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륜킹' 박용범, 힘의 원천은 소고기?

기사입력 2016-02-18 14:33


◇박용범.

큰 시험을 앞둔 수험생들이라면 합격기원을 염원하는 엿과 찹쌀떡을 먹어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시험을 잘 보기 위한 하나의 음식관련 긍정 징크스다.

벨로드롬에서 분초를 다투는 경륜 선수들도 음식 징크스가 있다. 치열한 경쟁의 세계에서 체력은 필수다. 경주 전 자신이 좋아하는 음식을 먹으면서 입상을 다짐하고 기원하고자 하는 간절한 마음도 숨어 있다.

지난해 그랑프리 챔피언이자 스포츠조선배 우승자인 박용범(28·18기)은 소고기 사랑이 대단하다. "자전거 타는 사람에겐 '소고기가 힘의 원천'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1년 내내 먹는다. 최근 혈압 상승으로 줄이고 있지만 안먹으면 못 버틸 정도다." 박용범을 위협할 강력한 경쟁자로 꼽히는 정종진(29·20)은 보신탕을 즐긴다. 그는 "시합 일정이 잡히면 보신탕을 챙겨 먹고 출전한다. 왠지 든든해진다는 기분이 들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애호'를 넘어 음식이 '징크스'로 자리잡은 선수들은 수두룩 하다. 이승철(27·20기)은 수요일 오후에 일찍 상경해 경기도 광명스피돔 근처 '연탄불구이'집에서 돼지껍데기를 먹는다. 돼지껍데기를 먹고 경주에 임하면 성적이 좋았기 때문이다. 이승철은 "(돼지껍데기를 먹고) 지난 광명 2회차, 6회차에 걸쳐 5연속 입상을 낳았다"고 미소를 지었다. 문영윤(33·14기)은 최근 치킨에서 갈비찜으로 메뉴를 바꿨다. 그동안 경주 2~3일 전 치킨을 먹어야 경기가 잘 풀렸었는데 갈비찜을 먹고 출전을 거듭하다 2년 만에 특선급에 복귀했기 때문이다.

2014년 그랑프리 챔피언 이현구(33·16기)는 삼겹살 킬러다. 앉은 자리에서 홀로 삼겹살 10인분에 밥 세 공기까지 뚝딱 해결한다. '애처가' 이명현(32·16기)은 아내가 해준 보쌈을 먹어야 힘이 나는 스타일이다. 양희천(34·16기) 역시 경주 전에는 아내가 조미료 없이 해주는 닭갈비를 세 끼 내내 먹어야 성적이 좋은 케이스다.

'무난한 게 최고'라는 '평범파'도 있다. 남용찬(32·17기)은 삼시세끼 밥을 챙겨 먹는데 주력한다. 최근 6연속 입상으로 우수급에 특별승급한데 이어 지난 12일 치른 우수급 복귀전에서 우승하며 고배당의 주역이 됐다. 원신재(27·18기)는 하루에 물을 3~4리터 마시는 선수다. 많은 물 섭취가 노폐물 제거에 좋고 컨디션 유지에도 도움이 된다는 판단에서다.

경륜 관계자는 "선수들은 입상에 대한 정신적 스트레스가 상당하다. 경주 전엔 미역국에 손도 대지 않는 선수들도 많다"며 "음식을 통해 긍정 에너지를 얻고 경주를 즐기는 선수들도 많다"고 밝혔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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