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한국 골프가 같은 날 유럽 대륙에서 남녀 동반 우승이라는 역사적인 쾌거를 이루며 전 세계 골프계를 흔들었다.
LPGA 무대에서는 유해란(25)이 2연속 메이저 대회 제패라는 대기록을 썼고, PGA 투어에서는 '영건' 김주형(24)이 긴 슬럼프를 깨고 정상에 오르며 대한민국 골프 저력을 동시에 입증했다.
한국 선수가 같은 날 PGA 투어와 LPGA에서 동반 우승을 차지한 것은 2021년 10월 임성재와 고진영 이후 약 5년 만이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다소 주춤했던 한국 골프의 르네상스가 다시 도래했음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유해란, 단 3주 만에 '메이저 퀸' 등극…"It's Ryu again"
동반 우승의 포문은 프랑스 에비앙레뱅에서 유해란이 열었다.
유해란은 12일(이하 현지시각) 에비앙 리조트 골프클럽(파71)에서 열린 시즌 네 번째 메이저 대회 '아문디 에비앙 챔피언십'(총상금 910만 달러) 최종 4라운드에서 캐나다의 브룩 헨더슨과 피 말리는 연장 혈투 끝에 버디를 성공시키며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2위에 3타 차, 헨더슨에게는 무려 7타 앞선 채 최종 라운드를 시작했지만, 헨더슨이 전반 홀에서 이글과 홀인원을 잇달아 터뜨리며 턱밑까지 추격해왔다. 퍼트 난조로 고전하며 공동 선두를 허용하기도 했던 유해란은 승부처인 18번 홀(파5)에서 극적인 첫 버디를 잡아내며 승부를 연장으로 이끌었다. 연장 첫 홀에서 완벽한 두 번째 샷에 이은 투퍼트 버디를 성공시킨 유해란은 티샷 미스 속에 파에 그친 헨더슨을 물리치고 최후의 승자가 됐다.
우승 확정 순간 현지 중계진은 "It's Ryu again(또 유해란)"이라며 감탄사를 쏟아냈다. 지난달 'KPMG 여자 PGA 챔피언십'에 이어 단 3주 만에 메이저 2승을 수확한 유해란을 향해 미국 매체들은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골프채널'은 3라운드 11언더파 60타 대기록을 언급하며 "역사적인 일주일의 완벽한 피날레"라며 찬사를 보냈고, 'AP'는 "한국 골프의 최신 센세이션"이라며 유해란을 세계 1위 넬리 코르다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강자로 치켜세웠다. 한국 선수의 한 시즌 메이저 2승 이상은 2019년 고진영 이후 7년 만이며, 연속 제패는 2013년 박인비 이후 13년 만의 대기록이다.
김주형, 33개월 만의 눈물의 부활포…PGA 통산 4승 달성
영국 스코틀랜드에서는 '영건' 김주형이 긴 침묵을 깨고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정상에 등극했다.
김주형은 같은 날 영국 스코틀랜드 노스 베릭의 르네상스 클럽(파70)에서 열린 PGA 투어 '제네시스 스코틀랜드 오픈'(총상금 900만 달러) 마지막 날 4라운드에서 보기 없이 버디 6개를 잡는 무결점 플레이를 펼쳤다. 최종 합계 17언더파 263타를 적어낸 김주형은 호주 교포 이민우(15언더파)를 2타 차로 따돌리고 우승트로피를 들어올렸다.
지난 2023년 10월 슈라이너스 칠드런스 오픈 우승 이후 극심한 슬럼프에 빠졌던 김주형은 33개월 만에 승수를 추가, 24세의 나이에 PGA 투어 통산 4승을 기록하게 됐다. 우승 상금은 162만 달러(약 24억 원)다.
안개로 인해 3라운드 잔여 홀과 4라운드 18홀을 하루에 모두 돌아야 하는 악조건 속에서도 김주형은 흔들리지 않았다. 선두에 1타 뒤진 공동 4위로 4라운드를 출발한 그는 전반에만 3타를 줄였고, 후반에도 버디 3개로 승부를 갈랐다. 우승 직후 시상식에서 눈물을 보인 김주형은 "지난 몇 년간 힘든 시간을 보내며 뼈저린 패배의 맛을 많이 봤다"며 "여전히 성장하려고 노력 중이며 계속해서 배우고 있다"고 뭉클한 소감을 전했다.
전 세계 들썩인 K-골프, 시선은 '디 오픈'과 'AIG 여자오픈'으로
LPGA 에비앙 챔피언십에서는 우승자 유해란 외에도 임진희가 공동 4위(15언더파), 이소미가 공동 10위(11언더파)로 선전했다. PGA 스코틀랜드 오픈에서는 김시우가 공동 9위(11언더파)에 올랐다. 세계 랭킹 2위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는 김주형을 매섭게 추격했으나 공동 7위(12언더파)에 그쳤다.
유럽을 나란히 정복한 유해란과 김주형의 시선은 이제 다음 메이저 무대로 향한다. 슬럼프를 탈출한 김주형은 오는 16일 개막하는 메이저 대회 '브리티시 오픈(디 오픈)'에 출격한다.
메이저 2연승으로 미국 전역을 들썩이게 만든 유해란은 오는 30일 영국 로열 리덤 앤 세인트 앤스에서 열리는 'AIG 여자오픈'에서 박인비 이후 누구도 밟지 못한 '한 시즌 메이저 3승'이란 역사에 도전한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