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매월 80만원 기부 '좋은아침 베이커리' 최세호 대표

최재성 기자

기사입력 2017-05-31 11:41


▶착한가게 캠페인-2. 서울 양천구 '좋은아침 베이커리'

매월 마지막 일요일 서울 양천구 신정동 '좋은아침 베이커리'에 가면 빵과 음료를 맘껏 먹을 수 있다. 값은 따로 안 매긴다. 그냥 실컷 먹고 내키는 만큼 돈 내면 된다. 그 돈은 고스란히 사회복지공동모금회로 들어간다.

'맛있는 시간, 따뜻한 마음'이란 슬로건 아래 진행되는 일명 '하루 매출 기부 이벤트'다. 착한가게로 지정된 '좋은아침 베이커리' 최세호 대표(46)의 아이디어다.

사실 여느 착한가게들처럼 정기적으로 수익금 일부를 기부해도 그만이다. 한데 그는 생각을 좀 바꿨다. 이벤트에 참여하는 고객들을 기부 천사로 만들어주는 것이다. 고객들에게 빵값이 아니라 기부금을 내는 것으로 인식하도록 분위기를 만든다. 그래서 슬로건 아래 '고객님들께서 내주시는 기부금이 불우이웃에게 전해집니다'라는 문구까지 적어넣었다. 게다가 이벤트 참여자들에게 자긍심을 심어주기 위해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도움을 받아 '사랑의열매' 배지까지 나눠준다.

이러나저러나 기부금액은 같지만, 기부문화 확산을 염두에 두고 있는 최 대표에겐 의미가 각별한 방식이다. 그렇게 모인 돈은 매월 70만~80만 원 정도. 작년 10월 이벤트를 시작할 때만 해도 120만 원이 넘던 기부금이 최근 좀 줄어들긴 했지만, 여전히 따뜻한 마음을 가진 고객이 많아 별걱정은 안 한다.

'좋은아침 베이커리'는 매주 일요일이 휴무지만, 이벤트를 위해 매월 마지막 일요일에만 문을 연다. 원칙을 지키기 위해 지난 설 연휴 때도 문을 열었다. 최 대표의 뚝심에 보조를 맞추는 가맹점도 하나둘 늘고 있다. 전국에 '좋은아침'이란 간판을 내건 가맹점은 25개. 그중 6개소에서 '일요 이벤트'에 동참하고 있다.

"군포점은 시작한 지 4개월 됐는데, 처음엔 긴가민가하시더니 지금은 대학생인 아들과 고등학생인 딸까지 나와 봉사를 한다면서 참 뿌듯해하시더라고요."


1989년 월급 15만 원에 다락방 생활을 하면서 제빵 일을 배우기 시작한 그는 96년 선진 경영과 마케팅을 배우기 위해 한국까르푸에 입사했다. 거기서 베이커리를 총괄하면서 기부에 관한 제안을 거듭하다 아예 실천에 나섰다.

어려운 이웃과 빵을 나누고 싶어 물어물어 찾은 강원도 홍천 골짜기의 지적장애인 거주시설 삼덕원에선 반 식구가 됐다. 갈 때마다 원생들 목욕도 시키고, 고추도 심고, 김장도 돕는 등 닥치는 대로 소매를 걷어붙였다. 2002년 안산 한대앞역 앞에 '좋은아침 베이커리'를 개업할 때까지 5년을 그렇게 했다.

'좋은아침' 열고 휴일도 없이 밤낮으로 7년을 뛰어 빚 청산하고 5000만 원을 손에 쥐었다. 그 돈으로 안산시청 앞에 10평짜리 가게를 얻어 본점 빵을 가져다 파는 '기부만을 위한 좋은아침'을 만들었다. 그리고 매월 300만~400만원의 판매 수익금을 고스란히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보냈다. 운영은 아내에게 맡겨 인건비까지 아겼다. 아내가 셋째 아이를 가지면서 기부금이 인건비로 날아가자 가게를 접고 생각해 낸 게 지금의 '일요 이벤트'다.

학생 70%가 아침식사를 거른다는 얘기를 듣고는 안산 가게 앞에서 매일 빵 100개씩을 나눠주기도 했다. 2002년부터 비가 오나 눈이 오나 꼬박 9년을. 주말과 공휴일 빼고 계산해도 자그마치 22만5000개에 달하며, 개당 500원씩 잡아도 1억원이 훌쩍 넘는 양이다. 2011년엔 제과인들의 사회적 가치를 높여주고 싶어 '대한민국 동네 빵집의 비밀'이란 책을 내 주목받기도 했다.

요즘 그는 또 하나의 큰 생각을 하고 있다. "순수하게 기부만을 위한 나눔빵집 100개를 만드는 게 인생 목표입니다. 독거노인을 위한 빵집, 소년소녀가장을 위한 빵집, 장애인들을 위한 빵집과 같이 특성에 맞게 만들어 모두가 불편없이 이용할 수 있는 그런 빵집요."
글·사진=최재성 기자 kkachi@sportschosun.com




◇기부문화 확산을 위해 별난 이벤트를 펼치는 서울 양천구 신정동 '좋은아침 베이커리'의 최세호 대표(가운데)와 직원들.


▶착한가게란?

중소 규모의 자영업소 가운데 매월 3만 원 이상 일정액을 기부해 나눔을 실천하는 가게를 뜻한다. 2005년 1호를 시작으로 13년째인 올해 4월 2만 호 착한가게가 탄생했다. 착한가게에 가입하면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서 인증 현판을 달아주고 해당 업소의 소식을 온?오프라인 소식지에 실어 홍보한다. 특히 오는 6월부터 9월까지 펼쳐지는 집중 가입 기간에는 골목이나 거리에 있는 가게들이 단체로 가입하여 새로운 착한골목과 착한거리도 탄생할 예정이다. 주요 협회 단위의 회원 가게들이 동참하는 단체형 가입도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가입문의 : 홈페이지(http://store.chest.or.kr/), 사랑의열매 콜센터(080-890-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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