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만원 이하 금액을 카드로 결제할 때 서명하지 않아도 되는 무서명 카드거래가 탄력을 받게 됐다.
고객이 1000원을 카드 결제할 경우 카드사는 2%인 20원을 가맹점에서 수수료로 떼 간다.
단말기를 통해 카드사와 가맹점을 연결, 카드 조회·승인이 이뤄지도록 하는 밴사는 1000원짜리 결제든 100만원짜리 결제든 카드사로부터 서명 1건당 100~110원 정도의 정액 수수료를 받는다. 소액 결제 때는 카드회사가 손해를 보는 구조다.
밴 대리점은 고객이 서명하는 카드 전표(영수증)를 수거해 카드사에 전달하는 대가로 받은 수수료가 주된 수익원이다. 카드사가 밴사에 주는 결제 건당 수수료 100원 중 36원이 밴 대리점 몫이다.
5만원 이하 무서명 거래로 수거해야 할 전표가 줄어들면 밴 대리점이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밴 대리점은 전표 수거 외에 단말기 설치·수리도 하는데 결제 건당 수수료 36원을 모두 깎는 것은 부당하다고 반발해왔다.
결국 카드사·밴사·밴 대리점은 금융위원회 중재 하에 연초부터 4차례 격론을 벌여 카드사와 밴사가 밴 대리점에 수수료를 보전해주는 데 합의하고 5만원 이하 무서명 카드거래를 시행하기로 했다. 그러나 수수료를 얼마나 어떻게 보전해줄지에 대해선 합의가 되지 않아 지난달 1일 이후에도 무서명 거래가 되지 않는 가맹점이 많았다.
현재 대부분의 가맹점이 이용하고 있는 단말기는 서명하지 않으면 결제 자체가 되지 않도록 프로그램이 짜여 있다.
줄다리기를 이어가던 밴 업계와 카드업계는 우선 건당 수수료 36원에서 절반씩(18원)을 부담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카드사가 18원, 밴사가 12원을 보전해주면 밴 대리점은 6원 손실을 자체 감수하는 구조다.
금융당국은 다음 달 말까지는 전체 카드가맹점 절반 이상에서 5만원 이하 결제 때 무서명 거래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가맹점의 카드결제용 단말기와 서버 교체 작업까지 마무리하면 8월 이후엔 대부분 가맹점에서 5만원 이하 결제 시 무서명으로 거래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정혁 기자 jjangga@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