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마>늦깍이 임기원 기수, 100승 달성

기사입력 2016-10-27 21:17


임기원 기수.

만 36세 늦깎이 기수 임기원(프리기수)이 100승 고지를 점령했다.

임 기수는 지난 23일(일) 렛츠런파크 서울에서 열린 1400m 혼합4등급 경주에서 '대보명가'와 찰떡호흡을 선보이며 우승을 차지했다. 3/4마신차 짜릿한 승부였다. 임 기수는 "대보명가의 훈련을 전담해왔고, 전략도 잘 맞아떨어져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었던 것 같다"고 했다.

"후딱 100승을 채워야겠다는 조바심은 없었다. 오히려 그보단 주어진 상황에서 열심히 하다보면 언젠가는 달성하겠지라는 생각이 컸다"며 담담히 소감을 전한 임 기수는 올해로 데뷔 3년을 맞이하는 늦깎이 기수다. 임 기수가 처음 경주로를 밟은 건 렛츠런파크 부산경남에서 이정표 조교사(18조)의 관리사로 일하면서다. 관리사에서 조교승인을 거치며 조교보를 준비하던 2011년 당시, 우연히 접한 수습기수 시험 공고가 그를 기수의 길로 이끌었다. 임 기수는 "갑작스럽게 결정한 일이긴 했지만, 사실 준비과정은 녹록치 않았다"며 "필기시험을 비롯해 공부해야할 게 너무 많았다. 마방 일을 병행하려니 더욱 힘들었다"고 돌아봤다. 단번에 합격할 수 있었던 비결을 묻는 질문에 그는 "도와주신 분들이 많았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데뷔 과정도 만만치 않았다. 오랜 시간 활동해 온 부산에서 데뷔전을 가지고 싶었지만 여건상 그렇게 되지 못했고, 기수로서 경주로를 밟는데도 적지 않은 시간이 걸렸다. 칼을 갈았던 만큼 데뷔 초반 좋은 페이스를 보였지만 그해 9월, 예상치 못한 낙마사고로 9개월 이상을 쉬어야했다. 잔부상도 잦았다. 임 기수는 "생각보다 많은 경주에 참여하지 못했다"며 "개월 수를 따져보면 2년도 채 안될 것 같다"고 했다.

그럼에도 매년 승률 11% 이상을 기록하며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는 건 '관리사로서의 다양한 경험'과 '철두철미한 자기관리' 덕분이다. 매일 경주마 7두 이상을 조교하며 쌓아온 노하우가 큰 힘이 되었다는 임 기수는 "실제로 말을 탄 세월이 적지 않아 경주에서도 많은 도움을 얻고 있다"고 했다. 체력관리도 철저하다. 그는 "프리기수로서 그리고 프로기수로서 철저한 체력관리를 해오고 있다"며 "경주마만 잘 받쳐준다면 누구 못지않게 좋은 기량을 선보일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임 기수의 바람은 '스마트한 기수'가 되는 것이다. 그는 "시대의 흐름이 급변하고 있다. 딱히 200승, 300승을 언제 달성할 것이냐가 중요한 시대는 아닌 것 같다"며 "시대에 뒤처지지 않고 트렌드를 맞출 수 있는 똑똑한 기수가 되는 것이 최종 목표다"라고 했다.

100승에 이르기까지 힘이 되어준 은인이 많다는 임 기수. 제일 먼저 그는 김점오 조교사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임 기수는 "데뷔 무대를 가진 것도, 100승을 달성한 것도 김점오 조교사의 경주마를 통해서다"라며 "조교사님을 비롯해 17조 마방 관계자 모두에게 감사드린다. 앞으로도 이 같은 기쁨과 영광을 함께 할 수 있길 희망한다"고 했다.

경마팬들에 대한 감사도 잊지 않았다. 임 기수는 "이따금씩 과할 정도로 많은 응원을 해주신다. 싫은 소리를 하시는 걸 본 적이 없다"며 "잘 풀리지 않을 때도 있는데 매번 힘을 실어주셔서 황송할 따름"이라고 했다.
신보순기자 bsshi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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