결국 홀츠는 현실과 타협했다. 공인중개사 자격증을 취득했고, 지역 부동산 중개업자로 활동했다. 골프다이제스트는 '홀츠는 매년 11월이 되면 지하실에 클럽 세트를 넣어두고, 날씨가 풀리면 다시 꺼내들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필드의 부름을 외면하지 못했다. 무난한 가장의 인생을 살던 홀츠는 2023년 아마추어 자격을 회복했고, 지난 9월 US 미드 아마추어 챔피언십에 나서 우승을 차지했다. 어릴적 추첨으로 오거스타 내셔널 평생 출입증을 따내 홀츠에게 패트론의 재미와 골프의 열정을 선물했던 그의 아버지가 이날 캐디백을 매고 있었다. 꿈에 그리던 마스터스 출전권을 따낸 홀츠와 그의 아버지는 감격의 포옹을 나눴다고.
골프다이제스트는 '금수저나 상류층에게 아마추어 타이틀은 지위보다 분류에 가깝다. 그렇다면 마스터스는 누구를 위한 대회일까. 바로 홀츠가 답'이라며 '시립 골프장에서 좋은 티 타임을 잡기 위해 연줄을 찾던 그는 오거스타로 향하기 위해 자신의 고객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발걸음을 옮겼다'고 소개했다. 이어 '그는 눈에 띄지 않을 수도 있지만 어떤 선수보다 대회를 즐기며 자신이 얼마나 운이 좋은 사내인지 알고 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그가 우승 경쟁을 할 가능성은 낮지만, 목요일 티오프 시간이 잡힌 것 만으로도 충분할 것'이라고 촌평했다.
홀츠는 마스터스 출전 소감을 묻는 질문에 "내가 이곳에 설 자격이 있음을 증명하고 싶을 뿐"이라고 답했다. 열정과 노력 끝에 꿈의 무대에 나서는 홀츠에 전 세계 아마추어 골퍼들의 시선이 쏠릴 수밖에 없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