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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차세대염기서열분석(NGS) 기반 유전자검사에 보험급여를 시작했다. 하지만 일부 의료기관이나 바이오기업이 검사에 대한 표준화나 유효성 검증 없이 마구잡이로 급여를 신청해 보험재정이 줄줄 새나간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무엇보다 큰 문제는 NGS 임상검사의 건강보험 행위수가가 유전자 개수 혹은 유전자 길이에 따라 산정된 다는 점이다. 이에 일부 분석기관들이 임상적 유용성이 낮은 유전자를 임의로 추가하거나, 유전자 길이를 늘여 급여를 높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결국 의학적으로 진단이나 치료에 불필요한 유전자까지 무분별하게 검사하고 있다는 것이다.
NGS 검사와 관련해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유전자 돌연변이를 기준으로 적응증을 허가하지 않고 있다. 사실상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재량으로 선별급여가 이뤄지는 셈이다. 적응증을 받지 않았기 때문에 특정 유전자 돌연변이가 NGS 검사로 확인돼도 이를 타깃으로 하는 표적치료제를 처방할 만한 근거도 없는 셈이다.
현재 NGS 임상검사는 치료제 및 치료방향 등을 결정하는 표준검사법으로 인정받지 못해 기존 표준검사법인 단일 유전자검사를 추가로 진행해야 한다. 환자로선 이중 부담을 하게 되고, 건강보험 재정도 낭비될 수밖에 없다.
또다른 바이오업체 관계자는 "많은 업체들이 장비나 실력이 없어서 NGS 검사 시장에 뛰어들지 않는 게 아니다"라며 "복지부와 식약처, 심평원 등이 이런 문제를 알고 있으면서도 방치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유전자검사 제품이 체외진단의료기기로 허가받으려면 국내 임상시험을 진행해 검사하고자 하는 유전자 관련 국내 발현율, 질환과의 연계성 등을 입증해야 한다. 임상검체(샘플) 수 및 검사 데이터가 통계적 기준을 넘겨야만 유용성을 인정받을 수 있다.
이에 비해 NGS 임상검사에 필요한 분석시약 대부분은 임상적 유용성이 모호하거나 낮은 유전자를 포함한다. 여기에 국내외 논문(임상문헌)에 보고된 유전자라면 국내 임상시험을 진행하지 않고도 채택하는 게 허용되는 등 규제에 허점이 많다는 것이 업계의 지적이다.
NGS 장비를 활용한 유전자검사 환경 및 절차 규제는 정부기관이 아닌 재단법인 한국유전자검사평가원의 '유전자검사 정확도 평가'에만 의존하고 있다. 때문에 분석결과 관련 문제가 발생할 경우 책임 소재도 불분명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업계는 심평원이 검사실별 NGS 분석시약에 포함된 유전자의 임상적 유용성과 비용효과성을 주기적으로 평가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즉 임상적 유용성을 입증하는 자료를 체외진단의료기기 수준으로 확보해 심평원 등에 제출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한 바이오업체 관계자는 "지금처럼 보험수가를 유전자 수와 길이를 기준으로 산정할 게 아니라 유전자 돌연변이 적응증이 급여기준이 되도록 고치는 게 합리적 개선책"이라며 "제도 개선을 통해 불필요한 NGS 검사 오남용 요소를 없애는 것이 유전자 중복검사에 따른 소비자 지출과 건보재정 누수를 막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이규복 기자 kblee341@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