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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연시는 술자리가 많은 시기다. 평소 건강한 사람도 연일 이어진 과음과 폭음, 수면부족 등으로 인해 두통과 속쓰림, 메스꺼움 등의 숙취에 시달리게 된다. 이로 인한 피곤함과 일상의 차질은 덤이다. 건강을 위해 가장 좋은 것은 술을 마시지 않는 것이다. 어쩔 수 없이 마셔야 한다면 해장을 잘하고 숙취를 빠르게 해소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다. 술에 대한 속설과 건강한 해장방법에 대해 고창남 강동경희대병원 한방내과 교수와 문병하 광동한방병원 뇌기능센터 원장의 조언으로 알아본다.
이규복 기자 kblee341@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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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화는 칡의 꽃으로서 술(알코올)을 해독하는데 가장 좋은 효능을 가진 약재라고 할 수 있다. 과음으로 인해 열이 나고 가슴이 답답하며 갈증이 나는 증상 등에 효과가 좋다. 인진은 사철쑥으로 열을 내리고 습을 제거하는 효능이 있다. 더불어 손상된 간세포를 회복시키는 효과가 있어 황달이나 간염 등 간질환 치료에도 많이 응용된다.
일상에서 술을 마신 다음날 해장을 위한 대표적인 음식으로는 알코올을 분해하는 아스파라긴산이 풍부한 '콩나물'과 간을 보호해주는 아미노산이 많은 '북어'로 국을 끓여먹는 것이 다.
마시지 않는 것이 최상의 방법이지만, 꼭 술을 마셔야 한다면 알코올 도수가 낮은 술보다는 오히려 높은 술을 마시는 것이 숙취가 적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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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뚱뚱한 사람이 잘 마신다?
술의 성질은 매우 열이 많고 독이 많은 것(大熱, 大毒)으로 본다. 추운 겨울에 바다가 얼어도 술은 얼지 않으므로 열이 많다고 보았고, 사람들의 정신을 혼미하게 하고 본성을 바꿔놓기 때문에 독이 많다고 본 것이다. '황제내경'에는 "술을 물마시듯이 마시기 때문에 제 수명을 다 누리지 못한다"라고 음주에 대해 경고하고 있다.
술을 마시게 되면 열이 쌓이고 이 열감이 얼굴과 머리쪽으로 상승하게 된다. 술을 마시면 90% 정도는 간에서 대사돼 배출되고, 10% 정도는 폐에서 호흡으로 배출된다. 알코올은 아세트알데히드가 되고 아세테이트로 전환 되는데, 아세트알데히드가 위로 올라오면 얼굴이 붉어지게 한다. 그래서 술을 마시면 얼굴이 붉어지고 두통 등이 생기게 된다.
술을 잘 마시는 데는 4가지 요건이 있다. 첫째로 일단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유전적 체질이다. 집안 내력이 술을 잘 마신다면 어려서부터 술을 접하며 단련되는 경향이 있다. 둘째는 체격 적으로 술을 이길 수 있는 경우다. 무조건 체격이 좋은 사람이 술을 잘 마시는 건 아니지만 체격이 좋은 사람이 유리한 것은 사실이다. 셋째로 술을 잘 받아들이느냐 여부다. 술을 자주 마시는 사람은 적응이 돼 술을 더 잘 마실 수 있고, 잘 마시던 사람도 안마시게 되면 잘 받아들이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 마지막으로 몸이 찬 사람이 더 술을 잘 받아들이고 열이 많은 사람이 술을 잘 못 마시는 경향이 있다. 술의 열을 내는 성질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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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도 자신의 몸에 맞게 적당히 마시면 약이 될 수 있지만 과하면 비만이 된다. 우선 술은 음식을 대신할 수 있을 만큼의 열량이 있다. 대부분 저녁식사와 함께 술을 마시는데, 같이 먹는 음식은 강력한 아세트알데히드의 열량 때문에 과다 열량섭취가 돼 지방으로 전환된다. 결국 술과 함께 먹은 음식의 대부분은 지방이 되는 셈이다. 술을 잔뜩 먹고 집에 와서 또 밥을 달라는 이유가 술과 함께 먹은 음식이 에너지가 아닌 지방으로 전환돼 체내의 글리코겐양이 부족해서 생기는 현상이다.
둘째로 술은 지방대사에 관여한다. 술과 함께 섭취한 음식의 열량을 복부지방, 특히 복강내 지방으로 전환하는데 아주 큰 역할을 담당한다. 술을 직업적으로 많이 먹는 회사원이나 업소종업원들의 경우 하복부와 복강내 지방이 많이 쌓이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셋째로 술이 비타민이나 각종 무기질 합성을 방해한다는 점이다. 술을 마신 다음날 소변의 색깔이 노랗게 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술이 체내의 비타민과 무기질을 합성하지 못하고 전해질 등을 소변으로 배출시켜 버리기 때문에 소변의 색깔이 노랗고 진하며 냄새가 나게 된다.
마지막으로 술은 단백질 합성을 방해한다. 술이 단백동화작용을 방해해 막대한 근손실을 초래하는 것이다. 물론 단백동화작용뿐만 아니라 운동을 하는 사람에게는 많고 적음과 관계없이 치명타를 입히는 것이 바로 술이다.
결국 술이 살로 가는 것이 아니라 술의 열량이 높아서 함께 먹는 음식이 잘 흡수돼 살이 되게 만드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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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인은 술을 마셨다면 다음날 '솔잎차'를 마셔보자. 솔잎차는 대표적인 태양인의 '약차'로 찬 성질의 솔잎이 열을 내려주고 발산되는 기를 잡아주며, 혈액순환을 도와줘 숙취 해소에 좋다. 무엇보다 솔잎차를 마시면 마음이 안정되고 차분해지며 머리를 맑게 하는 효과가 있다.
소양인은 차갑고 시원한 성질을 지닌 약재가 좋다. 특히, 하초가 약하기 쉬우므로 음기를 보강하는 한방차를 마시는 것이 도움이 된다. 과음한 다음 날 기력을 회복할 수 있는 '구기자차'가 좋다. 구기자는 면역력을 높여 감기 예방에도 좋으며, 하초 기능을 강화해 성기능 강화와 기력회복에도 도움이 된다. '산수유차' 역시 열을 내려주며 진액생성을 도와줘 숙취 해소에 좋다.
태음인은 습과 담, 열을 제거해 주는 차가 좋은데, 대표적으로 '오미자차'와 '도라지차'가 있다. 도라지차는 이뇨작용을 통해 몸 밖으로 알코올을 배출해 빠른 숙취해소를 도와준다. 또, 편도선염이나 인후통 같은 목 건강뿐만 아니라 해열이나 진통에도 좋아 과음한 다음 날 따뜻하게 마시면 좋다. 오미자차는 찬 성질이 있어 몸에 열을 식혀주며, 비타민이 풍부해 갈증 해소에도 도움을 준다.
소음인은 몸이 차고 위장의 기운이 약하기 때문에 해장할 때도 '꿀물'과 '생강차'와 같은 따뜻한 성질의 약재로 만든 차가 좋다. 음주 후에는 일시적으로 저혈당 증상이 나타나는데, 꿀물이 체내에 수분과 당을 보충하는데 효과적이다. 생강차는 숙취 해소를 도와주는 역할 뿐만 아니라 몸을 따뜻하게 해주기 때문에 감기 예방에도 탁월하다.