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세 노장 박태종 '2000승 달성 전에는 못 간다고 전해라'

기사입력 2016-02-18 14:33



'150세 시대'라는 말이 심심찮게 들리고 있다.

그동안 '100세 시대'라는 말이 흔했다. 과학, 의료기술 발전에 의해 평균수명이 그만큼 늘어날 것이라는 기대감이 반영됐다. 하지만 이런 분위기와 달리 '정년 연장'은 진일보가 이뤄지지 않았다. 복지왕국으로 불리는 핀란드에서도 공무원 정년은 65세 까지다.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스포츠스타들의 수명은 평균 30대 후반에서 40대 초반까지다. 일부 종목에서 50세에 근접한 선수들이 나타나기는 하지만 흔치 않다. 하지만 과천벌을 지키고 있는 박태종(51)은 50세를 넘긴 나이에 대기록 달성을 향해 전진하고 있어 큰 주목을 받고 있다.

韓경마 최초의 2000승 달성 도전

"바깥쪽에서 7번마 '스페이스포트' 빠르게 치고 올라오며 머리차로 앞서기 시작합니다. 만만찮은 14번마 '삼정제국'. 그러나 선두는 7번마 '스페이스포트'가 가져갑니다. 박태종 기수 우승입니다." 지난 1월 30일. 경기도 과천의 렛츠런파크서울에서 펼쳐진 1등급 1800m 경주에서 박태종이 기분 좋은 승리를 거머쥐며 대망의 2000승까지 단 14경기만을 남겼다. 사상 첫 1만3197회 기승, 사상 첫 1986회 우승 등 '경마대통령' 박태종이 내딛는 걸음 하나하나가 한국경마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다. 하지만 이보다 더 주목받는 건 올해 그의 나이가 무려 51살이라는 점이다. 다른 종목 선수였다면 이미 코치 혹은 감독의 길에 들어서고도 남을 나이다. 경마는 자신보다 몸무게가 10배 정도 더 나가는 거친 경주마를 제어하며 최대 2300m의 거리를 1 ~ 2분 안에 달려야 되기에 체력소모 또한 상당하다. 그럼에도 박태종은 젊은 선수들과 경쟁하며 하루 최대 9경기를 너끈히 소화하고 있어 놀라움을 자아낸다.

성적도 마찬가지다. 지난 2015년에도 77번의 우승을 거머쥐며 렛츠런파크 서울 기수 67명 중 'TOP(톱)3' 자리를 굳건히 지켜냈다. 당시 1~2위를 차지한 문세영, 조성곤은 '한국경마의 미래'라 불리고 있는 30대 중반의 젊은 기수임을 감안할 때, 노장 박태종의 기록은 더욱 값질 수밖에 없다.

후배들의 표상, 팬들도 응원 한 목소리

2000승 달성이 유력시되는 올해 박태종은 공동 2위를 달리고 있다. 벌써 8차례 우승을 차지하며 문세영의 뒤를 바짝 ?고 있다. '경마계의 살아있는 전설', '경마계의 큰 산', '경마대통령'이라 불리기에 손색이 없다. 평소 술이나 담배를 멀리하고, 새벽운동을 거르지 않는 등 혹독한 체력관리가 이를 가능케 했다. 대다수 후배 기수들은 박태종을 자신의 롤모델로 삼고 있다. '한국 경마의 미래'로 불리는 문세영 또한 마찬가지. 통산 1000승을 달성 했을 때 그는 "은퇴 할 때까지 박태종 선배의 등을 바라보며 말을 타고 싶다"고 노장에 대한 존경심을 표현한 바 있다.

박태종의 활약은 렛츠런서울의 풍경도 바꿔놓고 있다. 그동안 기수들은 경주마를 모는 조연에 불과했다. 응원이 아닌 질타가 더 쏟아져 왔다. 하지만 최근에는 박태종의 2000승 달성을 염원하는 현수막, 캐리커처 등이 관중석에 눈에 띄기 시작했다. 한국마사회는 렛츠런파크 공식 블로그와 페이스북을 통해 박태종 2000승 달성 응원 이벤트를 시작했다. 팬들이 열정을 가득 담은 응원 댓글을 남기면 이를 판넬로 제작하여 박태종 기수에게 전달할 예정이다. 이벤트는 2월 내내 진행되며 추첨을 통해 참가자들에게 소정의 선물도 증정한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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