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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로 데뷔 15년차인 문세영 기수가 2017년 싱가포르에서 기수로 활동하고 싶다는 의사를 표명했다. 문 기수는 '주로의 황태자'로 불리며, 현재까지 총 1337건의 우승을 달성한 한국 경마의 살아있는 전설이다.
마흔을 앞둔 그의 결정에 주변에서는 기대와 우려의 목소리도 크다. 새로운 출발을 위해선 그만큼의 노력도 필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문 기수의 해외 진출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해외에서 시작하려면 초심으로 돌아가 밑바닥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해 마카오에서 3개월간 기수 생활을 거쳤다. 문 기수는 그 때를 회상하며 "내게는 돈으로 가치를 매기기 어려울 정도의 시간이었다"고 답했다.
물론 천하의 문세영이라도 새로운 도전을 앞두고 두렵다. 하지만 그는 2009년 죽을 고비를 넘기며, 어떤 두려움도 극복할 수 있는 용기를 얻었다고 한다. 당시 그는 말의 뒷발질에 심장을 차여 정신을 잃었다. 그 충격으로 심장이 멈췄고, 심폐소생술로 간신히 살아났다.
주변에서는 큰 부상을 입고 나면 말 타는 게 두렵진 않을지 걱정이 많았었다. 그러나 그는 오히려 "한 번 죽을 고비를 넘겼으니 앞으로 기수 생활에선 이런 일은 더 없겠구나"라고 생각했다. 이 일을 계기로 경주할 때 부상에 대한 두려움을 떨쳐 버렸을 뿐만 아니라 내적으로 더욱 성숙해졌다.
문 기수는 최고의 기수로 평가 받으며 성장할 수 있었던 원동력으로 박태종 기수를 꼽았다. 그는 "남들이 보기엔 내가 많은걸 이뤘다고 보일 수 있지만, 내 나름의 어려움과 아쉬움이 많았다"며 조심스레 어려움을 털어놓았다. 배부른 소리로 비춰질까 쉽게 털어 놓을 수도 없었다.
그 때 마다 찾아갔던 선배가 박태종 기수다. 박 기수는 힘들 때 마다 진심으로 선배로서 그의 고충과 어려움을 들어줬다. 51세의 나이에도 현역으로 활동하면서 2000승을 달성한 박 기수는 그의 멘토였다.
문 기수는 "한 경기가 그리고 1승이 어렵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앞으로 박태종 선배의 발자취를 따라가며 더 큰 기수로 성장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신보순기자 bsshi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