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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5대 건강 식품' 김치의 위엄? 지난주 일본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 소화기학회에서 '김치'는 단연 화제를 모았다. 지난 4~6일 열린 서울김장문화제에도 외국인들을 포함, 수많은 인파가 몰렸다. 최근에는 시판 김치도 많고 아파트 생활이 늘어서 예전처럼 김장을 수백 포기씩 담그지는 않지만, 여전히 11월 김장은 많은 가정에서 '진행형'이다. 김장철을 맞아 김치의 건강 효과와, 건강한 김치 담그기에 대해 알아봤다.
김소형기자 compact@sportschosun.com
김치의 '건강 효과'
'암예방 김치'를 개발해 화제가 된 함기백 분당차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일반 김치도 암 예방 효과가 있지만, 갓·버섯·다시마·산초·배 등 다섯 가지 재료를 추가했더니 그 효과가 더 좋았다"고 밝혔다. 항암효과를 극대화시키기 위한 재료를 더하자, 헬리코박터균에 대한 제균 효과는 물론이고 만성염증을 막아주는 효과가 뛰어났다는 것. 함 교수는 "하루 210g(한끼에 한 종지씩 세번)의 김치를 먹게 되면, 우리나라 사람에게 많은 헬리코박터로 인한 위암이나 궤양성 대장으로 인한 대장암의 발병률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치유산균'이 주목받는 이유
유산균도 신토불이다. 잘 숙성된 김치에 담긴 풍부한 유산균은 장내 환경을 개선하고 면역력을 높여준다. 특히 최근에는 김치유산균이 아토피 피부염에 효과가 있다는 연구결과가 속속 나오고 있다. 고춧가루·마늘·파 등 항균물질 틈에서도 버틴 김치유산균은 서양인보다 긴 한국인의 장에서도 끝까지 살아남는 등 강한 생명력을 보인다. CJ제일제당 통합연구소 유용미생물센터장 김봉준 박사는 "동물·우유 등을 베이스로 한 서양의 유산균과 비교했을 때, 식물에서 유래한 김치유산균은 면역조절과 증강 등에서 더 좋은 효과를 보였다"고 밝혔다.
물론, 잘 익은 김치를 충분히 먹으면 유산균을 따로 보충 안해도 되지만, 현재는 김치 섭취량이 20년 전에 비해 반토막이 나면서 그 양이 부족하게 됐다. 특히 급식이나 외식이 늘면서 잘 익은 김치를 섭취하는 비율이 줄어서, 아토피 피부염 등이 있다면 효과를 보기엔 섭취 유산균이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 김봉준 박사는 "현재, 피부나 장 건강에 김치유산균이 미치는 영향 외에도, 비만 예방 효과 등에 관한 연구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최근에는 이러한 김치유산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이를 추출해서 만든 유산균제는 물론, 빵·케이크·초콜릿·맥주·우유 등에 김치유산균을 넣은 제품들이 러시다.
김치의 '효과적 섭취'…언제 먹을까?
그렇다면, 김치의 효능을 최대화하려면 언제 먹는 것이 좋을까?
김치는 일본의 '기무치'와는 달리 '발효'를 기본으로 한다. 갓 담근 김치나 겉절이에서 유산균의 최대 효과를 기대할 수는 없다. 김치가 발효되면서 나오는 프로바이오틱스(장까지 살아가는 유산균)는 담근지 3일째에 나오기 시작해 2주가 지나면 최대치를 기록한다. 김치 발효 정도에 따라 유산균 양이 달라지는데, 김치가 익기 시작할 무렵에는 1g당 1억 마리지만 잘 익었을 때는 1g당 10억 마리가 된다. 신김치를 좋아한다면 담근 지 2주 후부터 한달 이내에 먹는 것이 효과가 좋다. 묵은지는 맛은 좋지만 유효성분은 많이 사라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치의 재료, 종류, 숙성 정도, 발효 온도 등에 따라서 유산균 종류 또한 달라진다. 김치 숙성은 4~5℃의 냉장고에서 하는 것이 좋고, 2~3주 뒤에는 0℃ 내외인 김치냉장고에 보관하는 것이 맛있는 김치를 오래 먹을 수 있는 비결이다. 0~-1℃인 김치냉장고에서는 다른 미생물이 살 수 있는 여지가 별로 없어, 김치가 쉽게 쉬지 않는다. 이 때 효과적인 발효를 위해서는 공기가 들어가지 않게 잘 눌러줘야 한다.
건강 김치 담그는 비법 '2차 절임'
김치의 효능에 대한 찬사가 넘치긴 하지만, 비판받는 부분도 있다. 바로 염분(나트륨)이다. 염분은 고혈압은 물론 각종 성인병의 원인으로 꼽히는데, 전문가들은 소금 농도를 이전의 절반 수준인 2% 이하로 낮출 필요가 있다고 본다. 하지만 짜지 않게 한다고 소금 양을 지나치게 줄이면, 배추가 잘 절여지지 않거나 쉽게 무르게 된다. 이를 방지하고 짜지 않으면서도 아삭아삭한 김치를 먹을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숙명여대 한국음식문화원 이선미 박사는 '호렴(정제되지 않은 천일염, 굵은소금)'을 사용한 소금물 절임과 '2차 절임'을 제안했다. 우선 김치를 절이는 소금은 배추 1포기(2.5~3㎏)당 1컵(200㎖) 분량으로, 정제염(꽃소금)보다는 호렴을 사용한다. 칼슘, 마그네슘 등이 함유되어 있는 호렴은 펙틴질과 결합해 배추의 조직을 단단하게 해 준다. 이 때, 소금을 직접 배추에 뿌리기보다는 배추 무게의 반 정도의 물에 반 정도의 소금을 풀고 나머지 소금으로 배추의 줄기부분 사이에 뿌려준다. 배추에서 물이 생기기 시작하면 배추를 한번 뒤집어 주고 물을 채운 무거운 그릇으로 눌러주면 골고루 절여진다. '2차 절임'은 소금물에 1차 절임한 배추를 배즙·무즙·매실액을 첨가해 다시 한번 절이는 것이다. 양념에 들어갈 재료를 이용해 짠맛을 빼내게 된다. 최근 김장할 때 많이 쓰는 시판 절임 배추도 같은 방법으로 2차 절임하면 된다. 2차 절임에 매실액을 사용하면 풍부한 유기산이 저염으로 인한 맛의 저하와, 김치가 물러지는 현상도 방지 할 수 있다. 이 때 매실액은 4년 이상이 된 것을 사용한다. 특히 김치에 들어가는 무를 즙 형태로 사용하면, 무채를 넣지 않아도 돼서 편리하고 같은 크기의 통에 많은 양의 김치를 보관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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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절임을 한 톡 쏘는 백김치'는 짜지 않으면서도 배추가 쉽게 무르지 않으며, 국물 속 유산균의 살아 있는 맛을 느낄 수 있다. 냉면이나 디저트 국물로 사용해도 손색이 없다. 숙명여대 한국음식문화원 이선미 박사가 스포츠조선 독자들을 위해 '비밀 레시피'를 전격 공개했다.
재료 및 분량 : 배추 3포기(1포기당 3kg 정도), 대파 흰부분 150g, 청양고추 5개, 붉은고추 5개, 갓 한단 또는 미나리, 다진 마늘 70g, 다진 생강 10g
-절임용 소금물 : 물 4.5ℓ에 소금 3컵 (뿌리는 소금: 포기당 1/2컵)
-2차 절임 양념 : 배즙 2컵, 무즙 2컵, 4년 이상 된 매실액 1컵,
-김치맛국물 재료 : 물 5L, 무 600g, 멸치 70g, 생강 15g, 마늘 80g, 다시마 10cm 1장, 표고 2장, 고추씨 1컵
만드는 법
1. 배추는 겉잎은 떼어 버리고 반으로 쪼개어 물 4.5ℓ에 소금 3컵을 푼 소금물에 절인다. 1/2컵의 소금을 손으로 집어 배추의 줄기 흰부분에 한 장씩 조금씩 뿌린다.
2. 갓, 대파는 씻어 놓고, 고추는 씨를 제거하고 채로 썰어주고, 면보에 다진 마늘, 생강편을 넣어 묶는다.
3. 김치맛국물은 물 5ℓ와 함께 끓여 4ℓ를 만들어서 천일염을 넣어 간을 맞춘다. 이 때 필요에 따라 약재를 넣을 수 있다.
4. 무즙 3컵, 배즙 2컵, 매실액 1컵을 섞어준다.
5. 절인 배추를 씻어 채반에 올려 물기를 제거하고 큰그릇에 담아 ④의 즙을 배추 사이 사이에 뿌려 3~4시간 그대로 둔다.
6. 큰그릇에 담긴 배추 사이사이에 채 썬 청양고추, 홍고추를 조금씩 넣어 준다.
7. 김치통에 면주머니에 넣고 ⑥의 절인 배추를 한켜 담고 자르지 않은 대파, 홍갓을 한켜 올리고 다시 나머지 절인 배추를 넣고 대파, 홍갓을 넣어 김치맛 국물을 부어 보관한다.
8. 김치냉장고에서 보관하고 익으면 다시 김치맛국물 2ℓ를 더 넣어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