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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인플루언서, 핫트렌드]'라비앙 코스메틱' '핑크시크릿'의 박현선, SNS로 트렌드를 이끄는 '여성 CEO

전상희 기자

기사입력 2018-09-07 13:02


콘텐츠 생산 방식이 바뀌고, 유통 성공 방정식이 바뀌었습니다. 소비자가 변했기 때문입니다. 이제 일방적인 공급자 주도형 상품은 시장에서 외면 받습니다. 소비자의 니즈를 정확히 읽어낸 콘텐츠 크리에이터로서, 인플루언서(influencer, SNS 등에서 많은 팔로워를 통해 대중에게 큰 영향력을 미치는 이들을 지칭하는 말)들이 새 흐름을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동대문의 작은 매대에서 시작한 브랜드들을 유치하기 위해 내로라하는 백화점들이 삼고초려할 정도입니다.

SNS나 유튜브를 기반으로 활동해온 이들은 온라인을 넘어 오프라인 시장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기존 히트 아이템도 이들 손을 거치면 달라집니다. 소비자들이 원하는 방향에 맞춰 과감히 더하고 뺄 줄 아는 이들은 레드오션에서 블루오션을 찾아내면서, 업계에서'귀한 분' 대접을 받고 있습니다. '스타일난다'의 김소희 대표가 대표적입니다. 김 대표는 세계적인 화장품기업인 로레알에 4000억원을 받고 스타일난다를 매각했습니다만 로레알이 계속 최고경영자(CEO)를 맡길 정도로 능력을 인정받고 있습니다. 스포츠조선은 이들 '핫' 인플루언서에게 성공 비결을 들어보고, '핫' 트렌드도 따라가 봅니다. 독자 여러분의 질문도 사전에 받아 인터뷰에 담는 쌍방향 콘텐츠를 선보일 예정입니다. <편집자주>


라비앙 코스메틱과 핑크시크릿을 이끌고 있는 박현선 대표. 여성 CEO로서 다양한 분야를 넘나들며 맹활약하고 있는 그녀는 팔로워들의 의견을 상품 기획 제작에 전극 반영한다. 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18.09.04/
박현선 피에스인터네셔널 대표(34)는 '라비앙 코스메틱'과 더불어 온라인 패션쇼핑몰 '핑크시크릿'으로 잘 알려진 인스타그램(이하 인스타) 스타다. '라비앙 발레'도 운영하고 있는 그녀는 KBS 예능 '해피투게더'에 하루의 무용선생님으로 얼굴을 알린 뷰티 패션 분야 '파워 셀럽'이다.

12만여 팔로워의 사랑을 받는 인플루언서로서 박 대표의 인기 비결은 무엇일까.

"요즘 팔로워들은 단순히 보고 즐기는 차원을 떠나 관련 분야에 대한 정보를 원한다"는 박 대표는 "너무 가벼워도 안 되고 지나치게 진지해도 안 된다. 적정선을 오가며 트렌드 정보를 풍부하게 제공하기 위해 고심한다"고 밝혔다.

더불어 친밀감은 기본이다. 인스타 라이브를 2~3일에 한 번은 꼭 하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또한 방송 중 팔로워들의 댓글에 즉각 반응을 보인다. 최근 라이브 방송을 시작했더니 팔로워들이 '축구 안보세요?'라고 댓글을 올리더란다. 아시안게임 축구대표팀의 경기가 있다는 사실을 깜빡했던 그녀는 바로 TV를 켠 뒤 사진과 "언니들 덕분에 너무 재미있게 봤다"고 소감을 찍어올렸다.

이 덕분에 12만여 팔로워들 중 오랜 시간 그녀와 정을 쌓아온 팬 층이 유독 두터운 편. 이들은 박 대표의 든든한 응원군인 동시에 2005년 만든 '핑크시크릿'과 2017년 론칭한 화장품 '라비앙'의 매출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인스타의 '쇼핑 태그 서비스(사진의 특정 부문을 누르면 가격과 요약 설명이 나오며, 구매를 원하면 웹페이지로 바로 이동)'가 시작되면서 시너지 효과는 더욱 커졌다. '니들 패치'로 시작한 라비앙도 론칭 1년 여만에 에센스 등 다양한 라인업을 자랑하며 매출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홈쇼핑 등 보다 쉬울 수 있는 유통 채널을 포기하는 대신, 판매수수료로 나갈 돈을 제품에 아낌없이 투자한 덕이다.

사실 그녀는 사업가로서 10여년 노하우를 자랑한다. 21살이었던 2005년, '핑크시크릿'을 오픈했다. 창업비는 300만원. 동대문에서 물건을 떼와 팔다가, 직접 디자인을 하기 시작했다. 변변한 사무실도 없이 집에서 시작한 이 쇼핑몰은 '44사이즈의 도도한 여성'을 타깃으로 해 인기를 끌었다. 24살 땐 동대문 도매도 1년 여간 해봤다. 대학 때 MT 한번 못 가봤고, 수업만 끝나면 사무실로 달려갔다. 동대문 도매 시절엔 사기도 당해봤고, 50대 다른 사장님들과 '맞짱'도 떠봤다.


이렇게 나름 풍부한 현장 경험을 자랑하지만, 박 대표는 팔로워들의 의견을 일일이 챙겨보고 적극 반영한다.

쌍방향 의사소통은 제품의 판매, 유통 과정에 큰 도움이 된다. 라비앙은 출발부터 더욱 그러했다. 박 대표는 "핑크시크릿 초기 회원분들 중 대부분은 이제 아이 엄마"라며 "라비앙은 기획 단계부터 저같은 예민한 피부는 물론이거니와 임신 중에도 안전하게, 출산 후에는 아이와 함께 쓸 수 있는 화장품을 원하는 팔로워들의 요구에 초점을 맞췄다"고 말한다.

인스타 스타 답게 패키지도 소비자 의견을 적극 반영했다. 시각적 요인에 민감한 팔로워들을 생각해,'사진찍고 싶은 라비앙'을 만든다는 일념으로 용기를 고르고 또 골랐다. 화장품 포장에 들어갈 글자 하나하나도 팔로워 투표를 통해 정했다. 또 여행용 파우치를 만들어달라는 요구에 맞춰, 처음 출시 때는 전혀 생각하지 않았던 파우치 제품도 석 달 전에 선보였다.

"이제는 소비자가 더 많이 안다. 오히려 그들이 전문가"라는 박 대표는 트렌드를 쫓아가려는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는다. 인터뷰 전날도 백화점을 5시간이나 돌았다. 요즘엔 곧 선보일 색조 화장품 준비로 여념이 없다. 여기에 해외 진출까지 준비하고 있다. 이렇게 바쁜 와중에도, 박 대표는 인터뷰가 끝나자마자 관련 질문을 올려준 팔로워들에 '꿀감동'이라며 메시지를 남기는 것을 잊지 않았다. 역시 '소통의 여왕'답다. 전상희 기자 nowater@sportschosun.com

■팔로워가 묻고 인플루언서가 답했다.

"연예인과 인플루언서의 가장 큰 차이가 뭐라고 생각하세요?"

인터뷰 중 박현선 대표가 기자에게 되물었다. "연예인은 멋지지만 멀리 있는 사람이다. 그러나 인플루언서들은 팔로워의 고민을 들어주고 의견을 나눌 수 있는 친구"라고 정의한 박 대표답게, 인터뷰에 앞서 인스타에서 팔로워들에게 질문을 받았다. 오랜 기간 함께 해온 이들이 많기 때문인지 진지한 질문이 쏟아졌고, 특히 미래에 대한 조언을 구하는 사람도 많았다.

-거울을 볼 때 드는 생각은? (dmsw**) 건강 및 뷰티 관리 노하우는?(join**)

▶마음에 안 드는 것 투성이다. ㅎㅎ 피부가 예민한 편이라, '1일 1마스크팩'을 잊지 않는다. 스트레칭도 꼭 한다.

-수많은 사람을 만날 텐데, 대화의 기술은?(rimr**)

▶먼저 듣는다. 상대방이 쓰는 단어를 기억해서 쓰려고 하는데, 그러면 대화할 때 더 편하게 생각하는 듯 하더라. 그리고 절대 남 이야기 뒤에서 안하고, 나쁜 일일수록 알아도 모르는 척 한다.

-자본이 부족해도 이 일을 시작할 수 있을까?(jidong33)

▶10여년 전 300만원으로 처음 사업을 시작했다. 그때와 비교하면 지금이 훨씬 좋은 환경이다. 창업비보다는 소비자가 무의식 수준에서 원하는 것까지 날카롭게, 또 새롭게 읽어내는 능력이 더 중요하다. 싸다고 팔리는 것 아니고, 비싸다고 안 팔리지도 않는다.

-콘텐츠 크리에이터로서 새로운 도전을 앞둔 사람들에게 조언을 한다면?(lq**)

▶모두 싸이월드를 하던 시절이 엊그제 같은데 이젠 페이스북을 거쳐 인스타, 유튜브의 시대다. 항상 새로운 것을 접하고 체험해보자. 이 가운데 하루 일정과 한 달, 1년 계획을 세워라. 10년 뒤 목표를 세워보는 것도 좋다. 긴 호흡이 없다면, 반복적인 생활에 안주하다가 점차 뒤처진다.


하루 24시간이 부족하지만, 항상 행드폰을 가까이 하면서 팔로워들과 적극 소통하는 박현선 대표. 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18.09.04/
■TIP:인플루언서 따라잡기-차별화된 캐릭터로 틈새 시장을 노려라

'콘텐츠의 홍수'의 시대다. 분초단위로 수많은 콘텐츠가 쏟아져 나온다. 뷰티 크리에이터들도 어찌보면 이미 레드오션이 되어 버린 시장에서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자신만의 캐릭터를 만들어내면서, 차별화 지점을 찾아내는 것이 인플루언서로 1차 성공 포인트다.

시에로코스메틱의 김하늘 마케팅팀장은 "박현선 대표는 화려한 외모를 자랑하는 반면 친근한 말투가 강점이다. '이웃집 멋진 언니나 동생' 같은 캐릭터로 어필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화장품에 있어서도 영리한 위치 선정이 돋보인다는 평. 업계 1위 드럭스토어인 올리브영의 운영을 맡고 있는 CJ올리브네트웍스 커뮤니케이션팀의 신은경 과장은 "박 대표는 트렌디한 감각과 기획력이 뛰어나다. 특히 그 동안 인플루언서들이 색조 제품에 주력한 반면, 박 대표는 좀 더 까다로울 수 있는 스킨케어 제품으로 틈새를 노린 전략을 구사한 점이 돋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업계에선 인플루언서들의 활약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1400개 팀의 유튜버들과 파트너 작업을 하는 CJ ENM 다이아 티비 오진세 국장은 "유튜브 기반의 씬님, 회사원 A나 인스타그램에서 활약 중인 핑크시크릿 등의 인플루언서들은 폭넓은 정보 제공을 통한 쌍방향 소통과 친근함을 바탕으로 10대에서 30대에 큰 인기를 얻고 있다"며 "K뷰티의 인기와 더불어 이들의 활동 무대도 더욱 넓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신 과장 또한 "재미있는 콘텐츠로 쌍방향 소통하는 인플루언서들은 단순 제품 인지도를 올려주는 수준이 아니라, 관련 산업 전반에 활기를 불어넣으며 새로운 트렌드를 창출하고 있다. 향후 업계 영향력은 더욱 확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믿고 쓸 수 있는 제품을 만들기 위해 성분 하나하나 엄선했다'는 라비앙 화장품은 박현던 대표의 야심작 중 하나다. 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18.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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